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차 암살 시도 후폭풍 계속…긴장 높아지는 미 대선
미국 대선 정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한 2차 암살 시도를 둘러싼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7월 이후 두 달 만에 또다시 대선 후보 암살을 기도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정치 폭력’에 대한 경고음이 높아진 가운데, 백악관과 트럼프 전 대통령 진영 사이에 공방도 벌어지고 있다.
백악관은 17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암살 시도의 원인을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언사 탓으로 돌린 것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통령과 부통령은 모든 형태의 폭력을 강력하게 규탄했다. 어떤 식으로도 폭력을 조장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통화해 안부를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5일 자기 소유 골프장에서 벌어진 암살 시도에 대해 “그(용의자)는 바이든과 해리스의 발언을 믿었고, 그 믿음에 따라 행동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사법당국의 기소 등을 비난하며 “공산주의 좌파의 수사(레토릭)로 인해 총알이 날아다니고 있고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고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 같은 반응은 지난 7월 펜실베이니아주 유세 도중 총격받았던 당시 ‘단결’을 촉구했던 것과는 다소 다른 모습이다. 직접 정치 쟁점화에 뛰어들면서 지지층 결집을 노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공화당 부통령 후보 J D 밴스 상원의원은 민주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민주주의 위협’이라고 비판했던 것을 문제 삼으며 “누구도 해리스를 죽이려고 시도하지 않았다”고까지 말했다. 잔피에어 대변인은 밴스 의원의 발언에 대해 “그런 언급은 사람들이 (그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도록 만들 수 있다. 그런 수사를 꺼내는 것은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올해 미 대선에 전례 없는 암살 기도와 폭력 위협이 있어 유세 현장 등에서 보안이 강화되고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최근 야외 행사에서 양당의 대통령·부통령 후보들이 방탄유리로 둘러싸인 연단 뒤에서 연설하는 사례가 늘었다.
또한 ‘아이티계 이민자들이 개를 잡아먹는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허위 주장의 배경이 된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에서는 시청, 초등학교 등 공공시설에 대한 폭탄테러 위협이 잇따라 제기됐다. 거짓 주장과 이민자 혐오에 기반한 정치인의 발언이 폭력적 행동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다.
한편 암살 미수 혐의로 체포된 라이언 웨슬리 라우스는 지난 15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있던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골프장 인근에서 총기를 불법 소지한 채 12시간가량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져 전·현직 대통령 경호를 맡는 비밀경호국(SS)의 미흡한 대응을 둘러싼 지적도 나온다.
한때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였으나 우크라이나 지원 등을 이유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진 라우스는 지난해 자비로 출판한 저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란 핵합의 폐기를 비판하며 “이란에는 트럼프를 암살할 자유가 있다”는 과격한 주장을 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미시간주에서 암살 시도 이후 첫 유세에 나서 자동차 산업을 부활시키겠다며 “우리가 이기지 못하면 자동차, 제조업 일자리 모두 0(제로)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필라델피아에서 흑인언론인협회 토론에 참석해 “정부나 트럼프가 여성 자신의 몸과 삶에 대해 이래라저래라하면 안 된다”며 여성의 재생산 권리 보호를 강조했다.
한편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공개된 모닝컨설트의 여론조사(지난 13~15일 전국 유권자 1만1022명 대상)에서 51%의 지지를 얻어 트럼프 전 대통령(45%)을 앞섰다. 지난 10일 첫 TV토론 이후 지지율 격차가 3%포인트에서 6%포인트로 벌어졌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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