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 우려 속 의료대란 고비 넘겼다…정부 "의료개혁 못미뤄"

홍효진 기자 2024. 9. 18.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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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보건복지부 '응급의료 등 비상진료 대응 브리핑'
정부 "추석 응급의료 큰 고비 없어…의료계 여야의정 협의체 조속히 참여" 촉구
일부 '응급실 뺑뺑이' 사례도…'의사 블랙리스트' 내부갈등 지속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응급의료 등 비상진료 대응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부가 추석 연휴 우려했던 의료대란이 고비 없이 지나갔다고 밝혔다. 중증 응급진료 여건이 악화된 데다 의료인력도 부족했지만 큰 불상사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부 지역에선 치료 가능한 응급실을 찾지 못해 환자가 배회하는 일명 '응급실 뺑뺑이'가 발생하는 등 의료붕괴 현실화에 대한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필수의료 인력 확충과 지역 의료체계 혁신 등을 조속히 추진하겠단 방침이다.
정부 "추석 연휴 응급실 환자, 작년보다 20% 줄어"…중증환자 중심 작동
18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응급의료 등 비상진료 대응 관련 브리핑에서 "연휴 전 일부에서 우려했던 것과 같이 의료 공백으로 인한 큰 불상사나 혼란은 없었다"며 "의료진과 구급대원, 응급상황실 근무자, 경찰, 지자체 공무원의 헌신과 중증이 아니면 동네 병·의원을 우선 방문하고 응급실 이용에 협조한 국민 덕분"이라고 말했다.

올해 추석 연휴 문을 연 의료기관 수는 △연휴 첫날인 지난 14일 2만9823개소 △15일 3247개소 △16일 3832개소 △추석 당일인 17일 2223개소로 집계됐다. 일평균으로 따지면 9781개소로, 당초 예상했던 8954개소보다 827개소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추석 연휴 기간 5020개소 대비 95% 많고 올해 설 연휴 기간 3666개소 대비 167% 많은 수치다. 특히 추석 당일에 문 연 의료기관은 올해 설 당일과 지난해 추석 당일 대비 약 600개소 늘었다.

응급실 운영의 경우 전국 411개의 응급실 중 3개소를 제외한 408개의 응급실은 연휴 동안 매일 24시간 운영됐다. 세종충남대병원은 지난 14~15일은 주간만 운영했지만 16일부터 추석 연휴 기간 24시간 운영 중이다. 조 장관은 "건국대충주병원과 용인 명주병원은 추석 연휴 동안 응급실을 운영하지 않았으나 지역 내 의료원과 병·의원의 협조로 비상 진료체계가 가동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휴 기간 응급실 내원 환자는 일평균 2만7505명으로 지난해 추석 3만9911명, 올해 설 3만6996명과 비교하면 20% 이상 줄었다. 특히 경증환자는 지난해 추석 2만6003명에서 올해 설 2만3647명, 이번 추석에는 1만6157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지난 17일 기준 전국 180개 권역·지역 응급의료센터에서 근무하는 의사 수는 1865명으로 지난해 4분기 의사 수 2300여명과 비교하면 400명 이상 줄었다. 경증 환자가 응급실 이용을 자제하면서 중증 환자 치료에 집중할 수 있었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일부 '응급실 뺑뺑이'에 불안 가중…협의체 지연·의료계 갈등 여전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13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구급대원이 환자를 응급실로 이송하고 있다. /사진=뉴스1

다만 일부 지역에선 의료 인력 부족 등으로 '응급실 뺑뺑이' 사례가 이어지며 불안감을 키우기도 했다. 지난 14일 충북 청주에선 25주 임산부가 양수 유출로 병원에 내원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75개 병원이 수용을 거부하면서 신고 접수 6시간 만에야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조 장관은 "25주 이내 조기분만은 고위험 분만 시술로, 전국적으로 진료 및 신생아 보호가 가능한 의료기관이 많지 않다"며 "정부는 평시에도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 치료센터 20개소를 운영 중이다. 현재 산모와 태아 모두 안정적인 상태"라고 말했다.

지난 15일에는 광주에서 손가락이 절단된 환자가 의료기관 4곳에서 수용을 거부당해 전주로 이송, 접합수술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조 장관은 "절단된 신체의 접합수술은 전국 총 5개의 수지접합 전문병원을 포함해 일부 병원에서만 진료 가능한 전문 분야"라며 "수지접합수술은 평시에도 인근 종합병원보다는 시·도를 넘어 수술이 가능한 전문병원으로 이송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조 장관은 또 "필수의료 서비스가 충분히 제공되고 지역 내에서 의료서비스가 완결되도록 하며 의료진이 긍지와 안정감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며 "의료개혁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도 없고, 미뤄서도 안 되는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께서 살고 계신 곳에서 적시에 꼭 필요한 의료서 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반드시 살려내겠다"고 말했다.

명절 의료대란 위기는 넘겼지만, 당초 추석 연휴 전 논의 테이블에 올랐던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이 난항을 겪으면서 의료 정상화가 요원해지는 게 아니냔 우려도 고개를 든다. 조 장관은 "정부는 의료계가 의료개혁의 핵심 파트너가 돼 주기를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다"며 "의대 정원과 개혁 과제에 대해 합리적 대안을 제시한다면 얼마든지 마음을 열고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 여야의정 협의체에 조속히 참여할 것을 다시 한번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의료 현장을 지키는 의료진과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은 의대생을 공개 비난하는 '의료진 블랙리스트'로 의료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단 점도 의료 공백을 장기화하는 요소다. 현재 정부는 복귀 전공의·교수 등 리스트를 유포하고 의사 커뮤니티에 공개 비방한 사례 43건을 수사 의뢰한 상태다. 조 장관은 "수사기관에서 용의자를 특정하고 총 32명을 검찰 송치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며 "특정 해외 사이트의 의사 블랙리스트 업데이트를 확인한 지난 14일, 업데이트된 전체 내용을 수사기관에 제공했고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홍효진 기자 hyos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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