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순방길 오르는 尹, 원전 세일즈 본격화…3대 체크포인트는?
韓-체코 ‘원전 동맹’ 계기로 유럽시장 공략
美 웨스팅하우스 지재권 분쟁 해결이 ‘관건’
테믈린 추가 수주 기대…英·폴란드도 모색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체코 순방길에 오른다. 앞서 7월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체코 원자력발전소(원전) 건설 사업의 성공적인 완수를 위해 양국 간 ‘원전 동맹’을 구축하고, 이를 발판삼아 유럽과 글로벌 원전 시장 진출 기반의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원전 수주 과정에서 불거진 미국계 원전 기업인 웨스팅하우스와 지적재산권 분쟁이 유일한 걸림돌이라 이를 원만히 해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양국, 포괄 경제협력 논의…4대 그룹 총수 총출동
윤 대통령은 이번 순방을 계기로 체코와 원전 동맹을 구축함과 동시에 양국 간 포괄적인 경제 협력을 논의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독일, 일본, 미국에 이어 체코의 4위 투자국인 만큼 원전 협력을 계기로 자동차 산업을 기반으로 배터리, 첨단 로봇, 공급망, 에너지 분야 등 전 산업 분야에 걸쳐 협력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경제 협력을 위해 4대 그룹(삼성전자·SK·현대차·LG) 총수 전원을 비롯해 50~60개 기업 관계자들이 경제사절단으로 윤 대통령의 순방길에 동행한다.
이번 2박 4일 동안의 체코 방문에서 윤 대통령은 페트르 파벨 대통령과 페트르 피알라 총리와 만나 외교안보와 경제 분야 협력 등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할 예정이다. 핵심은 원전 분야 협력이다.
관건은 원전 수주 과정에서 불거진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지적재산권 분쟁이다. 웨스팅하우스사는 한수원의 원자로 설계 지재권을 보유했다는 점을 내세워 “자사의 허락 없이 기술 사용은 불가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앞서 우리나라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당시에도 같은 주장을 했으며, 결국 웨스팅하우스는 일부 설비를 공급하는 조건으로 합의를 한 바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번 체코 수주 건은 과거와 달리 한국형 기술을 주력으로 하는 만큼 분쟁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글로벌 원전 시장 진출할 때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미 원전 동맹 파트너쉽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순방에서는 양국 간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TIPF) 협정도 체결될 예정이다. TIPF는 자유무역협정(FTA)의 핵심인 관세양허(축소·철폐)를 배제한 포괄적 업무협약(MOU)으로, 국회 비준이 필요 없는 새로운 통상 협정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체코상공회의소 등과 함께 개최하는 비즈니스포럼에서는 첨단산업, 고속철도, 우크라이나 재건 등 협력 방안도 논의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양국은 항공우주, AI(인공지능) 디지털, 양자과학기술 등 새롭게 협력할 분야들도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K원전 수출 본격화…유럽시장 진출 모색
이번 순방을 계기로 체코가 추가로 발주할 테믈린 지역 내 원전 2기(3·4호기) 건설사업의 수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한수원을 주축으로 한 팀코리아는 추가 2기 건설 발주가 진행될 될 경우 발주사인 체코 정부 측과 단독 협상을 할 수 있는 우선협상권을 확보하게 된다. 이를 확정하면 체코로부터 수주한 금액이 최대 40조원을 웃돌게 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앞선 협상에서 이미 체코 정부로부터 가격경쟁력이나 기술력, 공기 준수 등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추가 수주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만 태믈린 원전 발주는 아직 기간이 많이 남은 만큼, 체코 정권이 교체되는 것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체코를 시작으로 K원전 수출이 본격화할지도 관심이다. 향후 발주가 예상되는 영국, 폴란드, 네덜란드, 핀란드, 슬로베니아, 스웨덴 등 다른 해외 원전 시장에도 국내 업계의 진출 기회가 많아질 것으로 점쳐진다.
이미 한수원은 2022년 폴란드와 한국형 원전 건설을 위한 협력의향서를 맺었으며, 네덜란드에도 가압경수로형(APR1400) 원전 수출을 위한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한 타당성 조사 조약을 체결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미국 워싱턴 D.C.에서 체코뿐만 아니라 네덜란드, 스웨덴, 핀란드 등 주요국 정상들과 별도의 양자회담을 열어 신규 원전 협력 등을 논의하는 등 원전 수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김기덕 (kidu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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