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긴급진단] 찬반 모두 보완 필요성 공감… 어디를 고쳐야 하나
"손익통산기간 등 연착륙장치 필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을 두고 찬반 갈등이 거세지고 있지만, 찬성과 반대 측 모두 현행 자본시장 관련 세제체계 개선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금투세 도입을 찬성하는 전문가들도 이중과세, 형평성 등의 문제를 해소해야 금투세의 실효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금투세 이후 남는 '배당소득' 문제…'분리과세' 필요=찬성과 반대 모두 강조하는 부분은 배당소득의 분리과세 문제였다. 현행법상 2000만원 이상의 이자·배당소득에 대해서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돼 최대 45%의 세율이 부과된다. 만약 금투세가 시행된다 하더라도 배당소득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으로 남아 이중과세와 세금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상복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배당소득을 단일세율로 분류과세하고, 금투소득과 합산 과세함으로써 금투세 도입에 따른 투자자 반발을 완화할 수 있다"며 "금투세 도입 시 감세 논란이 있는 사모펀드 분배금 역시 동일한 차원에서 해결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투세 도입 이후 주식시장에서 이른바 '큰손'이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22년 기준 금융소득종합소득 배당소득금액은 21조4000억원, 큰손으로 분류되는 대주주의 양도차익은 2조4000억원이다. '큰손'은 금투세 보다 배당소득 과세에 더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준서 한국증권학회장(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도 "세금의 형평성 측면에서 금투세가 5000만원까지 공제해 준다면, 배당소득세에 대해서는 분리과세 한도를 현행 2000만원에서 최대 5000만원까지는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금투세 도입을 반대하는 측에서도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상목 액트 대표는 "지배주주의 배당 결정을 장려하기 위해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금투세 도입 이후에도 부과되는 '증권거래세' 역시 손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조세 원칙에 어긋나는 거래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증권거래세는 지난 1979년 거래소득에 과세할 여건이 무르익었다는 사회적 판단에 따라 도입됐다. 다만 매입단가 등을 관리해 매도가액 대비 정확한 차익을 산정하는 시스템 구축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해 매도가액을 기준으로 과세했다.
하지만 이익 또는 손실의 실현 여부와 무관하게 증권 거래에 일괄적으로 과세해 손실을 본 투자자에게도 과세하는 문제점과 거래비용 증가로 인한 가격발견기능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밖에 법인투자자가 거래세와 법인세를 이중으로 납부하는 문제와 주식시장과 관련 없는 농어촌특별세가 부과되는 점, 국내주식과 해외주식의 차별 과세 등으로 야기된 조세중립성 및 형평성 저해 문제 등도 거래세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오문성 조세정책학회장(한양여대 교수)는 "금투세가 도입된다면 증권거래세는 완전히 없어져야 한다"며 "다만 이 경우 세수 변화에 대해서는 명확한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상복 교수도 "금투세 도입 이후 실제이익을 기반으로 한 과세 시스템이 도입되고 거래세가 궁극적으로 폐지된다면 손실과세, 시장효율성 저하, 대주주의 과세 회피로 인한 시장왜곡 등 문제점들이 대거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거래세가 폐지될 경우 현재 압도적으로 세금을 많이 부담하는 외국인과 기관 등의 조세부담이 감소해 추가 자금 유입과 투자자 보호도 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현재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있는 증권거래세를 기존안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상목 대표는 "거래세를 줄이면 단타가 보다 판치는 시장이 될 것"이라며 "특히 거래세 인하로 인해 세수 부족의 명분으로 금투세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만큼, 금투세를 폐지하고 거래세를 다시 원상복구 시켜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ISA 혜택강화·탄력세율…"연착륙 유도책 있어야"=금투세가 현재 계획대로 적용할 경우 시장이 받을 수 있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다양한 '연착륙 유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금투세 반대 측에서는 '폐지'가 답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지만, 만약 금투세가 도입된다면 최소한의 시장 보호 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일부 동의했다.
가장 먼저 손봐야 할 부분으로는 손익통산 합산 기간을 꼽았다. 금투세가 현재 계획대로 도입될 경우 최근 5년간 5000만원이 넘는 결손금에 대해 과세한다. 다만 해외에는 손익 통산 기간이 더 길거나, 아예 기간 제한을 없앴다.
오문성 학회장은 "손익통산 기한을 평생으로 보장해 주면 금투세 도입 자체에 반대할 명분은 사라질 것"이라며 "지금은 5년으로 책정한 명확한 기준도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준서 학회장도 "손익통산 기한을 5년에서 10년으로 확장하거나 통산기간을 없앨 필요가 있다"고 봤고, 이상목 대표도 "주식시장에서 오랜 기간 큰 손실을 본 투자자가 최근 5년동안 이익을 봤다고 과세해야 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밖에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혜택 확대, 탄력세율 도입, 장기투자자에 대한 우대 정책 등을 보완점으로 꼽았다.
ISA 세제혜택 강화는 금투세 도입으로 인한 개인 투자자의 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수단으로 꼽힌다. 현재 금투세가 도입된 미국의 경우 롱텀 캐피탈 개인에 대해서는 소득구간에 따라 최소 0%의 세율을 적용해 면세하고, 일본도 소액투자에 대해서는 세제를 지원해 일반 투자자의 장기적인 자산형성 취지를 실현하고 있다.
이준서 학회장은 "기본적으로 금투세 도입을 위해서는 관련 세금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면서 "ISA의 경우 비과세 범위를 확대하고 최소한 현재 안이라도 국회에서 하루빨리 법제화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투세 도입 초기 탄력세율 적용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상복 교수는 "탄력세율은 과거 파생상품 양도소득세 도입과 같이 5%를 적용할 수도 있고, 일본의 전례를 따라 20%의 기본세율에 10%의 탄력세율도 고려할만 하다"며 "이밖에 현행 배당소득 또는 이자소득을 금융투자소득과 합산한 뒤 원천징수 세율 14%를 일괄 적용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만한 주제"라고 제언했다.
이상목 대표는 "현재의 금투세는 명백히 자본시장 후진화"라며 "세금대책은 국가경제 발전을 위한 국내 투자자의 투자 장려 목적으로 시행돼야 하지만 금투세는 장기투자자 공제 등 핵심을 짚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동산과의 형평성을 생각해서라도 주식을 오래 보유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장기투자자 우대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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