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핵·미사일·쓰레기풍선, 북한 도발 속셈부터 파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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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북한은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13일 고농축 우라늄(HEU) 제조시설을 전격 공개했다.
최근엔 북한이 지난해 공개한 직경 50㎝ 크기의 전술핵탄두 '화산-31'이 남한 전역을 사정권으로 하는 미사일에 탑재 가능한 수준으로 진화했다는 정보당국의 평가가 나왔다.
최근 공개된 민주당과 공화당의 새 정강에는 '한반도' 혹은 '북한'의 비핵화 목표가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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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단속·미국 대선 앞 몸값 올리기
최근 북한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북한은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13일 고농축 우라늄(HEU) 제조시설을 전격 공개했다. 우라늄 농축시설을 외국 전문가에게 보여준 적은 있으나 관영 매체를 통해 공식화하기는 처음이다. 사진상으로는 최신식 시설 내부에 무기급 HEU를 얻는데 필요한 원심분리기와 캐스케이드가 꽉 들어찬 모습이다. 14년 전 미국 핵물리학자 초청 당시엔 원심분리기가 2000개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1만개에서 최대 수만개 규모로 추정된다. 이 경우 HEU 생산 능력은 연 130~240㎏로, 매년 핵무기 8~16개를 제조할 수 있는 양이다. 북한은 HEU 공개 하루 전인 지난 12일에 이어 18일에도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하며 무력을 과시했다.
북한의 핵탄두는 생산과 고도화 속도가 매우 빠르다. 우라늄과 함께 핵탄두 제조에 쓰이는 플루토늄은 영변 원자로에서 나오는 양이 적은데다 이미 알려진 시설이어서 대규모 생산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HEU는 평양 인근 강선 등지의 지하에서 은밀하게 많이 만들 수 있다. 최근엔 북한이 지난해 공개한 직경 50㎝ 크기의 전술핵탄두 ‘화산-31’이 남한 전역을 사정권으로 하는 미사일에 탑재 가능한 수준으로 진화했다는 정보당국의 평가가 나왔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동원할 필요없이 중단거리미사일용 소형 핵탄두 상용화가 임박했다는 뜻이다.
극비리에 운용하는 핵물질 제조시설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나서 공개한 배경엔 고도의 계산이 깔려 있을 게 분명하다. 가장 강력한 변수는 역시 미국 대선이다. 오는 11월 선거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미국의 대북 정책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최근 공개된 민주당과 공화당의 새 정강에는 ‘한반도’ 혹은 ‘북한’의 비핵화 목표가 빠져 있다. 이를 의식한 북한이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급격하게 가까워진 러시아와의 관계 역시 주목할 대목이다. 지난 7월 대홍수 이후 흉흉해진 민심을 수습하고 방위산업 투자를 정당화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도 있다. 중요한 건 이런 저런 원인의 결과로 탄생한 핵무기의 정밀화 고도화가 한반도 평화에 실질적이고 엄청난 위협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남북 관계는 전례 없이 얼어 붙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체결한 9·19 공동선언은 사문화됐고 대치는 격화 중이다. 북한은 연일 쓰레기 풍선을 내려보내고 남한은 대북방송으로 대응한다. 우선은 북한 무력 시위나 도발의 정확한 속셈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시급하다. 정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 때 체결된 북러 합의문의 수위를 사전에 감지하지 못하는가 하면, 대북 첩보 요원의 신상이 어이없이 유출되는 등 외교·안보 정보력의 허점을 잇따라 노출했다. 대북 억지력을 높이려면 그만한 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국민 입에서 미덥지 못하다는 말이 나오게 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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