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9월 주담대 주춤하지만…기준금리 인하 괜찮을까?
10~11월 주담대 증가 이어질 듯
미국 등 주요국 금리인하 하는데
한은, 가계부채와 내수부진 사이 딜레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가 18일(현지시간)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시중은행 가계대출이 이달들어 주춤하고 있다. 그러나 수도권 주택 거래량 등을 고려하면 가계대출 증가세가 10~11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한국은행의 고민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 잔액(지난 12일 기준)은 지난달 말보다 2조1772억원 증가한 570조8388억원이었다. 8월 한 달간 늘어난 주택담보대출이 8조9115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증가 속도는 다소 느려졌다.
주택구입 목적의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규모도 전달보다는 아직 적다. 지난 9일 기준 5대 은행이 이달 들어 신규 취급한 주택담보대출(주택구입 목적) 총액은 3조645억원으로, 하루 평균 3045억원씩 새로 내준 것으로 집계됐다. 신규 취급액 12조4370억원으로 월간 기준 최대 기록을 세웠던 지난달 하루 평균 4012억원이었으니 한 달 사이 증가폭이 15%가량 줄어든 셈이다. 다만 7월(3861억원)이나 6월(3617억원)과 비교하면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이같은 추세를 가계부채 안정화로 해석하기엔 아직 이르다. 일단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전 대출을 받으려던 ‘막차 수요’로 지난달 가계부채가 유독 폭증한 것에 대한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여전히 가계대출이 많은 편이다.
전달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한 7월 주택 거래량도 주요 변수다. 주택담보대출은 통상 주택 거래 계약 시점으로부터 2~3개월 뒤인 잔금일에 집행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7월 전국 아파트 매매(신고일 기준)는 5만4732건으로 6월(4만3300건)보다 26.4% 늘었다. 특히 서울 지역 아파트 매매는 6월(6150건)보다 54.8%나 증가한 9518건이었다.
수도권 쏠림 현상은 이미 이달 대출 실적에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달 5대 은행의 주택구입 목적의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액 중 69.6%가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주택 관련 대출로 2021년 8월(71.8%) 이후 가장 뚜렷한 쏠림세를 보이고 있다. 7월에 이어 8월에도 수도권 중심의 주택 거래량 증가세가 계속됐다면, 이를 반영한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10월~11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음달 기준금리 결정을 내려야 하는 한은의 고민은 커진다. 한은은 최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수도권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추이가 금융안정 상황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서 향후 금리인하 시기와 속도 등을 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수도권 집값과 가계부채 안정화를 금리 인하의 선결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섣불리 금리를 인하했다가 가계부채가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영업자들의 불황은 짙어지고 내수 부진은 커져만 가고 있다. 여기에 미국, 캐나다, 유럽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9월말 10월초까지 가계대출 관련 수치가 뚜렷하게 감소하는 경향성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전세계가 통화정책 전환에 들어가는데도 한국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올해 한은의 금융통화위원회는 10월과 11월 단 두 차례 남았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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