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긴급진단] 과세 합리화 vs 장기투자 저해… 정치논리 아닌 `효과` 초점
내년 1월부터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을 두고 찬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금투세 도입을 찬성하는 측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의 원칙과 과세체계 합리화 등을 논리로 내세운 반면, 반대 측에서는 '큰손'들의 이탈로 지수가 하락할 가능성과 개인 투자자의 장기 투자 의지 저해 등을 이유로 꼽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치적인 논리보다는 실제로 금투세 도입이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을 꼼꼼히 뜯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본보는 이준서 한국증권학회장(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 이상복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상목 소액주주플랫폼 액트 대표, 이제충 홍콩 CSOP운용 캐피탈마켓부 상무에게 금투세 관련 3대 쟁점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①금투세=자본시장 선진화의 지름길?
금투세 도입이 자본시장 선진화에 미치는 영향은 찬성과 반대 입장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주제 중 하나다.
이준서 증권학회장은 금투세 도입을 자본시장 선진화의 한 방안으로 꼽았다. 그는 "물론 다른 관련 제도 보완이 이뤄져야겠지만 주요국 중 금투세가 없는 국가는 대만과 한국뿐"이라며 "글로벌 스탠다드를 좇아간다는 측면에서 금투세 도입이 한국증시의 선진국지수 편입에 하나의 역할을 한다면 오히려 호재"라고 평가했다.
이상복 서강대 교수도 금투세가 자본시장 선진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봤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자본시장 과세제도에 비해 매우 복잡하고 불확실하다"며 "손실과세로 신뢰성이 떨어지는 인프라 속 자본시장 선진화는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바람직한 조세원칙인 공평성, 효율성, 간소성을 실현하는 것이 금융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선결해야 할 절차 중 하나"라면서 "특히 손실상태에서도 과세되는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반면 금투세 도입이 자본시장 선진화와는 거리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은 "금투세 도입은 거래비용을 높이고 세후 수익률을 왜곡시키는 이론적으로 비효율적인 정책"이라며 "해외 선진국이 채택하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도입해야 할 세목이 아니라 우리의 선택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상목 소액주주플랫폼 액트 대표도 "현재의 금투세는 명백히 자본시장 후진화"라며 "(자본시장 관련 세제는) 장기투자자 공제, 배당 분리과세 등의 방향이 보다 중요한데, 금투세는 핵심을 짚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 기관 투자자의 입장을 대변한 이제충 홍콩 CSOP운용 상무는 "금투세가 자본시장 선진화와는 관련이 있긴 하지만 미미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투자 활동에 대한 적절한 세금 부담 증가 방향성은 과세 형평성 확보 차원에서 선진화된 사회로 나아가는 것이지만, 한국 증시의 매력도나 자본 유출 등 여러가지 부정적인 요소를 고려하면 신중하게 봐야 한다"고 밝혔다.
②금투세 도입, 큰 손 떠난다?
금투세가 도입되면 국내 증시의 큰손들이 대거 이탈하고 이는 결국 다수의 개인 투자자에게 부정적 낙수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이준서 학회장은 부정적 낙수효과가 우려에 그칠 것으로 봤다. 2019~2021년 연간 금융투자소득이 5000만원 이상인 투자자가 전체의 0.9% 수준에 그쳤고, 이들이 미국 증시로 간다고 하더라도 현 제도하에서 해외시장에서의 자본이득세 20%를 고려하면 미국 시장 이전 유인이 낮다는 것이다.
반면 오문성 학회장은 "1년 간 매매 차익 5000만원 이상 투자자는 우리나라 주식투자 인구 1400만명 중 1% 가량인데 이들 큰손은 당연히 빠져나갈 것으로 본다"며 "250만원 이상 매매차익부터 양도세를 매기는 미국증시와 비교되는데, 아예 세금을 부과하지 않던 곳에서 새로운 세금이 부과되면 상대적 박탈감이 강조돼 국내 증시에 대한 이점은 더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상목 대표도 "금투세 도입 시 큰손 자금 이탈은 불가피하며, 현재도 이미 상당수가 그러한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이미 큰손들 입장에서 국장에 언제 다시 금투세가 나타날지 모른다는 불안감까지 더해져 민주당에서 폐지뿐 아니라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다시 거론하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해야 안심할 수준까지 이르렀다"고 전했다.
'큰손'의 이탈과 별개로 금투세가 외국인과 기관의 투자를 장려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상복 교수는 "시장은 개인 고액투자자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오히려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외국인과 기관"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조세회피 행위로 인해 개인 투자자가 주식을 매도하더라도, 해당 주식이 저평가된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시장원리에 따라 개인, 기관 및 외국인의 매수가 이루어져 시장충격이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투세 도입에 따른 시장 충격 사례로 꼽히는 대만 선례에 대해서는 "1989년 대만 증시 하락은 자본이득에 과도한 누진세(최대 50%)를 준비없이 급작스럽게 시행한 것과 이에 따른 사실상의 금융실명제 도입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라면서 "한국과 달리 금융실명제가 안착되지 않은 대만에서 차명계좌 노출에 대한 우려로 자금이 이탈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분리과세 및 장기간의 여유기간을 둠으로써 시장 충격을 최소화해 자본이득세를 안정적으로 도입한 일본과 유사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③금투세, 과세 형평성에 순기능?
금투세 과세형평성 역시 찬반론자의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는 주제다.
이준서 학회장은 금투세 세율 적합성에 대해 "타 소득과 비교시 대체적으로 적합하다고 판단한다"며 "다만 2단계 세율 적용에 대해서는 보다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며 1그룹과 2그룹의 공제한도에 대해서는 수정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펀드의 경우 주식형을 제외하고는 공제액 250만원은 간접투자를 독려해야 하는 현실과 정면으로 배치하기 때문에 2그룹의 공제한도를 상당 폭 높이거나 1그룹 2그룹을 통합해 공제한도를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복 교수는 "현재 금융투자상품은 매매 차익에 대해 비과세, 배당소득, 양도소득 등 각기 달리 과세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금융투자상품간 조세중립성이 심각하게 저해돼 왔으며, 손익통산 유무에 따라 담세력의 크기에 따라 과세되지 못해 조세형평성도 저해돼 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금투세는 기본적으로 손익통산과 손실이월공제를 인정하고 금융투자상품의 중도 매매로 인한 소득은 금융투자소득으로 주식의 배당, 펀드의 분배금과 같은 것은 배당소득으로 채권의 이자는 이자소득으로 단순화 함으로써 조세중립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반면 세율 적정성과는 별개로 현재 금투세 제도를 더 손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오문성 학회장은 "현재 5년으로 한정돼 있는 손익통산 기간을 미국처럼 평생 보장해주면 금투세 도입 자체를 반대할 명분은 없다"면서도 "다만 금투세 도입 후 현재 증권거래세가 폐지되면 세수가 더 적게 걷힐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세제의 기본 목적인 '세수 확충'과 대치되기 때문에 시장 혼란을 불러 일으키면서까지 강행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이제충 상무는 "세율 적정성은 여러 요인을 고려해야 하며, 해외 투자자 입장에서 국내 증시의 매력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증시를 선진화 시킨 후 순차적으로 과세 형평성 부분을 보완하는 과세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며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 공매도 금지 등 한국 증시에 대해 제도가 갑자기 바뀔 수 있다는 시각이 있고, 이는 아무래도 국내 증시나 정치권 상황 등에 정통하지 않은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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