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에 지지율 6%p 밀리는 트럼프, 힘겨운 추격전[트럼프 2차 암살시도 후폭풍]
TV토론 후 격차 더 벌어져
트럼프 지지자 결집 가능성
7월 만큼 극적효과는 없어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를 51일 앞두고 두번째 암살 시도를 겪으면서 향후 판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지난 1차 암살 시도와 마찬가지로 트럼프의 지지율이 오른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부동층까지 흡수하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다만 지금까지의 판세는 토론 이후 크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
■암살 시도 겪은 트럼프, 유세 복귀
CNN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트럼프는 17일(현지시간) 대선 경합주 중 하나인 미시간주의 플린트에서 열린 유권자 대담 행사에 참석해 이틀 전 암살 시도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17일 연단에서 "대통령직은 위험한 비즈니스"라며 "오직 중요한 대통령들만 총에 맞는다"고 말했다. 미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40%는 암살 시도를 겪었고 4명은 실제로 목숨을 잃었다. 민주당 대선후보로 트럼프와 맞섰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6일 트럼프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다. 바이든에게 대선후보를 넘겨받은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역시 17일 트럼프에게 전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상대 진영의 안부 전화에 "매우 좋았고, 고마웠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우리는 우리나라를 되찾아야 한다"며 "우리는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15일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트럼프인터내셔널골프클럽에서 일정에 없던 골프를 즐기던 트럼프는 총성을 듣고 황급히 몸을 피했다. 당시 골프장에 숨어들어 트럼프 암살을 시도한 58세 남성 라이언 웨슬리 라우스는 비밀경호국(SS)의 총격을 받고 달아나다 체포됐다. 트럼프를 노린 암살 시도는 지난 7월 13일 이후 두번째다. 7월 사건 이후 부실 경호 논란에 휩싸였던 SS는 트럼프가 7월 사건과 달리 총에 맞지 않았고, 용의자가 총을 쏘기도 전에 몰아냈다며 경호에 문제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7월처럼 트럼프에게 유리할까
영국 런던대(UCL)의 토머스 기프트 미국정치센터 소장은 17일 미국 뉴스위크와 인터뷰에서 "트럼프를 향한 여러 차례의 암살 시도는 그에 대한 동정 여론을 키울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15일 암살 시도가 7월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발생한 1차 암살 시도를 떠올리게 만든다며 당시 트럼프가 쓰러진 직후 일어나 주먹을 들어올린 장면을 강조했다. 기프트는 "트럼프는 민주주의를 위해 총알을 맞았다는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고, 미국인 가운데 일부는 그것만으로 트럼프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트럼프 지지율은 1차 총격 전인 7월 3일 여론조사에서 2%p 차이로 바이든을 앞섰지만 총격 이후 7월 16~18일 조사에서는 52%의 지지율을 기록하여 5%p 차이로 바이든을 제쳤다.
이에 대해 미국 노스이스턴대학의 코스타스 파나고풀로스 정치학 교수는 "정치적으로 두번째 암살 시도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결집을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무당파와 부동층의 마음을 움직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토론으로 탄력 받은 해리스
일단 현지 여론은 지난 10일 첫 TV토론에서 트럼프를 상대로 선전한 해리스에게 유리하다. 2차 암살 시도 이후에도 급격한 지지율 변화는 없는 상황이다. 미국 여론조사업체 모닝컨설트는 17일 발표에서 전국 유권자 1만10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해리스와 트럼프의 지지율이 각각 51%, 45%라고 밝혔다. 해리스는 토론 전에 3%p 차이로 트럼프를 앞섰지만 토론 이후 차이를 6%p로 넓혔다. 이번 조사는 2차 총격 전인 이달 13~15일에 진행되었으며 오차 범위는 ±1%p였다. 토론을 시청한 유권자 중 61%는 해리스가 제일 잘했다고 응답했고, 트럼프가 승리했다고 답한 유권자는 33%에 그쳤다.
가상자산을 기반으로 스포츠, 정치 등 여러 미래 이벤트에 베팅하는 온라인 사이트 폴리마켓에서 집계한 해리스의 대선 승리 확률은 2차 암살 시도 이후인 17일 기준으로 50%였다. 트럼프의 당선 확률은 2차 암살 시도 직후에도 48%에 그쳐 해리스에게 밀렸다. 트럼프의 당선 확률은 16일에 49%로 해리스와 동률이었지만 하락을 면치 못했다. 앞서 트럼프는 7월 1차 암살 시도 당일만 하더라도 폴리마켓 내 당선 확률이 60~70%까지 치솟았지만 이번 암살 시도에서는 큰 상승세를 받지 못했다. 트럼프는 1차 암살 시도 당시 공식적인 선거유세장에서 수많은 관중이 보는 가운데 총에 맞아 극적인 효과를 이끌어냈으나, 이번 사건에서는 자신이 보유한 골프장에서 개인적으로 쉬던 가운데 암살 시도를 겪었다.
다만 전문가들은 2차 암살 시도의 경우 용의자가 살아남았다면서 라우스의 범행 동기 및 진술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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