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서 3000명 사상자 낸 ‘삐삐폭발’…“이스라엘, 작전 발각 위기에 격발”

2024. 9. 18. 20: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당초 전면전시 기습용…무력 공방 전면전 우려 키워
헤즈볼라, 이스라엘 보복 공언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의 한 커피숍을 찾은 주민들이 TV로 방영되는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의 연설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17일(현지시간) 레바논 전역에서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사용하는 무선호출기(삐삐)가 동시 폭발해 최소 3000명이 다치고 9명이 사망한 가운데, 이스라엘이 공격에 나선 이유는 작전 발각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세 명의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이스라엘이 원래 현시점에서 무선호출기를 폭발하도록 할 계획은 아니었다며 이날 선택의 경위를 보도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당초 무선호출기 공격을 헤즈볼라를 무력화하기 위한 전면전의 시작을 알리는 기습용으로 사용할 계획이었다.

이에 따라 많은 대원들이 호출기와 유선전화를 찾자 이스라엘은 이를 역이용해 헤즈볼라가 수입한 무선호출기에 소량의 폭발물과 원격 기폭장치 등을 심고 공격 기회를 엿봐왔다.

그러나 최근 이스라엘에서 헤즈볼라가 관련 작전을 눈치챌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런 내용은 중동 매체 ‘알모니터’가 처음 보도했다.

알모니터는 헤즈볼라 대원 두 명이 최근 며칠간 무선호출기에 대한 의심의 눈길을 보내기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등은 16일 이 작전의 훼손 가능성에 대해 몇시간에 걸쳐 논의했고, 결국 발각될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당장 작전에 착수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한 미국 당국자는 이스라엘이 공격 시점과 관련해 “써먹지 않으면 잃게 되는 순간이었다”는 해명을 내놓았다고 전했다.

악시오스는 또 이스라엘이 미국에 작전 착수 사실을 알렸지만, 미국은 이를 심각하게 보지 않았다고 짚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갈란트 장관은 공격 돌입 몇 분 전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에 전화를 걸어 곧 레바논에서 작전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통보했다.

미국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기 위한 조치였지만 갈란트 장관은 구체적인 작전 내용은 알리지 않았고, 미국도 이를 심각한 통보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이번 작전에 대해 알지 못했고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으로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지속돼온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무력 공방이 전면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헤즈볼라는 18일 오전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공언했다. 이날 스푸트니크 통신과 이란 프레스TV 등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이날 성명에서 “우리는 이전과 같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가자지구를 지원하는 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헤즈볼라는 “이는 화요일(17일) 레바논 국민을 학살한 적에 대한 가혹한 대응과는 별개”라며 “대가를 치르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헤즈볼라는 그동안 조직원들에게 무선호출기(삐삐) 사용을 장려해왔다. 휴대전화가 해킹돼 공격 계획이 사전에 노출되거나, 이스라엘의 표적공습으로 주요 인사가 암살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휴대전화의 카메라와 마이크는 스파이웨어를 심을 수만 있다면 원격 도·감청 수단이 될 수 있다. 위성항법장치(GPS)를 활용해 사용자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것도 가능하다.

반면 무선호출기는 카메라와 마이크 등이 없어 도·감청 위험이 적고, 전파음영지역에선 통신이 제대로 되지 않는 문제도 휴대전화보다 덜한 까닭에 상당히 권장됐는데, 이스라엘 정보당국은 이를 역이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1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서 한 팔레스타인 남성이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 앞을 지나가고 있다. [연합]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서방국가 당국자들을 인용, 이스라엘이 이번 사건의 배후라고 전하면서 이스라엘 측이 헤즈볼라가 수입한 무선호출기에 소량의 폭발물을 심었다고 보도했다.

헤즈볼라가 대만기업에 주문해 납품받은 무선호출기 배터리 옆에 1∼2온스(28∼56g)의 폭발물과 원격기폭장치가 달려 있었다는 것이다.

이 무선호출기들에는 폭발 직전 신호음을 내 사용자가 호출기를 집어들도록 만드는 프로그램도 삽입됐다고 NYT는 전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해당 삐삐에는 대만 업체 골드아폴로의 상표가 붙어있었지만 골드아폴로는 이날 성명을 내고 해당 기기들은 자사 상표 사용이 허용됐을 뿐 제조는 부다페스트에 기반을 둔 ‘BAC 컨설팅 KFT’라는 업체가 했다고 밝혔다.

moone@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