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적발 대신 R&D 잘하게 돕는 게 우리 역할… 과학계 내부통제 툴 될 것"
출연연 R&D 분야 특화 조직
컨설팅 개념 예방형 방식 적용
"벤치마킹하는 모델이 됐으면"
장병원 NST 초대 감사위원장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감사위원회는 연구개발(R&D)에 특화된 국내 최초·유일의 전문 감사조직으로 출범했다. 정부 부처뿐 아니라 감사원도 실험적인 모델을 눈여겨볼 정도다. 25개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자들이 제대로 연구하도록 뒷받침하는 '선진 감사 시스템' 구축에 집중하겠다."
장병원(사진) NST 초대 감사위원장은 최근 본보와 취임 후 첫 인터뷰를 갖고 NST 감사위원회의 역할과 운영방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장 위원장은 30년 간 감사원에서 근무하며 재무분야 감사 전문가로 활동해 왔다. 어릴 적 이웃마을에 살던 분이 감사관으로 일했는데, 그의 반듯한 모습과 공명정대한 행동을 보면서 감사관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학사장교를 거쳐 감사원 공채시험에 합격한 후 1991년 2021년까지 30년 간 감사원에 몸담았다. 이후 2022년 3월 NST가 25개 출연연의 감사 기능을 일원화해 출범시킨 NST 감사위원회 초대 위원장으로 선임됐다. 장 위원장은 "NST 감사위는 감사원 외에 정부·공공 영역에서 감사 업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설립된 최초의 감사기구"라며 "연간 5조원에 달하는 국가 예산을 쓰는 25개 출연연의 R&D 분야에 특화된 감사조직"이라고 말했다.
감사위는 R&D 맞춤형 감사체계 구축으로 연구자의 도전적 연구활동을 지원하고, 연구몰입을 저해하는 요인을 개선하기 위해 25개 출연연의 감사기능을 통합·일원화해 출범했다. 현재 감사위원장과 감사위원 2명을 포함해 총 26명이 근무하고 있다.
장 위원장은 "국내 최초·유일의 R&D 전문 감사기구로서 25개 출연연이 R&D를 제대로 수행해 당초 계획한 성과 목표를 달성하고, 연구자들이 연구 결과에 구애받지 않고 도전적·혁신적 R&D를 수행하도록 뒷받침하는 게 지향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R&D에 도움을 주는 감사, 상호 공감을 통해 감사 처분의 수용성과 이행도를 높이는 감사 수행을 위해 출연연과 소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열린 감사위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덧붙였다.
감사위는 R&D 감사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 출연연의 감사 인력과 R&D 연구자를 감사인으로 선발해 감사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그는 "출연연 연구자 6명이 감사인으로 감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출연연 연구현장을 잘 알고, 몸 담았던 이들이 연구현장과 소통하며 감사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 나은 연구 환경을 만드는 데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나 제약 등을 발굴해 개선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이들이 연구에 몰입하는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연구자 출신 감사 인력의 역량 향상과 인적 자원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연구자들이 전혀 새로운 감사 업무를 수행하면서 짧은 기간에 업무 역량을 높이고. 2년의 파견기간 후 소속 출연연에 복귀할 때는 연구단절 문제를 최소화하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를 통해 연구자 주도의 R&D 전문 감사 시스템을 구축하고, 선진 R&D 감사 패러다임을 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장 위원장의 감사철학은 확고하다. 실체적 진실을 보고 감사를 수행하고, 가치중립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 이를 출연연 감사에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그는 "감사 나왔다고 하면 연구자들이 걱정을 많이 했는데, 우리의 감사 방식을 보고는 안도한다. 감사가 끝날 즈음엔 올바르게 바로잡아줘서 고맙다는 말을 듣곤 한다"고 말했다.
모 출연연은 고가의 연구장비를 구입했는데, 이 장비가 연구과제에 어느 정도 필요하고, 연구 수행 과정에서 제때 도입됐는지, 그리고 제대로 활용돼 연구성과에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다.
장 위원장은 "예전과 같은 감사 시스템이었다면 장비 도입 비용의 적절성과 계약 과정 등 겉으로 드러난 것을 주로 봤을텐데, 감사위는 보다 R&D 관점에서 연구과제와 연구장비의 연관성, 연구성과 창출 기여도 등에 중점을 둬서 감사업무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과제를 외부 용역으로 과도하게 맡긴 사례, 연구노트를 작성하지 않는 연구자 적발, 시스템과 규정을 알지 못해 저지른 부정행위에 대한 면책 등은 감사위 출범을 통해 올바르게 개선된 사례로 꼽힌다.
그는 "감사 과정에서 R&D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하지 않고, 나쁜 결과가 나올 때만 지적한다"며 "이 경우 지적에만 그치지 않고 '왜 나쁜 결과가 나왔을까'라는 고민을 통해, 맞지 않은 규정이 있으면 이를 개정하는 처분을 내리는 컨설팅 개념의 예방형 감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감사원 등 외부 감사기관과 옥상옥이라는 일부 지적에 대해 장 위원장은 "감사위 출범 이후 외부 감사는 거의 없어졌다. 제보 중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곤 과기정통부의 감사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며 "중복감사는 많이 해소됐고, 불필요한 감사도 많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그는 "쌀독에 한 두개 썩은 쌀이 있다고 독을 엎어서 썩은 쌀을 찾아내는 예전의 감사는 지향하는 바가 아니다"라며 "적발 위주가 아닌 R&D 목표 달성을 위한 컨설팅 감사에 주안점을 두면서, 과학과 R&D를 모르는 사람들이 감사하는 시스템이 아닌, 과학계 스스로 내부 통제를 하는 툴로 감사위를 운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과학계가 자발적으로 실험적 모델을 시도하는 지금의 체제가 제대로 자리잡아 다른 공공기관이 벤치마킹하는 모델이 됐으면 한다"고 소망을 밝혔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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