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일의 당구인사이트] ‘성장의 진리’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오는 한지은, 우승같은 준우승
7세트 우승직전서 실수 우승 놓쳐
프로데뷔 1년3개월만에 결승행
멘탈과 컨디션 관리 중요성 깨달아
결정적인 실수를 저질렀지만 이제 갓 2001년생에 불과하다. 올라갈 시간이 더 많다. 그런 의미에서 ‘첫 결승, 배움의 준우승’ 의미가 크다.
한지은은 18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PBA스타디움에서 끝난 ‘크라운해태 LPBA챔피언십 2024 한가위’ 결승에서 베테랑 김가영(하나카드하나페이)과 ‘풀세트 접전’ 대결을 벌여 세트스코어 3:4로 패했다.
대한당구연맹 1위 출신으로 지난 시즌 LPBA 무대에 뛰어든 그는 데뷔 1년3개월 만에 처음 결승에 올라 우승을 노렸다. 스코어가 증명하듯 이번까지 통산 9번이나 우승을 차지한 김가영과 대등한 승부를 펼쳤다.
김가영 ‘독주’에 맞설 대항마 부상
국내 프로당구는 테이블과 공뿐 아니라 응원문화 등에시 기존 당구 무대와 180도 다르다. 세계톱플레이어 다니엘 산체스(스페인) 역시 남자부 PBA에서 데뷔 시즌 한번도 우승하지 못하다가 지난달 베트남 하노이오픈에서 12전13기, 1년4개월 만에 첫 우승을 차지했다.
국내 1위를 넘어 2년 전 세계여자3쿠션선수권 준우승을 경험한 한지은에겐 당구를 처음 하는 기분이 들었을게다. 그는 준우승 직후 “결승이 처음이라 떨렸다. 24/25시즌 3차투어까지 모두 32강에서 탈락했다.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는데, 이번 대회에서 예상치 못하게 결승까지 와서 기뻤다. 준우승으로 끝났지만 발전할 좋은 대회였다”고 돌아봤다.
그는 “계속 ‘할 수 있다’고 되뇌면서 임했다. 긴장 속 확실하게 공을 선택하고 어드레스해야 한다. 아직 부족하다. 긴장하면 머리가 하얘진다. 세트스코어 3:3까지 잘 만들었는데…”라면서 챔피언 도달까지 모자란 면을 돌아봤다.
전날 에스와이 동료와 식사하며 격려 메시지를 들었다는 한지은은 “경기 전 기술적인 조언은 필요하지 않다. 평소 훈련할 때 필요하다. 기술은 투어 전 준비해야 한다. 투어 기간엔 멘탈, 컨디션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승자 김가영의 말 속에도 한지은의 교훈이 담겨 있다. 김가영은 ‘승부처에서 흔들리지 않고 상대를 압도하는 비결’을 묻는 말에 “훈련량, 멘탈, 경험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어렵다. 나도 경험 부족으로 2~3년 전 결승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이지 못한 기억이 있다. 대회 내내 애버리지 1점대를 기록하다가도 결승에서는 애버리지 0.5를 기록했다”며 “모든 능력치를 갖춰야 중요한 순간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한 멘탈은 경험이 가장 좋은 약이다. 결승에 올라 살 떨리는 승부를 경험한 만큼 멘탈은 물론 컨디션을 조율하는 데서 지혜를 얻을 수 있다.
한지은은 “프로 무대의 모든 게 낯설었다. 테이블과 공에 적응해야 할 뿐 아니라 쓰던 큐도 바꿨다.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며 “(세계선수권과) 분위기부터 다르다. 환호성, 박수 소리, 장내 방송 등”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 시즌 반을 치르면서 어느 정도 적응했다. 다만 첫 결승 무대엔 적응이 덜 됐다. 그럼에도 23/24시즌 월드챔피언십에서 더 긴장했다. 그때 긴장도가 100점이라면, 지금은 40점에서 50점까지 줄었다”면서 한층 더 도약할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한지은의 비상은 LPBA에 반가운 일이다. 스스로 알을 깬 만큼 당장 ‘독주’ 체제를 갖춘 김가영을 견제할 대항마로 거듭날 수 있을까. 다음 투어가 기대된다. [김용일 칼럼니스트/스포츠서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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