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산 제작극장 성공의 열쇠는 지속력이다

정두환 문화유목집단동행 예술감독 2024. 9. 18.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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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환 문화유목집단동행 예술감독

2024년 부산오페라시즌의 전막 오페라 작품으로 푸치니의 ‘나비부인’이 지난달 31일과 지난 1일 이틀간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됐다. 콘서트오페라 작품으로 도니제티 오페라 ‘사랑의 묘약’이 지난 11일과 12일 양일간 금정문화회관 금빛누리홀에서 펼쳐졌다. 이번 부산오페라시즌을 계기로 몇 가지 살펴보았다.

지난 11일 부산오페라시즌 작품인 도니체티의 ‘사량의 묘약’이 금정문화회관에서 공연되고 있다. 금정문화회관 제공


▮부산오페라하우스

2008년 5월 15일 롯데그룹이 1000억 원 규모 오페라하우스를 건립해 부산시에 기부한다는 약정을 한 바 있다. 부산시는 오페라 등 관련 문화 활성화를 위해 2013년 ‘문화예술 힐링 아카데미’를 시행했다. 여기서는 ▷오페라 아카데미 일환으로 오페라·발레·뮤지컬 3개 분야 강의 ▷찾아가는 음악회 ▷오페라 갈라 콘서트가 진행됐다. 2016년에는 부산오페라위크로 확대되면서 전막오페라 1편, 콘서트오페라 1편, 오페라 갈라콘서트 1편 등이추가됐다.

▮오페라위크에서 오페라시즌으로

민간 오페라단 중심으로 운영되던 부산오페라위크가 2021년에는 공공극장(부산문화회관·영화의전당·금정문화회관)으로 그 중심축을 옮겼다. 이를 계기로 공공극장이 오페라 제작에 직접 참여하게 된다. 각 공공극장은 소속 공연 전문인력의 전문성이 더해지며 한층 수준 높은 오페라 제작을 했다. 2022년에는 ‘부산오페라위크’ 명칭이 ‘부산오페라시즌’으로 바뀜과 더불어 운영 방법도 달라졌다.

부산오페라하우스를 제작극장으로 운영하기 위한 첫 방안으로 합창단과 오케스트라 단원을 시즌제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오디션을 거쳐 선발한 시즌 단원들이 각 극장의 오페라시즌 공연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이는 대체로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2023년부터는 극장에서 운영하던 시즌 단원제를 부산시가 직접 운영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이는 전국 첫 시도로, 부산 음악계 활성화에 새로운 계기를 마련했다. 지금까지 평가 또한 대체로 호의적이다. 필자 또한 그렇다.

올해 오페라시즌에서 2024년 시즌 단원들이 참여해 선보인 두 편의 오페라에서 합창단과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했다.

▮협업이라는 과제

부산 음악을 비롯해 문화 전반 발전을 위해 지금 매우 필요한 덕목은 협업이다. 사람이 문화예술의 시작이자 끝이다. 도시의 자긍심을 높이려면 인재를 키우기 위한 일을 더욱 섬세하게 진행해야 한다. 음악계 안팎 역량을 총결집해야 한다. 음악 인구가 점점 적어지는 지금 음악계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역량을 모아야 한다. 예시를 들어보겠다. 첫째 음악 관련 대학에서 합주 수업은 매우 중하다. 기본적인 앙상블을 위해 대학에서 최소한 고전음악까지는 체계적으로 익혀야 하는데, 현재의 대학은 악기 간 불균형이 심해 정상적인 합주 수업을 진행하기 힘들다. 이러한 상황을 대학 간 연합수업으로 전환하도록 교육 환경을 과감하게 바꾸어야 한다.

둘째, 부산발 전문 기획자 양성이다. 공연예술 환경이 변한다. 부산콘서트홀·부산오페라하우스·낙동아트센터 등 공간은 늘고 있다. 공연장 특성에 맞는 장기적인 프로그램 발굴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는 기획자들의 생각과 행동에 달렸다. 기획자의 전문성과 역량이 발휘되는 기획자 시대가 성큼 다가온 것을 말한다. 멀리 보는 전문적인 식견이 필요하다.

정체성이라는 주제도 더 깊이 궁리하자. ‘메이드인 부산’ 예술상품을 만들어 부산을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만들 중요한 요소가 ‘정체성’이다. 장소를 중심으로 접근할 수도 있지만, 부산 시민을 중심에 놓는 관점도 중요하다. 도시를 일구고 가꾸는 부산 시민의 자존감을 위함이다. 부산의 브랜드 슬로건이 ‘Busan is Good’이다. “부산에 대한 부산 시민의 자긍심과 만족감을 ‘좋다’(Good)로 표현했다”고 부산시는 밝혔다. 부산 시민부터 부산이 좋다고 생활에서 느끼는 일이 중요하다. 이런 과제 또한 협업 관점에서 다룰 수 있다.

▮이제는 지속력이다

우리는 문제도 알고 있고, 문제를 시정하려는 여러 대안도 시도하고 있다. 남은 과제는 실행하는 지속력이다. 부산오페라시즌을 통해 시도한 시즌제의 실효성은 확인됐다. 오페라 주·조역의 공개오디션을 통해 공정성과 실력도 검증됐다. 부산시의 제작극장 의지도 확인됐다. 외부적 요건은 어느 정도 갖춰지고 있으며 효과도 나타난다.

결론은 이러한 시도·환경·상황을 지속하는 것이다. 초심을 잃지 않고 지속하는 힘. 이것만이 부산 음악의 힘과 경쟁력이 될 것이다. 어떠한 외부의 영향에 흔들리지 않고 제작극장을 향해 가는 지속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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