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데이트 장소였는데”…대한극장 폐관에 아쉬운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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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었을 적 아이 엄마랑 첫 데이트 장소였는데 사라지니 아쉽죠."
부산에 돌아가기 전 대한극장에 방문했다는 김모(62)씨는 "학생 때 이곳에서 단체 관람도 하고 데이트도 했던 추억이 있는데 이곳이 사라진다고 해서 귀성하기 전에 찾아왔다"며 "옛날에 종로에 있던 '서울극장'이나 '단성사'도 참 좋아했는데 하나 둘 사라지니 마음이 찡하다"고 말했다.
대한극장은 향후 공연장으로 개조돼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머시브(관객 참여형) 공연인 '슬립 노 모어'를 선보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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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가득’ 대한극장에 끊이지 않는 발길
학생 시절부터 연애 시절 추억까지 가득
‘수년간 적자’ 대한극장, 공연장으로 개조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젊었을 적 아이 엄마랑 첫 데이트 장소였는데 사라지니 아쉽죠.”
70대 남성 한모씨는 대한극장을 한참 바라보다 이같이 말했다. 충무로 인근을 지나다 극장을 찾은 한씨는 대한극장 내부 곳곳에 눈길을 준 뒤 발걸음을 옮겼다. 한씨는 “여기가 대한민국 영화의 중심지였는데 시대가 지나니 어쩔 수 없나 보다”라며 “벤허부터 시작해서 이곳에서 봤던 영화가 필름처럼 지나간다”고 아쉬운 마음을 표했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대한극장에 추억을 가진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대한극장 내부엔 공사 자재들과 용품들이 쌓여 있었고 지하철역과 연결된 지하 출입구 역시 철창으로 막혀 있었지만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은 쉽사리 발길을 떼지 못했다.
시민들은 과거 자신들이 봤던 작품들부터 여러 인연과의 추억을 회상하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근처 남산을 등산하고 돌아가던 70~80대 노인들은 ‘이곳이 폐쇄됐다’, ‘옛날에 진짜 대단했는데’ 등의 추억을 서로 이야기하며 대한극장 앞을 지났다. 80대 조모씨는 “총각 때 여기서 봤던 ‘벤허(1959)’가 가장 추억에 남는다”며 “신문을 보다가 이곳이 닫는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실제로 이렇게 닫은 모습을 보니 마음이 좋지 않다”고 씁쓸해했다.
일부는 문을 닫은 대한극장을 일부러 천천히 둘러보기도 했다. 부산에 돌아가기 전 대한극장에 방문했다는 김모(62)씨는 “학생 때 이곳에서 단체 관람도 하고 데이트도 했던 추억이 있는데 이곳이 사라진다고 해서 귀성하기 전에 찾아왔다”며 “옛날에 종로에 있던 ‘서울극장’이나 ‘단성사’도 참 좋아했는데 하나 둘 사라지니 마음이 찡하다”고 말했다.
미국 유명 영화 제작사 ‘20세기 폭스사’가 건물을 설계해 1958년 문을 연 대한극장은 개관 이후 ‘벤허(1959)’, ‘사운드 오브 뮤직(1969)’ 등 대작을 상영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과거와 달리 창문이 없도록 설계된 우리나라 최초의 극장으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전해지는 생생한 영상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줬다. 2000년에는 단관 극장에서 11개관 멀티플렉스 형태로 리모델리되며 ‘올드보이’ 등 유명 영화 시사회가 열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의 등장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가 주류를 이루며 단관 극장들은 인기를 잃기 시작했다. 단성사와 명보극장은 2008년, 서울극장은 2021년 문을 닫았다. 대한극장 역시 수년간 적자가 누적됐고 대한극장 운영사인 세기상사는 지난 4월 “오는 9월 30일 대한극장 영업을 종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한극장은 향후 공연장으로 개조돼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머시브(관객 참여형) 공연인 ‘슬립 노 모어’를 선보일 계획이다.
김형환 (hwan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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