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폭염 추석·프로야구 관중 고역…기후 매뉴얼 바꿔라

2024. 9. 18.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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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폭염경보가 발령되면서 가을을 의미하는 추석(秋夕)이 아니라 한여름 '하석(夏夕)'을 방불케했다.

이례적인 추석 폭염 속 프로야구 관중들은 낮 경기를 관전하느라 고역을 치렀다.

KBO는 온열질환 관중이 증가하자 지난달 공휴일 경기 개시를 오후 5시에서 1시간 늦췄다.

이제는 KBO가 강행한 낮 경기에 관중까지 위태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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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구장 낮 경기 온열질환자 속출
해수욕장·공공기관 운영도 변해야

연일 폭염경보가 발령되면서 가을을 의미하는 추석(秋夕)이 아니라 한여름 ‘하석(夏夕)’을 방불케했다. 이례적인 추석 폭염 속 프로야구 관중들은 낮 경기를 관전하느라 고역을 치렀다. 지난 1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롯데 자이언츠 전에선 40여 명이 온열 질환을 호소해 119 구급대 도움을 받아 후송되거나 실내에서 열을 식혀야 했다. 이상 고온 지속에다 하루 중 가장 더운 시간대 경기가 열린 탓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민원이 빗발치자 18일 오후 2시 경기를 오후 5시로 변경했다. 프로야구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운영 시간까지 재검토해야 할 만큼 기후위기가 일상을 바꾸고 있다.

지난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키움-두산 경기에서 관중들이 우산이나 수건을 쓰고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무더위에도 프로야구가 한낮에 열린 이유는 지상파 3사 중계 때문이다. KBO는 온열질환 관중이 증가하자 지난달 공휴일 경기 개시를 오후 5시에서 1시간 늦췄다. 반면 9월 편성 일정은 조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상파 중계를 이유로 오후 5시 경기를 3시간 앞당기는 바람에 15~17일 총 11경기가 낮 2시 열렸다. 지난 14일 낮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롯데 전에서 23명이 어지러움과 탈수 증세를 호소했는데도 교훈을 얻지 못한 것이다. 프로야구 개시 시간을 변경하자는 주장은 두 달 전부터 꾸준히 나왔다. 염경엽 LG 감독은 한여름 평일에는 오후 6시30분이 아니라 오후 7시로 30분 늦추자고 해 여론 지지를 받았다. 그라운드 온도가 50도에 육박하면서 더위 먹고 비틀대는 선수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KBO가 강행한 낮 경기에 관중까지 위태롭다.

프로야구 관중 ‘1000만 시대’다. 올해 평균 입장객은 1만4934명으로 역대 최다였던 2012년(1만3451명)을 뛰어넘었다. 비싼 돈을 낸 손님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KBO의 의무다. 최소한 ‘가을 폭염’에 쓰러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가 우승해 화제가 된 일본 고시엔(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도 폭염을 의식해 올해 사상 최초로 ‘야간 경기’를 도입했다. 미·일 프로야구는 평일 주말 가릴 것 없이 경기 시각이 다양하다. 중남미에선 오후 7시 시작하는 일이 잦다. KBO라고 못하란 법이 없다. 기후위기 시대를 현명하게 살아가려면 낡은 관행을 깨야 한다.

바꿔야 할 건 스포츠뿐만 아니다. 관광도시인 부산에선 해수욕장 폐장 시기를 8월에서 9월로 늦추자는 지적이 날로 커진다. 인천의 3개 해수욕장은 이달 8일까지 개장 기간을 늘렸다. 야외 공연이나 공공기관 운영시간 조정도 검토할 만 하다. 지난 7~8월 부산 공공도서관 도서 대출은 12% 늘었다. 오후 6시~밤 10시 대출 도서와 이용자가 각각 31%와 32% 증가한 영향이다. 공공도서관이 피서지로 자리잡았다면 탄력적인 연장 개관은 ‘복지’가 될 수 있다. ‘올해 여름이 가장 시원하다’는 말이 예사로 들리지 않는 요즘이다. 탄소 배출 감소 못지 않게 변화된 기후에 맞도록 일상의 매뉴얼을 바꾸는 게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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