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가운데 `공실`이 지어지고 있다

이윤희 2024. 9. 18.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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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일대 빌딩 속속 재건축
2026년 이후엔 공급 과잉 우려
"중장기적으론 소화 가능 물량"
서울 종로구 공평구역 오피스 재개발 사업장의 모습 [디지털타임스 DB]

불확실한 경기 상황에서도 100%에 가까운 입주율을 자랑한 서울 광화문 일대 도심업무지구(CBD)도 향후 '공실 몸살'을 앓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건축을 통한 대규모 신규 공급이 오는 2026년 하반기 이후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18일 영국계 부동산 서비스기업 세빌스코리아와 상업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오는 2026년부터는 종로구 공평·수표·세운지구와 효제동 등에서 연면적 약 40만㎡ 수준의 오피스 공급이 예정돼 있다. 축구장 55개에 달하는 대규모 오피스 물량이 2026년 하반기부터 2027년까지 몰리는 것이다.

때문에 현재 공실을 찾기 어려운 이 지역의 오피스에서도 향후 공실률 상승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알스퀘어가 집계한 지난 2분기 CBD 지역의 오피스 공실률(신축 포함)은 2.6%로, 자연공실률인 5% 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다. 자연공실률은 임차인 이전 등으로 인해 자연히 생겨나는 최저 공실률을 의미한다.

원래 CBD는 광화문을 중심으로 한 종로구와 중구 일대의 업무권역이지만, 최근 동서 양방향으로 팽창하고 있다. 동쪽으로는 향후 공평지구와 세운지구를 넘어 광장시장 인근의 효제동까지 프라임 오피스가 공급되면서 CBD에 편입될 전망이다. 또한 서울역 인근의 중구 순화동과 회현동 일대 역시 '서울역-서대문1·2구역 제1지구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봉래구역 제3지구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등으로 확장한다.

거기다 원래는 주거용 상품으로 개발되던 사업지들이 사업성 악화를 이유로 줄줄이 오피스로 용도 변경을 하면서 이제는 과잉 공급까지 우려하게 됐다. '한국의 롯폰기힐스'를 표방한 중구 세운상가 일대 재개발 프로젝트로 지어지는 세운 6-3-3구역도 원래는 도시형생활주택을 건립하려다가 공사비 급등 등의 이유로 지난해 4월 공사가 중단됐다. 지난달 시행사는 오피스로의 용도 변경을 신청한 뒤 기존 시공사인 대우건설과 다시 계약을 맺었다. 이곳은 재개발을 통해 지하 8층~지상 32층, 오피스 시설 1개동과 근린생활시설로 조성된다. 오는 2026년 상반기 공급이 예정된 이 구역의 오피스 연면적은 8만3900㎡ 수준이다.

같은 해 하반기 공급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 중인 종로구 인사동 일대의 공평 15·16지구에는 연면적은 14만3431.88㎡ 규모의 지하 8층~지상 최고 25층 업무·상업시설 2개동이 신축된다.

오는 2027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한 효제동 오피스 개발은 DL이앤씨가 지분 66.0%를 보유한 특수목적법인(SPC) 효제피에프브이를 통해 직접 시행에 나섰다. 종로구 효제동 98번지 일원에 지하 7층~지상 12층의 오피스 빌딩 2개동으로 지어지고 연면적은 7만7119㎡ 규모다.

이 사업지 역시 주거용인 'e편한세상 효제동 오피스텔' 개발을 위해 부지를 매입했던 것이었다. 효제동 오피스 준공 이후에는 개발 주체인 DL그룹 본사가 이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DL그룹은 현재 입주해 있는 서대문역 인근의 돈의문 디타워 매각을 진행 중에 있다.

이밖에도 청계천 일대 수표도시환경정비사업 구역에서는 지하 5층~지상 24층으로 오피스빌딩이 지어진다. 이르면 2026년 하반기에 연면적 11만7813㎡ 규모의 초대형 오피스빌딩이 공급될 전망이다. 또한 호암아트홀과 서울역 인근 봉래구역 재개발 사업이 이달 서울시 사업시행 심의를 통과했다.

상업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그간 CBD지역은 공급이 정체된 데 반해 임차인의 재계약 비율은 높아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했던 곳이지만, 대규모 재개발 사업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향후 몇년간은 공실 발생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2년 준공한 여의도 IFC(연면적 32만8891㎡)만 해도 공실이 완전히 해소되는 데는 7~8년이 걸렸다"고 전했다.

다만 "정부와 공공기관, 외국계 기업, 국내 대기업들이 여전히 선호하는 업무지역인만큼 중장기적으로 공실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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