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경제 연착륙 시그널 … 연내 금리 추가 인하에 주목

문가영 기자(moon31@mk.co.kr), 송광섭 특파원(song.kwangsub@mk.co.kr) 2024. 9. 18.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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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반 만에 통화정책 완화
적정금리 4.25% 안팎 기대
경기침체 피했다는 신호에
글로벌 증시 새 동력 확보
자본유출 우려 덜어낸 中
공격적 경기부양 나설 듯
日 금리인상 이어나갈 땐
'엔캐리 청산 공포' 닥칠 수도

◆ 美 통화정책 분수령 ◆

연 5.25~5.50%로 유지돼온 미국 기준금리가 4년여 만에 대전환을 맞게 되면서 글로벌 자산 이동과 더불어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 행보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경기 침체 우려로 한 차례 휘청였던 글로벌 증시는 18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통화정책 전환(피벗)을 통해 새로운 시장 랠리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번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침체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신호를 시장이 받는다면 랠리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의 이매뉴얼 카우 유럽 주식 전략 부문장은 "첫 금리 인하 전후에는 금리 인하 이유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항상 시장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다"며 "침체 없는 금리 인하라면 미드사이클 조정 시나리오가 될 텐데 이때 증시는 다시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고 전망했다.

미드사이클 조정은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큰 폭의 금리 인하가 아닌 단기적인 조정을 뜻한다. 연준이 1995년 7월부터 1996년 1월까지 6개월간 0.25%포인트씩 세 차례 총 0.75%포인트의 금리 인하를 단행했던 것이 대표적 사례다.

향후 신흥국 통화정책 변화와 증시 향방은 연준이 올해 얼마나 가파른 금리 인하를 이어나갈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초까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고문을 지낸 존 파우스트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추후 몇 개월간 연준이 얼마나 큰 폭으로 금리를 인하할 것인지가 훨씬 더 중요한 질문"이라며 "올해 몇몇 (연준) 관료들은 100bp(1bp=0.01%포인트)의 금리 인하를 계획 중인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올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4.00~4.25%로 1.25%포인트 대폭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미 멕시코, 브라질 등 부진한 경기로 신음하는 라틴아메리카 신흥국들이 올 들어 선제적 금리 인하에 나선 가운데 유럽도 동참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6월 기준금리와 예금금리 등 정책금리를 일제히 내린 데 이어 이달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특히 부동산 장기 침체와 소비 둔화에 시달리는 중국이 통화정책 완화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미국의 이번 금리 인하로 자본 유출 우려를 던 만큼 보다 적극적으로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인민은행은 지난 7월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올 들어 두 번째 인하한 데 이어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도 작년 8월에 이어 약 1년 만에 낮춘 바 있다. MLF 대출은 중국인민은행이 시중 금융기관을 상대로 자금을 빌려주는 도구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중국이 경제 회복의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우선 미·중 간 금리차 확대에서 비롯된 중국 내 자금 이탈이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중 패권 경쟁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의 '탈중국' 등이 그 배경으로 꼽히지만, 전문가들은 가장 큰 이유로 미·중 금리차를 꼽는다. 미국의 금리 인하로 금리차가 줄면 중국 외자 유출 감소세 역시 잦아들 수 있다는 얘기다.

이날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로 활용되는 7일물 역환매채권(RRP) 금리를 6.25%에서 6.00%로 0.25%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연준의 금리 인하 조합과 더불어 일본은행(BOJ)의 금리 결정 조합이 자본시장에 가져올 변동성에도 시장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18일 연준의 금리 결정 이후 20일에는 일본은행의 통화정책회의가 예정돼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금리 동결이 유력하지만 만약 공격적인 금리 인상 메시지가 나올 경우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공포가 시장을 짓누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의 금리 인하와 맞물려 달러 강세가 한동안 유지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달러 전망은 기준금리 그 자체보다 다른 나라와의 상대적인 금리 수준 차이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미국 기준금리가 다른 나라보다 더 낮아지지 않는 이상 투자자들이 대거 이탈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JP모건에 따르면 최근 연준의 금리 인하 사이클 4번 중 3번은 첫 인하 직후 달러 가치가 오히려 오른 바 있다.

금값은 통상 금리가 내릴 경우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오르는 경향이 있지만, 현재 금값이 사상 최고 수준을 연일 경신하고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존 리드 세계금협회(WGC) 시장전략가는 "금 선물시장은 이를 겨냥하고 있다"면서도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라'는 격언이 벌어지고 있을 수 있다"고 선반영 가능성을 경고했다.

[서울 문가영 기자 / 베이징 송광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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