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9 자주포 베트남 수출 `촉각`

공산주의 국가 최초 계약 전망
물량·금액 등 협상… 성사 목전

김선호(왼쪽) 국방부 차관이 지난 4월 23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11차 한-베트남 국방전략대화에 참석해 호앙 쑤안 찌엔 베트남 국방차관과 회의록에 서명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K-방산이 사상 최초 공산주의 국가로의 수출을 목전에 두고 있다.

18일 방산업계와 관계 당국 등에 따르면 한국산 자주포 K9을 베트남으로 수출하기 위한 협상이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수출 물량이나 계약 금액 등 세부 사항은 달라질 수 있으나,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계약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한국산 무기의 베트남 진출은 국제 안보 지정학 측면에서 여러 함의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베트남은 중국 남쪽에 위치해 과거 미국과 전쟁을 치르는 과정에서 한국군과도 맞선 바 있다.

현재 자본주의 경제를 도입했으나 공산당 유일 정당 체제를 유지하는 국가이기도 하다. 베트남 인민군은 북한·쿠바 등과 유사한 편제를 보이며, 무기체계 또한 중국과 구소련으로부터 넘겨받은 것이 주를 이룬다.

그간 한국도 방산 수출을 적극 추진하면서도 수출을 자제해야 할 국가를 암묵적으로 정해두고 있었다.

동남아시아의 경우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등이 K-방산의 브랜드 파워가 약하던 때부터 한국산 무기를 사며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국내 방산 업계는 이들 4개국을 '동남아 벨트'라고 부르며 공을 들이고 있다. 다만, 동남아 중 공산주의 베트남이나 군부정권 미얀마 등은 국내 방산 업계의 고객이 아니었다.

이번에 베트남에 K9 수출이 성사될 경우 이는 공산주의 체제 국가로의 첫 방산 수출이 될 전망이다. 베트남에는 과거 한국이 초계함을 공여한 적이 있지만 이는 금전이 오가는 거래가 아니었다.

베트남에 한국산 무기 수출 가능성이 점처지는 배경에는 최근 국제정치적 지형 변화가 있다는 분석이다.

베트남은 최근 스프래틀리 군도(베트남명 쯔엉사 군도)를 놓고 중국과 영토 분쟁을 벌이면서 군비 증강에 나서고 있다. 구식 무기체계의 한계로 중국에 맞서기 쉽지 않기 때문에 한국산 무기체계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들의 무기체계와 호환 가능한 한국산 무기를 도입할 경우 베트남이 '반중' 노선으로 간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한국 자주포 구매에 대한 베트남의 관심은 중국에 우려가 될 수 있다. 베트남이 미국의 동맹국을 이용해 중국에 대응하기 위한 역량을 갖추겠다는 의지의 표출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베트남 측은 지난해 2월 베트남 국방부 판 반 장 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한국산 무기체계에 대한 관심을 표했다. 당시 판 장관은 한국군 지상전력의 핵심인 제7기동군단을 방문해 K9 자주포 등 한국군 장비를 살펴보고 제작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설명도 들었다.

지난 4월에는 한국 국방부 김선호 차관이 베트남으로 가 베트남 국방부 차관, 포병사령관 등과 만나 K9 수출입을 논의했다.

임주희기자 ju2@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