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파운드리 독립하고 美 지원받고… 삼성, 떨고있나

박순원 2024. 9. 1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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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건설 중인 텍사스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 모습. [삼성전자 제공]

인텔이 파운드리 부문을 매각하지 않고 분사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추가 지원받기로 한 점을 공개했다. 업계에선 대만 TSMC 파운드리 점유율을 추격 중인 삼성전자에 긍정적이지 못한 소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 산업은 경제 뿐 아니라 국가 안보 차원에서도 중요한 산업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 반도체 기술력이 '핵무기 보유' 유무에 준한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지난 16일(현지시간) 파운드리 부문 분사를 밝힘과 동시에 미국 정부로부터 최대 30억달러(약 4조원)을 추가 지원받는 사실을 공개했다. 미국 국방부의 군사용 반도체 개발·생산 프로젝트를 위함인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국가 안보 등을 근거로 대만 TSMC나 다른 비미국계 기업이 아닌 인텔 파운드리를 통해 칩을 생산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며 "엔비디아나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빅테크 기업도 이런 압박으로 부터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인텔의 파운드리 기술력은 아직 파운드리 업계 1위인 TSMC는 물론 삼성전자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런 영향에 엔비디아 등 주요 미국 기업들은 인텔에 AI 칩 생산 주문을 맡기지 않고 있다. 심지어 인텔조차도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했을 당시에도 고성능 칩은 TSMC에 제조를 위탁했다.

인텔은 지난해 1.8나노 반도체 웨이퍼 시제품을 공개했지만, 업계에선 실제 개발 성공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로이터는 최근 "(인텔의 1.8나노)공정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인텔의 1.8나노 제조 공정은 아직 대량 생산으로 전환할 수 없다"고 보도한 바 있다.

또 인텔의 칩 설계 사업부가 파운드리 잠재 고객인 엔비디아, AMD, 퀄컴 등과 경쟁사라는 점도 인텔 파운드리가 성장하지 못한 배경 중 하나다. 엔비디아 등 펩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들은 다른 종합 반도체 회사가 자사 칩 생산을 맡을 경우 기술 유출 가능성이 생길 수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인텔은 이 같은 점을 의식해 '파운드리 독립성'을 강조하고 있다. 겔싱어 인텔 CEO는 "파운드리부문을 분리하면 독립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독립성에 대한 고객의 우려를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인텔이 파운드리 부문을 분사하면, 기술 유출 우려를 덜게돼 경쟁력이 생길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시장에선 인텔이 파운드리 부문을 매각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인텔은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AI 반도체 사업에서 성과를 못 내며 추진 동력을 잃었다. 올 2분기에는 16억1100만달러(약 2조1000억원)의 순손실을 냈고, 직원 1만5000명 감원 등 구조조정을 추진 중에 있다. 몸집 줄이기에 나선 인텔이 파운드리 부문을 매각할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들었던 이유다.

하지만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을 지속하기로 하면서 삼성전자에는 긍정적이지 못한 소식일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테일러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건설 시기를 조절하고 있다. 인력 수급과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인데, 일각에서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자국 기업 밀어주기 상황이 이어질 것을 고려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삼성은 2021년 말 테일러시 일대에 440억달러(약 60조원)를 투자해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과 첨단 패키징 연구개발(R&D) 센터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삼성이 예정한 파운드리 공장 준공 시기는 올해 11월이었지만, 현재는 오는 2026년 이후로 늦춰진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삼성 테일러 공장 가동 시기가 추가로 늦어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실제 유의미한 파운드리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미국 정부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반면 삼성의 경우 한국 정부로부터 이 정도 수준의 지원을 받을 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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