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볼넷'에 자극받은 삼성 디아즈 "내 방식대로 보여주겠다 생각"

KT전 9회 2사 1,2루서 결승 3점포…"3연패 끊어서 기뻐"
무더위엔 지친 기색…"경험해본 곳 중 가장 더워"

(수원=뉴스1) 권혁준 기자 = 9회 동점 상황, 2사 2루에서 자신의 앞 타자가 '고의볼넷'으로 걸어 나가는 것을 본 타자의 심정은 어땠을까. 삼성 라이온즈의 외국인타자 르윈 디아즈에겐 확실한 자극이 됐고, 그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상대를 '응징'했다.

디아즈는 18일 경기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4번타자 1루수로 선발 출장해 5타수 1안타(1홈런) 1득점 3타점을 기록했다.

안타는 단 한 개뿐이었지만 이는 승부를 결정짓는 홈런이었다. 그는 5-5로 맞선 9회초 2사 1,2루에서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3점홈런(시즌 7호)을 때렸다. 이 홈런 한 방에 삼성은 8-6으로 승리, 3연패 사슬을 끊었다.

경기 후 만난 디아즈는 "나를 비롯해 모든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오늘의 승리로 연패를 끊은 게 기분 좋다"고 했다.

특히 9회 홈런 상황은 디아즈에겐 더욱 짜릿할 수밖에 없었다. 삼성은 8회말 황재균에 솔로홈런을 맞고 동점을 허용했고, 9회초 2사 2루의 찬스를 잡았다.

여기에서 KT는 이날 홈런 포함 장타만 2개를 때린 구자욱을 고의볼넷으로 내보냈다. 디아즈가 앞선 4타석에서 모두 범타를 기록했기에 일리 있는 선택이기도 했다.

디아즈도 썩 기분이 좋진 않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구자욱이 오늘 워낙 잘 쳤고 좋은 선수라는 것도 알고 있다"면서도 "그래도 야구선수로서는 기분이 안 좋았던 게 사실이었다"고 했다.

이는 타석에서 더 집중하는 계기가 됐다고. 그는 "너희가 그런 선택을 했으니 나는 내 방식대로 보여주겠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임했다"면서 "특별히 구종을 노리진 않았고 스트라이크로 들어오는 공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방긋 웃었다.

앞선 네 타석의 부진에 대해선 "그저 타이밍이 잘 맞지 않았을 뿐"이라면서 "상대 투수를 생각하기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베스트의 결과만 내려고 했다. 그랬기에 마지막 타석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디아즈는 미국 메이저리그 마이애미 말린스를 비롯해 멕시코 등에서 뛰다 올 시즌 중반 KBO리그로 넘어왔다. 마이애미와 멕시코, 고향인 도미니카공화국까지 꽤 더운 날씨를 보이지만, 그중에서도 올해 처음 접한 한국의 더위가 가장 강력하다고 했다.

디아즈는 "덥다고 하는 나라에서 많이 야구해 봤는데, 솔직히 여기가 제일 덥다"고 했다.

이날 경기가 무더위 때문에 오후 2시에서 5시로 밀린 것에 대해서도 "탁월한 선택이었다. 아마 오후 2시에 경기를 시작했으면 죽기 직전까지 갔을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