아리랑에 부채춤… 美백악관서 첫 추석 행사

전·현직 한국계 직원들 주도 개최
“추석, 보편적 유대감 떠올리게 해”
바이든·해리스도 서면으로 축하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사상 처음으로 추석을 축하하는 기념행사가 17일(현지시간) 개최돼 한국민요 아리랑이 울려 퍼졌다.

이날 오후 5시 백악관 행정동인 아이젠하워 빌딩에서 진행된 추석 행사에선 송편, 잡채, 식혜 등 한국 음식이 차려졌고 부채춤 공연이 펼쳐졌다. 서울 태생의 미 육군 군악대 ‘퍼싱즈 오운’의 에스더 강 하사는 미군 군복을 입고 한국말로 아리랑을 불렀고, 색동저고리를 입은 뉴욕한인청소년합창단은 마이클 잭슨의 노래 ‘유 아 낫 얼론’ 등 3곡을 선보였다. YHK 어소시에이션도 한복과 족두리 등을 착용한 채 부채춤 공연을 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행정동 아이젠하워 빌딩에서 열린 추석 축하 행사에서 YHK 어소시에이션이 부채춤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서면 축사에서 “사상 첫 추석 백악관 리셉션에 모인 여러분에게 진심 어린 인사를 전한다”며 “추석은 축하와 기념, 갱신과 성찰, 약속과 가능성이 있는 시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추석은 한국 공동체의 풍부한 유산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보편적 유대감을 떠올리게 한다”고 덧붙였다.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또한 서면 축사에서 “추석은 가족의 중요성, 가을의 축복 그리고 우리가 조상의 넓은 어깨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고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한국계 미국인과 가족으로, 그의 남편 더그 엠호프의 동생 앤드루의 부인은 한국계인 주디 리 박사다.

미국 정부 대표 인사로는 중국계 미국인인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나와 “프로그램을 보면서 거의 여러 번 눈물을 흘렸다”면서 미국 사회에서 한국계 미국인들의 역할을 평가한 뒤 한국어로 “같이 갑시다, 같이 행복합시다”라고 말했다.

미국으로 한인이 이민을 온 지 120여년 만에 처음으로 열린 이번 행사는 댄 고 대통령 부보좌관, 필립 김 대통령 특별보좌관 등 전현직 한국계 백악관 직원들의 주도로 성사됐다.

필립 김 특보는 정부가 바뀐 뒤에도 이런 행사가 계속될 수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가 첫 행사를 하면서 비전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데 만족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이런 일이 계속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민경 기자 m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