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를]빈집은 없다
지인 중에 충북 제천에서 청년들과 함께 사회적농업을 일구고 있는 활동가가 있다. 대안학교 선생님으로 재직하다가 소멸해가는 지역의 현실을 보고 청년을 맞이하기 위한 활동으로 사회적농업을 시작한 것이다.
많은 청년이 지역에서 도시로 향해가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도시의 삶에 지친 청년들이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농촌에 관심을 보인다. 하지만 그들에게 농촌은 해외보다 더 멀고 낯선 곳이다. 혼자서 부딪치기에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들이 안전한 공간과 관계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다. 많은 청년이 다녀갔고 적지 않은 청년들은 지역에 자리잡아 살고 있다. 더 이상 떠날 수 없는 자들만 남아 활기를 잃은 지역에 청년들이 들어오니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청년들은 지역 사회와 연계하여 그들이 ‘할 수 있는 일’과 ‘지역에 필요한 일’을 찾게 된다. 고령농가 집수리, 건강도우미, 병원 동행, 지역아동센터 봉사, 반찬 배달, 환경 지킴이 등의 지역민 대상 서비스 및 돌봄을 제공한다. 사람 살 만한 곳이 되어가는 것이다.
다 좋은데 큰 문제가 있다. 귀촌 청년이 살 집이 없다. 청년이 아무리 농촌 지역에서 의미 있는 일을 찾아서 하려 해도, 자신의 생활 터전이 없으면 더 이상의 일도 삶도 가능하지 않다. 흔히들 도시에서 주거의 어려움은 익숙하다. 농촌에는 빈집이 많다는데 뭐가 문제지?
청년이 살 수 있는 빈집은 없다.
고령농가의 사망 및 요양시설 입소로 인해 빈집의 증가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집의 소유권은 자녀에게 상속되지만, 도시에 사는 자녀들은 그 집에 관심이 없다. 빈집을 사고 싶은 사람이 있어도 복잡한 소유관계 때문에 매매도 쉽지 않다. 빈집은 그렇게 폐가가 되어가고 있다. 농촌의 빈집 문제는 하루 이틀 된 것이 아니다. 관리책임이 지자체에 이관되었지만, 턱없이 부족한 예산에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현실이다. 농식품부는 농촌의 빈집을 정비하고 활용하면 재정을 지원하는 ‘농촌 빈집 특별법’ 제정을 연내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정말 특별할지 연내 제정은 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정부는 저출산 문제 해결과 지역균형발전에 국가적 총력을 다하겠다고 연일 온갖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다. 진정 지역균형발전을 생각한다면 농촌의 빈집 문제를 해결하라.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농촌을 사람 살 만한 곳으로 만드는 청년의 주거권이지 아무런 관리책임을 지지 않는 소유주의 사유재산이 아니다.
보다 못한 사람들이 나섰다. 시민의 힘으로 농촌에 청년공유주택을 짓기로 한 것이다. 그 이름 덕산휴가. ‘덕산휴가’라는 프로젝트명은 덕산면에 정착한 청년들이 지었는데, 덕산면에서 새 삶을 시작하려는 청년들이 휴가 보내듯 편안히 지낼 집을 마련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덕산휴가는 원룸형 목조주택 2채를 신축하고, 빈집 1채를 매입한 후 리모델링하여 청년이 거주할 수 있게 만드는 프로젝트다. 공공의 보조금에 시민연대기금을 더해 건축자금을 마련하였다. 200여명의 시민이 3년 이상 장기무이자 대여 및 기부 후원으로 연대기금 모금에 참여하였다. 버려졌던 빈집은 이제 새집이 되어 청년이 산다. 빈집은 없다.
김수동 탄탄주택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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