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로 날아 '쾅'···드론 잡는 드론, 美 국방부도 주목 [스케일업 리포트]

이덕연 기자 2024. 9. 18.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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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니어스랩 대표
올 초 안티드론 '카이든' 개발
제작비용 저렴한데 정밀 요격
국군 비롯해 美서 기술실증도
풍력발전 관리 자체 SW 통해
지멘스 가메사 등 솔루션 공급
내년 기술특례상장 기대 커져
니어스랩이 개발한 안티드론 ‘카이든’이 시속 150㎞로 비행 중인 가상 적 드론을 최고 시속 250㎞로 격추하는 데 성공하는 모습. 사진 제공=니어스랩
[서울경제]

올 4월 13일(현지 시각) 이란이 무인 드론 170기, 순항미사일 30기, 탄도미사일 120기를 동원해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하자 이스라엘의 대공 방어 체계 ‘아이언돔’이 작동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이 밝힌 요격률은 99%. 하지만 정작 외신이 주목한 것은 이스라엘이 이날 지출한 방위 예산이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저가 드론·미사일 약 300기를 방어하는 데 하룻밤에 1조 8000억 원 상당의 무기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이란이 공격에 사용한 드론의 1대당 가격은 2800만 원에 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드론이 현대전의 양상을 바꾸고 있는 가운데 이를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안티드론(적 드론을 공격하는 드론) 산업에서 국내 기업이 주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부 출신 최재혁 대표와 정영석 최고기술책임자(CTO)가 2015년 설립한 기업 니어스랩은 최고 시속 250㎞로 적 드론을 직접 충돌·요격하는 안티드론 ‘카이든’을 올 초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값싼 제작 비용과 뛰어난 성능, 안정성이 주목을 받으며 우리 군을 비롯해 미국 국방부와 기술 실증(PoC)을 진행하고 있다.

니어스랩이 개발한 안티드론 ‘카이든’의 모습. 카이든은 크기가 가로·세로로 23.0㎝, 높이는 높이 32.2㎝에 무게가 2㎏에 불과한 소형 드론이다. 사진 제공=니어스랩

◇방어 효율성 극대화=니어스랩의 자체 개발 안티드론 카이든은 크기가 가로·세로로 23.0㎝, 높이는 높이 32.2㎝에 무게가 2㎏에 불과한 소형 드론이다. 본체에 상대방 드론을 포착하는 비전(시각) 인식 카메라, 자율 비행·추격·충돌을 가능하게 하는 반도체 칩, 모터 정도만 탑재돼 있어 제작 비용이 높지 않다. 고속으로 직충돌해 상대방 드론을 요격하는 방식이다보니 탄두를 따로 탑재하지 않아도 된다. 최 대표는 “일반 공격용 드론과 비교했을 때 제작 비용이 같거나 낮은 수준”이라며 “우리나라·미국 군과 실증을 진행할 수 있는 핵심 요인 중 하나가 가격 경쟁력과 방어 효율성”이라고 말했다.

드론의 효용성이 본격적으로 주목받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쓰인 ‘FPV(First Person View·1인칭 시점)’ 드론의 경우 제작 비용이 400달러(약 53만 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사용한 이 드론은 조종사가 원격에서 실시간 영상을 전송받아 수십억 원짜리 러시아 탱크 등 중화기를 정확하게 타격한다. 이런 드론을 요격하는 지대공 미사일 단가는 최소 200만 달러(약 26억 6400만 원)에 달한다. 반면 드론으로 적 드론을 직접 타격하는 안티드론은 제작 단가가 공격 드론과 비슷해 군수의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문제가 없다.

니어스랩 카이든이 가진 또 다른 경쟁력은 성능과 안정성이다. 니어스랩은 이달 초 열린 ‘드론봇 챌린지’의 ‘공격 드론' 분야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드론봇 챌린지는 추후 드론 전력화를 위해 국방부가 주최하고 드론작전사령부가 직접 주관하는 행사다. 공격, 해양·항공, 감시·정찰 등 3개 분야로 나뉜다. 공격 분야에서 니어스랩 카이든으 시속 150㎞로 비행 중인 적 드론을 카메라로 탐지·식별해 자율비행으로 거리를 좁힌 후 직접 충돌해 요격했다. 목표 드론이 갑작스러운 회피 기동을 했지만 자율비행과 자세 제어 기술로 목표물을 정밀 요격하는 데 성공하면서 국내외 기업 중 공격 분야 1위에 올랐다.

