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응급의료 안전망은 작동하고 있는가

기자 2024. 9. 18.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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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 증원이 촉발시킨 전공의 집단사직이 ‘응급실 뺑뺑이 사망’으로 이어지고 있어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하는 긴박한 상황이다. 시민들의 불안은 가중되고 있으나 응급실 입원이 가능한 응급환자 기준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어 안타깝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는 위급한 상태로 즉시 필요한 응급처치를 받지 않으면 생명을 보존할 수 없거나 중대한 위해의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응급환자로 정하고 있다. 병원에선 중증응급환자(1등급 소생술 및 2등급 중증), 중증응급의심환자(3등급 응급), 경증응급환자 및 비응급환자(4등급 준응급 및 5등급 비응급)로 분류하고 구급대에선 응급, 준응급, 잠재응급, 대상외, 사망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러한 응급환자 기준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환자는 구급대 응급처치를 받고 응급의료기관으로 이송되길 원한다. 구급대원도 증상뿐만 아니라 손상기전과 질환 특성을 환자 평가 기준으로 삼아 상태 악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적절한 의료기관으로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따라서 응급환자 여부는 병원 의료진 진단에 따라 나중에 확인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다만, 응급의료전달체계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확연한 비응급환자라면 소방구급 지도의사의 의견에 따라 이송 요청을 거절하거나 하위의 응급의료기관으로 이송해왔다.

하지만 일반 시민이 증상으로 상태의 경중을 단정하거나 소방구급대가 시민의 출동 요청을 비응급으로 판단해 응급처치나 이송을 제한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소아, 노인, 기저질환자, 내부장기 손상환자 등은 현재 겉모습과 달리 급격히 악화하는 경향이 있다. 또 같은 증상이라도 기저 원인에 따라 응급인 경우가 있으므로 응급처치가 가능한 응급의료센터로의 이송을 원칙으로 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오랫동안 우리나라는 경증환자의 구급대, 대형의료기관, 응급의료센터에 대한 접근이 매우 쉬웠기에 응급의료자원 낭비와 응급환자 처치 지연에 따른 많은 문제가 있었다. 분명 고쳐야 하지만 ‘의료대란’을 막기 위한 통제의 수단으로 응급환자 기준을 거칠게 적용해선 위험하다.

병원 응급의료의 정상적 가동 여부는 몇 가지 지표로 확인할 수 있다. 가장 위급한 응급환자를 진료하도록 지정된 전국 권역응급의료센터가 법에 따른 전담 응급의학전문의 5명 이상·소아응급환자 전담 전문의 1명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비율, 가장 위급한 외상환자를 진료하도록 지정된 전국 권역외상센터가 법에 따른 외과/심장혈관흉부외과/정형외과/신경외과의 외상환자 전담 전문의 각 1명 이상·24시간 외상팀과의 연계 지원 및 외상환자 치료 등을 위한 응급의학과 전문의 1명 이상·외상환자에게 즉시 수술 또는 혈관조영술을 시행하기 위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및 영상의학과 전문의 각 1명 이상 등을 유지하고 있는 비율 등이다.

또한 중증외상환자의 권역외상센터 및 외상전문의 수련센터 선정병원으로의 이송률, 응급환자를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한 상급응급의료센터로의 전원율, 구급대 현장출동 8분 이내, 특히 응급환자 병원 이송 10분 이내, 현장활동 20분 이내 등의 준수율 등이다. 나아가 응급의료 기본계획에 따라 구급대의 현장·이송부터 병원의 진료·수술·입원이 1시간 이내 이뤄지는 준수율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론 결과지표도 확인해야 한다. 심정지 환자의 생존퇴원율, 소생률, 생존입원율, 예방 가능한 외상사망률 등의 결과를 분석해 응급의료서비스체계의 자원을 효율화해야 한다.

의사의 집단사직으로 인한 의료기관의 마비인 만큼 병원의 정상화가 응급실의 정상화, 구급대의 정상화로 이어질 것이다. ‘의료대란’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하지만 ‘응급의료공백’을 우선 완화해야 한다. 이 사태의 책임자들은 객관적인 지표를 근거로 당면한 위기를 타개할 대책을 마련해 더 이상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자.

엄태환 을지대 응급구조학과 교수

엄태환 을지대 응급구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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