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 터진 임신부·복부 자상 60대…불안한 ‘병원 뺑뺑이’ 줄이었던 연휴
추석 연휴 기간 응급실 이송을 거부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례가 잇따랐다. 정부는 연휴 기간 응급의료 공백은 없었다고 자평했지만, 연이은 진료 거부 소식에 시민들의 불안감은 확산되고 있다.
연휴 첫날인 지난 14일 충북 청주에서 양수가 터진 25주차 임신부가 병원 75곳에서 거부당해 6시간을 구급차에서 대기한 끝에 치료를 받았다. 보건복지부는 해당 사례에 대해 “25주 이내 조기분만은 전국적으로 진료와 신생아에 대한 보호가 가능한 의료기관이 많지 않다”며 “산모와 태아 모두 안정적인 상태”라고 전했다. 복지부는 “이송 과정에서 추가적인 문제가 있었는지에 대해 향후 점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15일에는 광주에서 손가락 절단 환자가 사고 발생 2시간이 지난 뒤 전주 수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다. 16일에도 대전에서 복부에 30㎝ 크기의 자상을 입은 60대 환자가 16곳이 넘는 병원에서 치료를 거부당했다. 이 환자는 사고 발생 4시간이 지나 천안 지역 병원으로 이송됐다.
복지부는 “사고 발생 이후 17개 병원에 문의해 천안충무병원이 선정됐고, 나머지 16개 병원은 진료과 부재, 외과수술 등으로 수용이 곤란했다”며 “환자의 의학적 상태 변화와 인근 병원 운영 상황 등 추가적인 세부 사항은 관련 지자체와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휴 기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뺑뺑이 경험담들이 공유되면서 불안감이 확산됐다.
18일 수도권 지역 한 육아카페에는 “지금 아프면 안 되겠다. 병원 뺑뺑이 돌린다는 글을 보니 너무 무섭다” “소아 응급실을 겨우 찾아갔다. 정말 슬픈 현실이다” 등 의료공백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이날 오전에도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가 응급의료센터를 찾았지만 의료진 부족으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다”며 “‘아프면 해결 방법이 없다’는 인식이 환자들 사이에 퍼져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연휴 기간 우려했던 응급의료 공백 사태는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복지부가 공개한 응급의료 통계를 보면, 연휴 기간(14~17일 기준) 문을 연 의료기관은 일평균 9781곳으로 당초 정부 예상(8954개)보다 827개 많았다. 지난해 추석 연휴(5020개)와 올해 설 연휴(3666개)보다도 각각 95%, 167% 늘어난 수준이다. 연휴 기간 응급실 내원 환자 수는 일평균 2만7505명으로, 지난해 추석(3만9911명), 올해 설(3만6996명)에 비해 20% 이상 줄었다.
응급실에 내원한 중증환자 수는 1255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추석(1455명)과 올해 설(1414명) 대비 소폭 감소했다. 경증환자 수는 큰 폭으로 줄었다. 추석 연휴 경증환자는 1만6157명으로 지난해 추석(2만6003명), 올해 설(2만3647명)에 비해 30% 넘게 감소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비상진료 대응 관련 브리핑에서 “의료진의 헌신과 국민 여러분의 협조로 이번 추석 연휴 응급의료 고비를 넘고 있다”며 “응급실 의료진이 감소한 상황이었으나 연휴 기간에도 응급의료체계가 일정 수준 유지될 수 있었다”고 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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