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이 파견한 검찰사 ‘10일의 기록’…섬 지형·토산물·주민 등 상세히 조사

김소정 국립해양박물관 학술연구팀 학예사 2024. 9. 18.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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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장한 자연환경, 풍부한 산물로 '신비의 섬'이라고 불리는 울릉도.

19세기에도 울릉도는 신비의 섬이었을까? 잘 알려져 있듯 울릉도는 본토와 떨어져 있어 왜구의 침범이 잦은 지역이었으며, 세금 거두기가 어려워 섬을 관리하는 데 여러 어려움을 겪던 지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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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 꺼낸 바다 <33> 울릉도 담은 ‘울도산해록’

웅장한 자연환경, 풍부한 산물로 ‘신비의 섬’이라고 불리는 울릉도. 19세기에도 울릉도는 신비의 섬이었을까? 잘 알려져 있듯 울릉도는 본토와 떨어져 있어 왜구의 침범이 잦은 지역이었으며, 세금 거두기가 어려워 섬을 관리하는 데 여러 어려움을 겪던 지역이었다. 이에 따라 오랫동안 섬을 비워둔 채 수토관(水土官)을 파견하여 섬을 관리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구의 침범은 계속되었고, 이에 더 이상 울릉도를 빈 섬으로 둘 수 없었던 고종(高宗·1852~1919)은 울릉도 검찰사로 이규원(李奎遠,·1833~1901)을 임명해 울릉도 개척을 위한 조사를 단행했다. 이규원은 울릉도에 백성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불법으로 거주하고 있는 일본인들에 대한 검찰과 개척 장소 탐색, 울릉도 주변의 부속 섬 조사를 목표로 파견되었다.

‘울도산해록’ 표지. 국립해양박물관 제공


이규원은 1882년 4월 7일 수도 한양을 떠나 4월 30일 울릉도에 도착해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한다. 약 10일간 섬을 답사하며 보고 듣고 겪은 내용을 일기로 남겼는데, 그것이 바로 ‘울도산해록’이다. ‘울도산해록’에는 이규원이 만난 섬 내부 작업자들에 대한 인적사항과 작업현황, 토산물 등 다수의 정보가 기록되어 있으며, 더불어 울릉도 지형과 개척지에 대한 정보도 담겨 있다.

이규원은 울릉도에서 약 250여 명에 달하는 작업자를 만났으며, 이들과 교류하며 울릉도를 살펴보았다. 그는 10년간 울릉도에서 약초를 캔 전석규로부터 섬의 다양한 정보를 얻고, 작업자 정이호의 초막(草幕)에서 숙식을 해결하기도 하며 또 길을 잃었을 때 작업자 김내언의 도움을 받아 하룻밤 신세를 지기도 했다. 이처럼 이규원은 작업자의 도움을 받아 45종의 토산물과 14곳의 개척지를 소개했다. 뿐만 아니라 섬 주변의 기암괴석, 해식동굴, 석간주혈 같이 특이한 지형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규원의 검찰 이후, 울릉도는 빠른 속도로 개척되기 시작했다. 1883년 7월이 되면, 이미 대황토포·곡포·추봉 등지에 16호 54명이 정착했다는 ‘울릉도 호구조사보고서’가 발간된다. 이는 곧 수토관을 통해 관리하던 울릉도를 정부에서 직접 관리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목되는 점은 이러한 변화가 이규원의 검찰 이후 약 1년 만에 이루어진 성과라는 점과 거주민들의 정착지 대부분이 그가 소개한 곳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정부의 발 빠른 후속조치에 이규원의 울릉도 검찰이 큰 역할을 했음을 보여준다.

이규원은 한양과 울릉도를 오간 약 2달간의 여정(1882.4.7.~5.27.)을 ‘울도산해록’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울도산해록’에는 이규원이 날마다 빠짐없이 기록한 일기와 고종에게 보고하기 위한 조사보고서(별단), 복명(復命)하는 자리에서 고종과 나눈 대화(입시시연설)가 차례대로 수록되어 있다.

다음 달 국립해양박물관은 ‘울도산해록’의 번역본과 해제를 담은 총서를 발간해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이규원이 바라본 19세기의 울릉도에는 어떤 신비한 모습이 담겨 있는지 확인해 보길 바란다.

※ 국립해양박물관·국제신문 공동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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