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S·카메라·마이크, 뚫릴 수 있어"…`구시대 유물` 삐삐 못 놓는 헤즈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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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대 삐삐인데 아직도 쓰고 있나."
이스라엘과 무력 분쟁 중인 친이란계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조직원들이 지닌 무선호출기(삐삐) 수천개가 동시 폭발하는 사건이 벌어진 가운데, 헤즈볼라가 수십년전 쓰였던 삐삐를 아직도 못 버리는 이유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레바논 안보 소식통은 헤즈볼라가 수입한 무선호출기 5000개에 이스라엘 대외 정보기관 모사드가 폭발물을 심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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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대 삐삐인데 아직도 쓰고 있나."
이스라엘과 무력 분쟁 중인 친이란계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조직원들이 지닌 무선호출기(삐삐) 수천개가 동시 폭발하는 사건이 벌어진 가운데, 헤즈볼라가 수십년전 쓰였던 삐삐를 아직도 못 버리는 이유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레바논 보건당국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오후 3시30분께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무선호출기가 폭발하면서 최소 9명이 숨지고 3000명 이상이 중경상을 입었다.
익명을 요구한 레바논 안보 소식통은 헤즈볼라가 수입한 무선호출기 5000개에 이스라엘 대외 정보기관 모사드가 폭발물을 심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의혹과 관련해 이스라엘군(IDF)은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
헤즈볼라가 잊혀진 기술, 삐삐를 고수하는 이유는 각종 첨단기술과 소프트웨어로 무장한 스마트폰에 비해 단순한 기술로 구성되다 보니 역설적으로 해킹이나 추적 포인트가 적기 때문이다. 작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해 가자 전쟁이 발발한 이래 하마스 측에 선 헤즈볼라는 조직원들에게 무선호출기 사용을 장려해 왔다. 휴대전화가 해킹돼 공격계획이 사전에 노출되거나 이스라엘의 표적공습에 주요 인사가 암살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휴대전화의 카메라와 마이크는 스파이웨어를 심을 경우 원격 도·감청 수단이 될 수 있다. 위성항법장치(GPS)는 사용자의 위치를 실시간 추적하는 도구로 변신할 수 있다.
실제 이스라엘 보안기업 NSO 그룹이 개발해 세계 각국에 수출한 휴대전화 도감청용 스파이웨어 '페가수스'는 민간인 불법 사찰 등에 광범위하게 악용돼 국제적 물의를 빚은 바 있다.
그런 문제 때문에 헤즈볼라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올해 2월 헤즈볼라 무장대원들에게 휴대전화를 쓰지 말라고 경고했다. 일부 외신은 헤즈볼라가 전투지역에서의 휴대전화 사용을 아예 금지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삐삐는 카메라와 마이크 등이 없어 도·감청 위험이 적고, 전파음영지역에선 통신이 제대로 되지 않는 문제도 휴대전화보다 덜하다. 이 때문에 삐삐를 선호하는 것을 이스라엘 정보당국이 역이용한 것이다.
한편 이날 소셜미디어에는 무선호출기가 별다른 전조 없이 곧장 폭발하는 모습을 담긴 영상들이 공유됐다. 정상적인 기기를 해킹해 리튬이온 배터리를 과열시키는 등 방식으로 폭발을 유도했다면 폭발에 앞서 연기가 치솟거나 불이 붙어야 하지만 그런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다.
미국 사이버보안기업 에라타 시큐리티의 로버트 그레이엄 최고경영자는 "악성코드로 배터리를 터뜨릴 수는 있지만 영상에 잡힌 것처럼 강한 폭발을 일으킬 수는 없다"면서 "무선호출기가 레바논에 전달되는 과정에서 누군가 폭발물을 심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해당 삐삐에는 대만 업체 골드아폴로의 상표가 붙어있었지만 골드아폴로는 해당 기기들이 대만이 아닌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제조됐다고 밝혔다. 공급망이 뚫린 뒤 유통 과정에서 해당 기기들에 폭발물이 설치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수천대의 무선호출기를 터뜨리는 전례 없는 공격 방식은 민간인까지 해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히브리대학 소속 국제법 전문가 탈 밈란은 "무선호출기 공격은 새로운 유형의 공격이고 지금껏 본적이 없는 것"이라면서 "그 공격에 누가 다칠지, 얼마나 많은 사상자가 부수적 피해로 간주될지 적절히 평가될 수 있었겠느냐"고 밝혔다. 유진아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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