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 피아니스트 마리아 조앙 피르스가 ‘마스터클래스’를 열지 않는 이유
“진정한 교육은 동등한 관계에서”
“예술은 비교불가…평가하면 본질 잊어”
마리아 조앙 피르스(80)는 포르투갈 출신의 전설적인 피아니스트다. 지난 70여년간 모차르트, 쇼팽, 슈베르트, 드뷔시에 대해 탁월한 해석을 보여왔다. 많은 피아니스트와 관객이 존경하는 연주자지만, 정작 피르스는 “마스터클래스는 열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스터클래스란 마스터라고 알려진 누군가가 무지한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입니다. 누가 마스터를, 무지한 사람을 결정하나요. 전 진정한 교육은 동등한 관계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레슨할 때도 ‘함께 더 나은 소리를 만들자’며 접근합니다.”
리사이틀을 위해 내한한 피르스가 18일 서울 강남 풍월당에서 한국 팬들과 만나 자신의 음악 이력과 깨달음, 교육 방법론에 관해 이야기했다. 많은 연주자가 화려한 의상, 메이크업, 무대 매너로 관객을 즐겁게 하지만, 피르스는 쇼트커트, 면 혹은 마로 된 무채색 의상, 낮은 굽의 구두로 무대에 오른다. 피르스는 “저도 화려한 색깔을 좋아한다”며 웃은 뒤 “저 자신을 대단한 스승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무언가 배우려고 노력하는 사람일 뿐”이라고 말했다.
“우리 모두 늦게 배우기 시작합니다. 인생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에 한눈팔다가, 중요한 건 정작 뒤늦게 깨닫는다는 뜻이죠. 아이에게 악기를 가르칠 때 대체로 손의 기교를 강조하지만, 전 아이가 소리의 세계를 스스로 발견하게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피르스는 자신의 말대로 연주뿐 아니라 교육에도 헌신해왔다. 1970년대부터 예술이 삶, 공동체, 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고민해왔고, 1991년 포르투갈에 벨가이스예술연구센터를 설립했다. 음악뿐 아니라 영화인, 과학자 등 다양한 분야 인력과 교류해 학제 간 연구를 수행했다. 피르스는 “한 워크숍에서 ‘프레이즈’를 두고 고민했다. 프레이즈란 무엇인지, 어떻게 전개되는지, 이것이 인간 내면의 영적인 부분을 어떻게 건드리고, 어떻게 인간을 초월한 무언가를 만드는지 살폈다”고 전했다.
피르스는 겸손한 태도로 확고한 예술관을 견지했다. 그는 “요즘 음악계에선 커리어를 강조하지만, 커리어와 예술을 혼동해선 안 된다. 예술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인간을 넘어 비인간적인 무엇, 즉 영혼, 우주 등을 표현한다”며 “예술은 비교할 수도 없다. 누가 좋다, 누가 나쁘다 평가하는 와중에 예술의 본질은 잊는다”고 말했다.
피르스는 모차르트, 슈베르트, 쇼팽의 ‘스페셜리스트’라는 평에 손사래를 치며 “단지 그들의 음악을 좋아해 공부하는 사람일 뿐”이라고 말했다. “왜 그들을 좋아했을까요. 잘 모르겠네요. 제 손이 너무 작아 라흐마니노프는 치기 어렵다는 기술적인 문제 때문이었을까요(웃음).”
피르스는 20일 서울 예술의전당을 시작으로 인천, 대전, 대구 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쇼팽 녹턴과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가 레퍼토리다. 이후 대만으로 건너가 리사이틀을 마친 뒤 다시 한국으로 와 10월26일 성남아트센터에서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와 함께 슈베르트 ‘겨울나그네’를 선보인다.
백승찬 선임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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