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탓’ 몰고간 트럼프 “오직 중요한 대통령만 총 맞아” [트럼프 암살 시도]

홍주형 2024. 9. 18.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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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 이틀 만에 유세 재개
‘정적 탓’ 자제 7월 총격 때와 달리
“해리스·바이든의 레토릭 탓” 공격
밴스도 “민주선 당한 적 없어” 동조
백악관 “폭력 조장 안 했다” 반박
해리스, 트럼프에 짧은 위로 전화
NYT “대선 불복 조장한 트럼프
정치적 폭력의 명백한 표적 됐다”
지지율 해리스 51% 트럼프 45%
TV토론 직후 격차 6%P나 벌어져
미국 대선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두 달 만에 벌어진 두 번째 암살 시도 이후 이틀 만에 유세를 재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암살 시도에 대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책임을 거론했고, 백악관은 즉각 반박했다. 미국 대선이 두 차례에 걸친 대통령 후보 암살 사태, 양측의 정치 공방 등 잇따른 정치 폭력으로 얼룩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경합주 중 하나인 미시간주 플린트에서 열린 타운홀 행사에 참가해 자동차 산업 부흥을 약속하며 유세를 재개했다. 그는 이날 미시간 도트파이낸셜센터에서 한 연설에서 “오직 ‘중요한’ 대통령들만 총에 맞는다”며 “대통령이 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경호원에 둘러싸인 채 인사 17일(현지시간) 미시간주 플린트에서 열린 타운홀 행사에서 두 번째 암살 위기를 넘긴 뒤 처음으로 유세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왼쪽 두 번째)이 경호원들에 둘러싸인 채 손을 흔들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플린트=AP연합뉴스
앞서 15일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자신의 골프장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발생한 두 번째 암살 시도 이후 첫 유세에 나서는 것이다. ‘골프광’ 트럼프 전 대통령이 15일 골프를 치던 중 경호를 담당하던 비밀경호국(SS) 요원이 골프장 가장자리를 걷다가 나무가 늘어선 곳에서 소총으로 보이는 물체를 보고 그 방향을 향해 사격했다. 이번 사건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난 7월 13일 암살 미수 사건 약 두 달 만에 발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사태에 대해 해리스 부통령의 책임론을 거론했다. 그는 16일 방송된 폭스뉴스 디지털과의 인터뷰에서 “그(암살 시도범)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의 레토릭(트럼프에 대한 표현)을 믿었다”며 “그들의 레토릭이 내가 총에 맞도록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이 자신을 미국 민주주의와 자유에 대한 위협 등으로 규정하는 것이 암살 시도로 연결됐다는 주장이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 D 밴스 오하이오 상원의원도 같은 날 조지아주 애틀랜타 연설에서 누구도 민주당 대선 후보인 해리스 부통령을 죽이려고 시도하지 않았다고 언급하며 이 같은 주장에 동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암살하려다 체포된 용의자 라이언 웨슬리 라우스. X(옛 트위터) 갈무리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은 항상 모든 형태의 폭력에 대해 강력하게 규탄해왔다”며 “어떤 식으로든 폭력을 조장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다만 해리스 부통령은 직접 이 사태에 대해 거론하지는 않았다. 백악관은 총격이 발생한 다음날인 16일 바이든 대통령에 이어 이날도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통화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에 따르면 “짧고 정중하게” 진행된 통화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무사해 다행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이날 미시간 유세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전화를 걸어온 사실을 언급하고 “친절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의 책임론을 주장하는 것은 7월 펜실베이니아에서 유세 도중 총격을 받은 직후의 대응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책임을 주장하는 공화당 일각과 거리를 두며 정적들 탓을 하는 것을 자제했다. 당시에는 경쟁자인 바이든 대통령과 지지율 격차를 벌리고 있어 여유가 있었던 반면 현재는 해리스 부통령에게 뒤지고 있는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책임을 해리스 부통령에게 돌리면서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시도라는 관측이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해리스 부통령의 상승세는 계속되고 있다. 이날 모닝컨설트가 지난 13∼15일 등록유권자 1만1022명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주 TV 토론 후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를 더 벌렸다. 해리스 부통령은 전국 평균 기준 51%의 지지를 얻어 45%를 얻은 트럼프를 6%포인트 앞섰는데, 이는 오차범위 밖이며 토론 전 같은 조사보다 격차가 3%포인트 더 커진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두 번째 암살 시도가 벌어진 날 끝난 이 조사는 이번 사태의 영향을 반영하지는 않았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사태에 대해 사설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정치를 형성하는 데 점점 더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정치적 폭력의 영감이자 명백한 표적이 됐다”고 짚었다. 대선 불복, 의사당 난입 사태를 조장?관망하는 등 미국 사회에서 정치폭력을 조장하는 것으로 비판받았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두 달 사이 두 번이나 정치 폭력의 표적이 됐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프랑스 역사학자 코린 셀린은 NYT에 “2021년 1월 연방의회 의사당 난입 사태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번 대선이 평화롭게 끝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주 TV토론에서 2020년 대선 결과에 대해 “(내가 이겼다는) 증거가 너무 많다. (선거 결과) 승인을 위해 입법부에 다시 보냈어야 했다”라고 주장하는 등 여전히 대선 불복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대선 후보 암살 시도 사태까지 두 번이나 불거져 이번 대선 이후 미국 사회에서 정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워싱턴=홍주형 특파원, 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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