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영세기업 보호보다 성장에 초점을

2024. 9. 18.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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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지났다.

해마다 명절이면 공항을 가득 채운 여행객의 모습과 쉬지도 못하고 상여금도 받기 어려운 영세 중소기업의 모습이 대비된다.

왜 한국에는 영세 중소기업이 많고, 갈수록 늘고 있을까.

그 원인의 최상단에는 성장하지 못하는 영세 중소기업의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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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업 늘어도 규모 작고
중소기업 중심 지원 정책이
영세기업 성장 꺼리게 해
기업 선진화와 확대 지원을

추석이 지났다. 해마다 명절이면 공항을 가득 채운 여행객의 모습과 쉬지도 못하고 상여금도 받기 어려운 영세 중소기업의 모습이 대비된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보면 명절이나 경조사를 겪으면 중소기업 직원의 비애가 실감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근로자의 대부분은 중소기업에 근무하고 있다. 중소기업 기본통계에 따르면 전체의 81%가 중소기업 종사자이고, 그중 약 57%는 종사자 5인 또는 10인 미만의 소상공인 업체에서 일한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50인 미만 소기업 종사자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다.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의 근로조건이 나쁜 것은 어디나 마찬가지지만 우리는 격차가 특히 심하다. 미국과 일본에서 50인 미만 소기업의 임금은 대기업의 75%와 60% 수준이지만 우리나라는 51%다. 그도 그럴 것이 소기업의 노동생산성은 대기업의 3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흔히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격차가 주목받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가 사실 더 중요한 문제다.

왜 한국에서 격차가 유독 심할까. 우리의 대기업은 더 크고, 중소기업은 더 작기 때문이다. 제조업 고용 규모 기준으로 우리 대기업은 미국 대기업보다 평균 40% 더 크지만, 중소기업은 절반 크기에 불과하다. 우리 경제는 규모도 크고 대우도 좋은 소수의 글로벌 대기업과 영세하고 열악한 다수의 중소기업으로 구성돼 있다.

격차가 줄어들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다른 선진국에서는 소기업 종사자 비중이 축소되는 추세지만 우리나라는 오히려 늘고 있는데, 주로 5~10인 미만의 소상공인 종사자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1인 기업이 급증하고 있는데, 작년 중소기업 종사자 증가분 중 4분의 3이 1인 기업이었다.

왜 한국에는 영세 중소기업이 많고, 갈수록 늘고 있을까. 두 가지 큰 이유가 지적된다. 하나는 서비스업 비중의 확대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서비스업의 비중이 커진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한국의 서비스업은 고도화되지 못하고 있다. 보건이나 금융 등 고부가가치 전문 서비스업은 이해관계자 반발과 규제의 벽에 막혀 있고, 도소매 숙박이나 부동산업 등도 대규모화가 어려운 환경이다. 우리나라의 외식업체 숫자는 미국보다도 많은데 종사자 수는 8분의 1에 불과하다고 해서 놀란 적이 있다. 그만큼 규모에서 차이가 난다는 뜻이다. 서비스업 종사자는 계속 느는데, 영세성을 못 벗어나는 것이 격차가 확대되는 원인이다.

두 번째는 중소기업에 집중된 정책의 영향이다. 중소기업을 벗어나면 각종 혜택은 사라지고 규제는 늘어서 성장을 오히려 두려워한다는 피터팬 신드롬이 지적된다. 실제로 KAIST 연구진에 따르면 정부 지원을 받은 중소기업이 중소기업 판별 기준에 근접할수록 추가 고용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음을 보였다. 프랑스, 인도, 포르투갈 등에 관한 연구는 중소기업이 노동 규제를 피하려고 규모를 늘리지 않거나 심지어 줄이기도 함을 보여준다. 성장을 꺼리는 중소기업은 혁신 노력도 적게 하는데, 한 연구에 의하면 프랑스 혁신 활동의 5.4%가 이 때문에 줄었다고 한다. 정부 지원은 구조조정을 지연하는 효과도 있다. 2010년대 이후 이자 비용조차 벌지 못하는 좀비 중소기업이 크게 늘었는데 이것도 영세성을 키웠다.

한국 경제, 나아가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점은 격차의 지속과 심화에서 비롯된다. 그 원인의 최상단에는 성장하지 못하는 영세 중소기업의 문제가 있다. 수십 년의 정책실험은 보호와 지원이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서비스업 선진화와 더불어 기업 규모 확대를 촉진하는 정책이 절실하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경제사회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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