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훨훨’ 나는데 침체 못 벗어나는 중소기업…보이지 않는 ‘낙수효과 ’
반도체 시장 회복으로 주요 대기업 실적은 ‘훨훨’ 날고 있지만 대다수 중소기업은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 부진이 길어지면서 중소기업의 재고는 늘고, 대출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등 대기업과의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정부의 감세 혜택도 대기업에만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을 보면 올해 1∼7월 제조업 중소기업 생산지수는 평균 98.2(2020년=100)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2019년 102.6에서 2020년 97.7로 떨어진 뒤, 2021년 100.4, 2022년 100.7로 다시 회복했다. 그러나 지난해 98.5로 2.2% 떨어진 뒤 올해까지 2년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소기업 재고지수도 상승하고 있다. 올해 7월까지 중소기업 재고지수는 평균 98.2로, 전년(95.9)보다 2.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의 출하지수는 지난해보다 1.5% 줄었다. 재고는 늘고 출하는 줄어든다는 것이다. 즉, 물건을 만들어도 팔리지 않고 창고에 쌓이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지난해 ‘당기순이익 0원 이하’를 신고한 무실적·결손 중소기업은 40만1793곳으로 처음으로 40만개를 넘었다. 전체 중소기업(96만4736개)의 41.6%로, 중소기업 10곳 중 4곳 이상이 이익을 내지 못한 것이다.
반면, 대기업 생산지표는 모두 ‘파란불’이다. 대기업 생산지수는 1∼7월 평균 113.7로 전년(100.7)보다 6.8% 늘었다. 대기업 재고지수는 114.9로 전년(123.6)보다 7.0% 줄어든 가운데 출하지수는 1.0% 늘었다.
이는 소수 대기업이 독점하는 반도체 산업만 ‘나홀로 성장’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올해 1∼7월 평균 제조업 생산지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5.6% 늘었는데 반도체·부품을 제외하면 0.2% 감소했다.
내수와 직결된 서비스업 상황도 기업 규모별로 격차가 뚜렷하다. 올해 들어 7월까지 중소기업 서비스 생산지수는 110.8로 전년(110.4)보다 0.4% 상승하는 데 그쳤다. 대기업 서비스 생산지수는 115.0에서 118.4로 3% 증가했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중소기업 자금 사정도 나빠지고 있다. 한국은행 기업경기조사를 보면, 지난달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중소기업 자금 사정은 71로 대기업(89)과의 격차가 18포인트 벌어졌다. 2022년(14포인트)과 2023년(8포인트)보다 차이가 더 벌어진 것이다. 올해 1∼8월 중소기업 대출액은 37조원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대출액(27조1000억원)보다 10조원가량 많다.
당초 정부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투자가 늘어나면 중소기업에도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기대하고 법인세 인하 등 대기업의 세 부담을 완화했다. 그러나 반도체 대기업 실적 호조에도 낙수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내년에도 반도체 중심의 대기업 투자 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는 내년 비과세·감세 등 조세지출의 대기업(상호출자제한기업)의 수혜 비중이 9.7%에서 17.9%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기업 실적 회복 전망에 따라 연구개발(R&D)·통합투자세액공제 규모가 커지면서 대기업 수혜 비중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조세 지출 수혜 비중은 68.5%로 올해(75.6%)보다 7.1%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중견기업(4.0→3.6%), 기타기업(10.8→10.0%) 등도 수혜 비중이 하락한다.
수출마저 꺾이면 경기 둔화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수출 경기의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기저효과를 제외할 경우 완전한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현재 내수 불황 속 수출 회복에 기대어 미약한 성장력을 유지하는 불안한 국면에 있다”고 진단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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