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우범지대, 경찰·기술력 집중 투입을”

배시은 기자 2024. 9. 18.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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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다크웹·텔레그램 범죄 잡는 보안기업 S2W 서상덕 대표
디지털 범죄 관련 추적 기술을 보유한 서상덕 S2W 대표가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한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여러 채널의 유사 정보 수집·분석
피의자 역추적, 특정 자료 찾아내
수사기관·기업에 관련 정보 제공
“낮은 연령층에서 범죄 급속 확산
효율적 수사 기법·의지 합쳐져야”

“효율적인 수사 기법과 의지가 합쳐지면 텔레그램 내 범죄도 잡을 수 있습니다.”

사이버 보안 IT 기업 S2W의 서상덕 대표(49)가 말했다. S2W는 다크웹과 텔레그램 등 보안 수준이 높은 플랫폼에서 벌어지는 사이버 범죄 관련 정보를 수집해 수사기관과 기업 등에 제공하고 있다.

서 대표는 지난 11일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딥페이크 성착취물’ 유통 등 텔레그램을 통한 사이버 범죄의 수사가 어려운 이유를 설명하고 수사기관의 사이버 범죄 추적 기술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S2W는 2018년 “기술로 세상을 안전하게 만든다”는 모토로 설립됐다. 서 대표가 카이스트에 다닐 때 동기인 신승원 카이스트 교수와 함께 다크웹 보안에 대한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했다. 서 대표는 다크웹과 텔레그램 등을 추적하는 기술이 기업과 수사기관 등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사업을 키워왔다.

텔레그램은 ‘익명성’과 ‘보안’을 기반으로 성장한 글로벌 메신저다. 메시지를 주고받는 모든 과정을 암호화하는 ‘종단 간 암호화’라는 기술을 사용해 수신자와 발신자 외에는 대화 내용을 알 수 없고 서버에서도 확인할 수 없다. 서 대표는 “텔레그램은 개인정보 보호라는 면에서 사용자들의 신뢰를 얻었지만, 부작용으로 범죄자까지 보호하고 있다”며 “수사기관이 자료를 요청해도 절대 응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S2W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다크웹·텔레그램·가상통화거래소 등에서 오가는 데이터들을 대량으로 수집·분석하고 추적한다. 여러 채널에서 발견되는 유사한 정보를 통합해 피의자를 ‘역추적’하고 특정 자료를 찾아낸다. S2W는 경찰청·인터폴 등 수사기관에 각종 범죄 관련 정보에 대한 접근 권한과 분석 도구를 제공한다.

S2W는 현재 사이버 범죄 정황이 보이는 1만여개의 텔레그램 채널에 봇(특정 작업을 수행하는 소프트웨어 응용 프로그램)을 투입해 대화 내용을 수집하고 있다. 반사회적이거나 범죄의 실마리가 탐지될 경우 선제적으로 기업이나 수사기관 등에 알린다. 서 대표는 S2W가 사용하는 역추적 방식을 통해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의 운영자나 참여자를 특정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 서 대표는 “딥페이크 방이 문제가 될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내부에 있어서 사전에 관련 정보들을 수집해 두었다”며 “대대적으로 보도된 이후 대화방이 많이 사라진 상황이라 조심스레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최근 큰 파문을 일으킨 딥페이크 성착취물 사건을 보며 기시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최근의 사이버 범죄들은 낮은 연령층이 저지른 것이란 특징이 있다”며 “딥페이크뿐 아니라 마약과 도박 등의 범죄도 10대와 20대가 텔레그램을 통해 빠르게 퍼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사이버 범죄 수사 역량을 고도화하기 위해 국가가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이버 범죄 예방·수사 기술이 우리 사회 유지에 필수적인 ‘안전망’이라는 것이다.

그는 “물리적 환경에서 일어나는 범죄를 관리하고 치안을 유지하는 데 많은 세금과 노력이 들어가는 것처럼 ‘사이버 우범지대’에도 경찰력과 기술력을 투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이버 범죄의 특성상 수사체계의 유연화와 이를 뒷받침할 제도화도 필요하다. 서 대표는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진 사건을 경기남부청의 일, 서울청의 일, 이렇게 물리적 관할을 기준으로 나눈다거나 범죄가 의심되는 서버 해킹에 법적인 제약이 있는 등 비효율이 상존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등 외국에서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수사 기법을 고도화하기 위해 국가 수사기관과 민간 보안기업의 협의체나 상시 기구 등을 꾸려 공조하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했다.

서 대표는 “사이버 범죄 해결에서 기술은 하나의 축이고, 수사기관의 노력, 텔레그램을 압박하는 정치권의 노력이 각각 다른 축”이라며 “기술을 통해 피의자를 잡을 수 있더라도 딥페이크 범죄를 심각하게 보는 사회의 분위기와 관심, 엄격한 처벌이 이어져야 범죄가 근절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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