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법에서 퇴보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실제 입법까지는 ‘험로’
공정거래위원회가 거대플랫폼 기업을 사전 지정해 규율하는 대신 사후 규제를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키로 한 가운데 실제 입법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시민단체들과 야당은 “사전지정제가 빠져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반발하고 있다. 야당은 사전지정제를 담은 ‘온라인 플랫폼법’(온플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야당·시민단체 입장이 첨예하게 달라 향후 국회 논의과정에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민주노총 등과 공정한플랫폼을 위한 사장모임 등 소상공인단체는 오는 24일 ‘온라인플랫폼법 제정을 위한 100일 공동행동’ 단체 발족식을 연다. 이들은 향후 플랫폼 입점업체 피해조사·온플법 제정 공청회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18일 통화에서 “온라인플랫폼과 관련된 당사자들을 모두 모아서 국회를 압박하겠다는 차원”이라고 했다.
이들의 주요 요구사안은 사정지정제가 포함된 플랫폼법 제정이다. 그간 변동이 빠른 플랫폼업계 특성상 이미 업계의 독점구조가 고착화된 뒤 제재가 이뤄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 때문에 공정위는 거대 플랫폼 기업을 사전 지정해 규율하는 플랫폼법 제정을 추진했으나, 플랫폼 업계 반발로 무산됐다.
공정위가 사전지정제 대신 꺼내든 카드는 ‘임시중지명령’이다. 임시중지명령은 공정위의 최종 제재 결정 이전에도 플랫폼 기업의 반경쟁행위를 중단시킬 수 있는 제도다. ‘자사우대·끼워팔기 등 4대 반경쟁행위 위반이 명백하게 의심되고 회복 곤란한 경쟁이 저해되는 경우’와 ‘다른 플랫폼 이용자의 손해 확산이 우려돼 긴급한 예방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이 제도를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임시중지제도는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명백한’ ‘긴급한’ 등의 요건은 법원에서 입증돼야 하는데, 조사 초기 단계에서 이를 입증하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2016년 전자상거래법에 도입된 임시중지명령 제도가 실제 발동된 것은 2017년과 2022년 두 차례뿐이다.
김남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장은 “임시중지명령은 위법행위에 대한 본조사가 제대로 진행되기 전에 긴급하게 신청하는 것”이라며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려면 상당히 많은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조사 초기 단계에서 증거가 충분히 확보될지 의문”이라고 했다.
야당의 반발도 넘어야 할 산이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을 설득하지 않고는 정부의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어렵다. 현재 22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등 야당에서 발의한 ‘온라인플랫폼법’은 총 10개다. 대부분 사전 지정제를 골자로 한다.
민주당·조국혁신당 의원들과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시민단체는 지난 11일 국회에서 사전지정제를 포함한 온플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사후 규제를 토대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은 단편적이고 졸속적인 개정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온플법 제정을 당론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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