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피아노 신성 캉토로프가 말하는 ‘내향인’ 브람스와 ‘외향인’ 리스트
차이콥스키 콩쿠르 최초 프랑스인 우승
지난 파리올림픽 개막식서 연주
올림픽 개회식에는 해당 국가를 대표하는 아티스트가 나온다. 2012 런던 올림픽의 폴 매카트니,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랑랑 등이 주요 사례다. 지난 7월 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에서는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캉토로프(사진)가 프랑스 작곡가인 라벨의 ‘물의 유희’를 연주했다. 2019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최초 프랑스인 우승자의 연주는 빗속의 개회식과 절묘하게 어울렸다.
캉토로프가 10월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브람스 랩소디 1번,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 12번, 슈베르트 방랑자 환상곡, 라흐마니노프 소나타 1번 등을 연주한다. 최근 화상으로 한국 기자들과 만난 캉토로프는 “다양한 작곡가의 작품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걸 선호한다”며 “연주회야말로 다양한 작품을 통해 그 작품 간 연결성을 찾아보고 소개할 기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캉토로프는 각 작곡가에 대해 흥미로운 해설을 들려주었다. 브람스나 슈베르트는 작곡가로서의 정체성이 강해서 “피아노에서 어떤 소리가 날지 생각하기보다는 작품을 위해 피아노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리스트와 라흐마니노프는 피아니스트이기도 했기 때문에 “피아노 연주와 소리에 관한 부분도 염두에 두고 작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캉토로프는 브람스와 리스트는 정반대 성격을 지닌 작곡가라고 설명했다. 호기심 많았던 리스트는 평생 다양한 형태의 음악을 남겼으며, “대중과 소통하는 데 열려 있는 사람”이었다. 반면 브람스는 “내향적이고 완벽주의자 성향이 강한 사람”이었으며, “작곡가로서 커리어를 쌓아가면서 자신이 가졌던 음악적 목적을 분명히 달성했다”고 표현했다.
캉토로프는 부모가 모두 바이올리니스트인 음악가 집안에서 자랐다. 어렸을 때 자연스럽게 바이올린을 접했으나 “성격상 뭐든지 빨리빨리 배우고 바로 결과를 확인하길 좋아하는 사람”이었기에 소리를 내는 데 오래 걸리는 바이올린이 와닿지 않았다. 물론 피아노는 “시작하는 단계에선 접근하는 게 더 자연스럽지만, 연주하면 할수록 굉장한 어려움에 직면”한다. 캉토로프는 “내가 피아노를 선택했기에 부모님과 실내악을 연주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웃었다.
많은 젊은 연주자가 그렇듯이 캉토로프도 2019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는 “콩쿠르 전까지는 많은 생각 없이 무대에 올라 재미있고 자연스럽게 연주했지만, 콩쿠르 이후엔 내가 연주하는 작품에 대해 좀 더 책임감을 가진다”며 “콩쿠르 우승으로 수많은 피아니스트의 역사에 포함된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파리 올림픽 개회식 당시 상황에 관해 물었다. 캉토로프는 레퍼토리는 이미 구성돼 있었고, 작품 일부가 아닌 전체를 연주할 수 있어 기뻤다고 말했다. 아울러 연주하기 15분 전부터 우산 없이 다리 위로 걸어가야 했기에 온몸이 흠뻑 젖는 등 악조건에서 한 공연이었지만, “‘물의 유희’를 햇빛 아래서 연주했다면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빗속 무대라 특별한 연주로 남았다”고 돌이켰다.
백승찬 선임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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