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방조 혐의’ 인정 관건은?[뉴스분석]

정대연·김나연 기자 2024. 9. 18.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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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가 지난 10일 자살 방지를 위해 서울 마포대교 난간에 설치된 시설을 직접 만져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항소심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유사한 역할을 한 ‘전주’ 손모씨가 방조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검찰이 김 여사를 같은 혐의로 기소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 여사의 통화 녹취록을 판결문에 담으면서 김 여사 계좌가 주가조작에 활용됐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김 여사가 주가조작 세력의 시세조종을 인지했는지는 판단하지 않았다. 검찰이 이를 밝혀내는지가 김 여사 기소 여부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이 18일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권순형)가 지난 12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에 대해 선고한 항소심 판결문을 살펴봤더니, 김 여사 이름이 80번 넘게 등장했다. 1심 판결문에 37번 등장했던 데 비해 2배가 넘는다. 항소심도 1심과 마찬가지로 김 여사 계좌 3개와 김 여사 어머니 최은순씨 계좌 1개가 주가조작에 동원됐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 실린 김 여사와 증권사 담당자의 통화 녹취록은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 정황을 매우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 2010년 10월28일 통화에서 대신증권 담당자가 “10만주 냈고” “그거 누가 가져가네요”라고 하자 김 여사는 “아, 체결됐죠”라고 말한 것으로 나온다. 담당자가 “예. 토러스 이쪽에서 가져가네요”라고 하자 김 여사는 “그럼 얼마 남은 거죠?”라고 물었고, 담당자가 “이제 8만개 남은 거죠”라고 하자 김 여사는 “아니, 나머지 금액이 어떻게 되냐고요. 지금 판 금액이요”라고 물었다.

같은 해 11월1일 통화 녹취록에선 대신증권 담당자가 “방금 도이치모터스 8만주 다 매도됐습니다”라고 하자 김 여사가 “예.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이날 주가조작 일당 간에 “3300에 8만개 때려달라” 등 문자 메시지가 오간 직후 김 여사의 대신증권 계좌에서 도이치모터스 주식 8만주가 3300원에 매도 주문이나왔다. 통화는 이 거래 직후 이뤄진 것이다.

항소심 판결문엔 공소시효를 넘긴 시점인 2010년 1월25일과 1월26일의 통화 녹취록도 실려있다. 김 여사는 1월25일 신한투자증권 담당자와 통화하면서 “그분한테 전화 들어왔죠?”라고 말했다. 1월26일에는 담당자가 “지금 2440원까지 8000주 샀고요 추가로”라고 하자 김 여사가 “또 전화 왔어요? 사라고?”라고 했다. 담당자가 “네네. 추가로 2440원까지 그렇게 사겠습니다”라고 하자 김 여사는 “네.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 여사 녹취록을 권 전 회장 유죄 입증 근거로 삼으면서 “권 전 회장 등의 의사관여 하에 거래가 이뤄지고, 증권사 담당자는 그 지시에 따라 주문 제출만 했을 뿐”이라고 판단했다. 권 전 회장 측 주장처럼 김 여사가 증권사 직원에게 거래를 맡겨뒀거나 증권사 직원이 독자 판단으로 투자한 것이 아니라, 김 여사 계좌가 권 전 회장 의사에 따라 시세조종에 이용됐다고 본 것이다.

녹취록에 나오는 “체결됐죠” “그분한테 전화 들어왔죠?” 등의 말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세력의 시세조종 행위를 당시 알고 있었다는 정황으로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이 녹취록 등을 두고 “권 전 회장과 김 여사 사이에 의사연락이 있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판결문은 김 여사에 대해 “도이치모터스의 초기 투자자로 권 전 회장의 지인”이라고 명시했다. 일각에선 김 여사와 최씨가 오랜 기간 권 전 회장과 인연을 맺어온 점을 들어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지했을 거란 의혹을 제기한다. 김 여사와 최씨는 해당 주가조작으로 인해 23억원가량 이익을 보기도 했다.

그렇지만 검찰은 항소심에서 방조 혐의에 대해 유죄가 선고된 손씨와 김 여사를 동일선상에 놓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손씨가 주가조작 일당과 직접 연락을 주고 받았고, 이를 통해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해 직접 주식 거래를 한 사실을 인정했다. 반면 지금까지 이뤄진 검찰 수사에선 김 여사가 주가조작 세력과 시세조종 관련 연락을 주고받은 증거는 확보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항소심은 주가조작에 대한 미필적 인식이나 예견만으로도 방조 혐의가 인정된다고 봤다. 이에 따라 김 여사가 미필적으로나마 시세조종 사실을 알았는지가 김 여사 기소 및 유죄 여부 판단에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의 시세조종 작업을 알고도 계좌·자금을 제공했다면 손씨처럼 방조 혐의가 인정될 수 있다. 검찰 수사의 성패도 여기에 달려있다.

항소심서 유죄가 선고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피고인 9명 중 2명이 선고 이튿날인 지난 13일 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하면서 이 사건은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 권 전 회장과 손씨 등은 이날까지 상고하지 않았다. 상고 기한은 오는 19일이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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