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리그 우승, KS 직행 이범호 기아 감독 “확률 100%, 예외 없다”
이범호 기아(KIA) 타이거즈 감독은 아침에 눈을 떠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시간은 정확히 오전 9시17분이었다. ‘오늘 뭔가가 이뤄지지 않을까’ 싶었다. 이날은 9월17일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아는 200‘9’년과 20‘17’년에 정규리그 및 한국시리즈 우승을 했던 터. 이 감독의 꿈은 예지몽이 됐는지, 기아는 잔여 경기 승패와 상관없이 9월17일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기아는 통합 우승을 차지한 2017년 이후 7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타이거즈의 정규리그 우승은 단일리그로 열린 해를 기준으로 1991, 1993, 1996~1997, 2009, 2017년에 이어 역대 7번째다. ‘KIA 타이거즈’로는 2009년, 2017년에 이어 3번째 정상이다. 기아는 전신 해태 시절을 포함해 11차례 한국시리즈에 올라 11번 모두 우승했었다. 이번이 12번째 우승 도전이 된다.
시즌 전만 해도 기아의 우승을 점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상위권으로 분류되기는 했으나 개막 2개월을 앞두고 1월말 터진 김종국 감독의 비위 행위(금품 수수 및 배임수재 혐의)로 선수단 분위기가 엉망이었고, 이후 지휘봉을 맡은 이가 이범호 감독이었다. 이 감독은 1981년생으로 팀 내 최고령 선수인 최형우와는 2살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범호 감독은 빠르게 팀을 안정시켰다. 2000년 한화 이글스에서 프로 데뷔했던 그는, 일본 소프트뱅크 호크스(2010년)를 거쳐 2011년부터 2019년까지 기아에서 활약했었다. 2017년 기아 통합우승도 함께했다. 현역 은퇴 뒤 일본, 미국에서 코치 연수를 받은 뒤 2군 감독, 1군 타격 코치 등을 하면서 특유의 소통력으로 선수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왔다. 팀이 어수선한 가운데 그가 내부 승격될 수 있던 결정적 원인이다.
이범호 감독은 지난 2월 취임사에서 “임기 내 반드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겠다”고 했는데 초보 사령탑으로 부임 첫해에 일을 냈다. 1980년대생 감독으로 처음 팀을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었고, 타이거즈 선수 출신으로 기아를 정규리그 1위로 이끈 최초의 사령탑도 됐다. 사령탑 취임 첫해 정규리그 우승은 역대 3번째다.
이범호 감독은 우승 확정 직후 “절대 제가 초보라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 경기에서 이길 수 있을지만 생각했다”면서 “현역 때부터 선수들과 유대관계를 만들었고 ‘우리 팀은 1∼9회 언제 나가도 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태도를 만들어주려고 노력했다. 이에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고 타석에 들어간 것 같다”고 밝혔다.
기아의 우승은 올해 선발진이 붕괴된 가운데 이뤄졌다. 시즌 초 제임스 네일, 윌 크로우, 양현종, 이의리, 윤영철로 선발진을 꾸렸는데 이들 중 크로우, 이의리, 윤영철이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선발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 투구)가 9위(39차례)인 이유다. 그나마 양현종이 선발 로테이션을 지켜내며 통산 최다 탈삼진 기록을 경신했다. 선발은 무너졌으나 전상현, 곽도규, 장현식, 최지민 등이 시즌 10홀드 이상을 거두면서 마운드를 지켜냈다. 마무리 정해영 또한 팀의 30세이브(2승3패)를 책임지면서 뒷문을 잠갔다.
선발진이 흔들렸으나 김도영, 최형우 등을 앞세운 기아 타선은 리그 으뜸이었다. 팀 타율이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3할(0.301)이다. 득점권(타율 0.308)에서는 더 큰 응집력을 보였다. 대타 타율이 3할(0.360)이 넘는 팀은 기아뿐이다.
호랑이 타선의 중심에는 스무살 김도영이 있다. 김도영은 4월 월간 10홈런-10도루 기록을 최초로 달성하는 등 팀이 시즌 초반 선두권으로 도약하는 데 발판을 마련했다. 김도영은 박재홍, 에릭 테임즈에 이어 3할-30홈런-30도루-100득점-100타점의 대기록도 달성했다. 37홈런-39도루를 기록 중인 김도영은 국내 선수 최초로 40홈런-40도루까지 바라보고 있다.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후보 0순위다. 김도영은 “제가 있는 동안 KIA 왕조를 세워보고 싶다”는 당찬 각오도 밝혔다.
성적이 나면서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도 팬들로 넘쳐났다.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는 올 시즌 팀 최다인 26차례 매진(2만500석)을 기록하면서 2017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홈 100만 관중을 넘어섰다. 기아 투수가 삼진을 잡을 때마다 응원석 치어리더들이 추는 ‘삐끼삐끼’ 춤까지 유행할 정도로 기아는 KBO리그 천만 관중 시대에 흥행의 핵이었다.
이제 타이거즈는 12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겨냥한다. 이범호 감독은 “(한국시리즈에) 11번 올라가서 11번 다 우승했고 12번째 올라갔을 때도 우승할 것이다. 잘 믿고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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