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정규리그 우승 키워드 셋, 이범호, 김도영, 그리고 양현종
남정훈 2024. 9. 18. 13:57
프로야구 KIA가 2017년 이후 7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따냈다. 전신인 해태 시절을 포함해 11번 한국시리즈에 올라 모두 우승을 거머쥐는 ‘한국시리즈 불패신화’를 자랑하는 KIA가 12번째 한국시리즈에서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V12’를 달성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KIA는 지난 17일 인천 SSG전에서 0-2로 패했지만, 2위 삼성이 두산에 4-8로 패하면서 마지막 남은 매직넘버 ‘1’을 지우는 데 성공했다. 17일 기준 83승2무52패, 승률 0.615가 된 KIA는 남은 7경기를 모두 패하더라도 2위 삼성(75승2무60패)이 잔여경기를 모두 승리해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는다.
KIA 정규리그 우승의 키워드를 세 가지 정도로 꼽자면, 이범호(43) 감독과 김도영(21), 양현종(36)이다.
KIA는 2024 KBO리그가 시작하기도 전에 악재를 만났다. 스프링캠프 출발 직전 사령탑이었던 김종국 전 감독이 금품수수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 검찰은 김 전 감독을 장정석 전 단장과 함께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이 소식까지 들려오자 KIA는 김 전 감독을 경질했다.
새 사령탑 선임을 두고 각종 추측이 흘러나왔지만, KIA의 선택은 이범호 타격코치의 내부승격이었다. 2011년 일본 프로야구에서 KBO리그로 돌아올 때 KIA에 입단해 2019년까지 선수생활을 한 이 감독은 현역 은퇴 후 스카우트와 2군 총괄 코치, 1군 타격 코치 등 핵심 보직을 차례로 거치며 지도자 이력을 쌓았다. 차기 감독 감으로 차근차근 경험을 쌓던 이 감독은 의도치 않게 예상보다 빠르게 감독직에 올랐지만, 준비된 사령탑답게 부임 첫해 팀을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KBO리그 최초의 1980년대생 사령탑인 이 감독은 ‘맏형 리더십’으로 선수단을 하나로 결속시켰다. 올 시즌 KIA는 투타에 걸쳐 부상자가 속출했지만, 이 감독이 마운드와 야수진의 두꺼운 전력층을 최대한 활용해 전력 누수를 최소화한 덕분에 선두 자리를 빼앗기지 않았다. 오랜 기간 KIA의 코칭스태프로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감독의 ‘맏형 리더십’은 때로는 친근하게 선수들에게 다가가면서도 엄해야 할 땐 확실했다. 김도영을 비롯해 박찬호, 나성범, 소크라테스 브리토 등 주전들이 기본을 저버린 수비나 주루를 하면 가차 없이 교체했다. 처분은 공정했고, 메시지는 확실했기에 불만은 없었다.
이 감독은 “초보 사령탑은 누구나 한번은 겪어야 하는 자리다. 절대 초보라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 경기에서 이길 수 있을지만 생각했다”면서 “11번 한국시리즈에서 올라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는 사실이 부담을 주진 않는다. 선수들을 믿는다. 12번째도 우승할 것이다. 잘 믿고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KIA 타선은 시즌 내내 한결 같이 폭발했다. 17일 기준 KIA는 팀 타율 1위(0.301)를 비롯해 팀 득점 1위(818개), 팀 타점 1위(778개), 팀 출루율 1위(0.370), 팀 장타율 1위(0.464) 등 다른 팀들과는 차원이 다른 공격력을 뽐냈다.
KIA 타선의 중심엔 데뷔 3년차에 잠재력을 폭발시킨 김도영이 있다. 김도영은 4월에 KBO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월간 10홈런-10도루를 달성하더니 전반기에 이미 20홈런-20도루를 기록해냈다. 지난달 15일 역대 9번째이자 최연소 및 최소경기로 30홈런-30도루 위업을 달성한 김도영은 현재 37홈런-39도루로 2015년 에릭 테임즈(NC, 47홈런-40도루)에 이어 역대 두 번째 40홈런-40도루에 도전한다. 지금 성적만으로도 가장 강력한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후보인 김도영은 40-40 클럽에 가입할 경우 만장일치 MVP도 가능할 전망이다. 김도영은 MVP에 대해 “시즌 전이나 도중에는 욕심이 없었는데, 조금씩 말이 나오고 막상 다가오니까 너무나 해보고 싶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투수진에서는 ‘대투수’ 양현종의 분전이 빛났다. 올 시즌을 시작할 때 구상했던 5명의 선발 투수 중 지금까지도 마운드를 지키고 있는 건 양현종이 유일하다. 신예 좌완 에이스 이의리와 외국인 에이스감으로 데려온 윌 크로우는 지난 5월 팔꿈치 수술을 받아 일찌감치 전열에서 이탈했고, 5선발 좌완 윤영철도 지난 7월 척추 피로 골절 소견을 받은 뒤 개점휴업 중이다. 크로우 대신 외국인 에이스 역할을 해준 제임스 네일도 지난달 24일 NC전에서 타구에 맞아 턱관절이 골절되는 불의의 부상을 입고 말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양현종은 투수진 최고참임에도 씩씩하게 마운드를 지켜냈고, 그 덕분에 KIA 선발진은 붕괴하지 않을 수 있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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