니어스랩 드론이 한 풍력발전기 터빈과 날개의 이상 유무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제공=니어스랩

◇‘안전 수호’가 비전=니어스랩은 본래 드론을 활용해 풍력 발전소 등 산업 시설을 점검, 유지·보수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업을 해왔다. 최근 만들어지는 일부 풍력 발전기는 날개 길이만 150m를 넘고 높이는 350m에 달해 프랑스 파리에 있는 에펠탑보다도 큰 수준이다. 이런 발전기가 100대~200대 있는 해외의 대형 풍력 발전 시설에서는 기기의 효율이 떨어질 시 문제 유무를 점검하는 일을 사람이 담당해왔다. 수백 미터 높이의 풍력 발전기를 사다리를 타고 직접 올라가 날개 균열 등을 육안으로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최 대표는 자칫 안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산업 시설 점검, 유지·보수 작업을 드론이 조력하는 사업 아이템을 구상했다. 이를 위해 글로벌 선두 드론 제작 기업인 DJI에서 하드웨어 기체를 수입하되 소프트웨어는 직접 개발·적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수입 기체에 입혀진 소프트웨어를 변경해 주변 풍향·풍속·시설에 따른 비행, 자세 제어 방식을 조정하는 식이었다. 풍력 발전소의 경우에는 풍속이 강하면서도 날개의 회전에 따른 바람 세기·방향 변화가 잦아 일반 드론으로는 안정적인 비행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자체 소프트웨어 탑재에 나선 것이다.

니어스랩의 드론 솔루션 사업이 날개를 편 것은 지멘스 가메사로의 납품이 현실화되면서부터다. 2019년 말 지멘스는 풍력 발전 시설 점검 업무를 드론으로 대체하기 위해 전 세계 20여 곳의 드론 솔루션 전문 기업을 초청했다고 한다. 드론이 풍력 발전기 사이를 비행하며 작게는 0.3㎜의 균열을 날개에서 찾아내는 과제 등이 주어졌다. 니어스랩은 오디션에 가까운 이 현장 평가에서 1위에 오르며 자체 솔루션을 전세계 지멘스 가메사 풍력 발전 시설에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이를 바탕으로 이후 GE, 베스타스 등 세계 주요 풍력 발전기 제조·운영 기업과도 협업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니어스랩 드론이 한 풍력발전기 터빈과 날개의 이상 유무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제공=니어스랩

최 대표는 니어스랩의 중장기 비전이 “드론 기술을 활용해 우리 생활에서 안전을 책임지는 것”이라 밝혔다. 니어스랩은 올 초 카이든을 통해 방위 산업으로 진출한 것에 더해 자체 개발·제작한 드론 ‘에이든’으로 공공 안전 분야에도 발을 뻗었다. 에이든은 드론 여러 대가 군집 자율 비행을 하며 목표물을 포착·보고하는 일을 맡는다. 허리케인 등 대규모 재난 상황이 발생하고 난 후 생존자를 수색하는 일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감시, 추적 역할도 할 수 있어 우리나라 국방부를 비롯한 미국 소방·경찰 당국과 실증을 거치는 중이다.

2022년 200억 원 규모의 시리즈C 라운드 투자를 받은 니어스랩은 현재 후속 라운드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다. 내년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추가 자금을 확보하고 글로벌 선두 드론 제작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그동안 세계 각지 산업 시설에 솔루션을 공급하며 축적한 데이터와 우리나라·미국 군과 실증을 진행하며 체득한 기술 개발 노하우는 니어스랩이 가진 핵심 경쟁력이다. 최 대표는 “인력이 담당해온 위험한 일을 조력해 사람은 보다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며 “기술을 활용해 안전을 수호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덕연 기자 gravit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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