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고려아연 인수 시도 MBK파트너스에 “中자본에 뺏길 위기”
MBK파트너스·영풍그룹 “中자본 아니라 韓자본… 경영권 강화 목적일 뿐”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시도를 두고 울산시와 MBK파트너스가 공방을 벌이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영풍그룹의 핵심계열사인 고려아연을 영풍과 함께 공개매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울산시·박희승 의원 “MBK, 中자본 업고 고려아연 인수 시도”
김두겸 울산시장은 18일 오전 울산시청 프레스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려아연은 지난 50년간 울산과 함께 한 향토기업이자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는 글로벌 기업”이라며 “이런 기업이 울산에 영속적으로 뿌리내리도록 하는 게 울산시장의 기본 책무”라고 밝혔다.
김 시장은 “고려아연은 국내 비철금속 산업의 선두주자일 뿐 아니라 수소·이차전지 핵심 소재 등을 기반으로 울산 경제에 중대한 역할을 하는 만큼, 산업 수도 울산의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 정치계와 상공계·시민 등 지역사회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지역 향토기업 살리기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모펀드 MBK의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맞서 120만 울산시민들을 중심으로 고려아연 주식 사주기 운동에 본격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울산시에 이어 울산시의회도 지난 17일 입장문을 내고 “고려아연은 50년 간 울산시민과 함께한 향토기업이자 글로벌 기업”이라면서 “적대적 인수합병으로 중국 자본에 넘어가게 되면 울산 고용시장과 시장 질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했다.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 박희승 의원(전북 남원·장수·임실·순창)도 “MBK파트너스가 중국계 자본을 등에 업고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시도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며 “자칫 중국 자본과 관련 기업들이 고려아연을 인수할 경우 세계 1위 기업의 독보적인 기술들은 해외로 유출되고 핵심 인력들의 이탈도 가속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MBK·영풍그룹 “경영권 강화 차원, 中자본설은 어불성설”
MBK파트너스는 반발 여론이 거세지자 이날 해명에 나섰다.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는 명백한 최대주주, 1대 주주의 경영권 강화 차원이며 장씨와 최씨 일가의 지분 격차만을 보더라도 일각에서 주장하는 적대적 M&A는 어불성설(語不成說)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세운 회사로, 영풍그룹 핵심 계열사다. 현재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각각 경영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영풍과 고려아연은 공정거래법 상 장형진 고문을 총수로 하는 대규모 기업집단 영풍그룹의 계열사들”이라며 “최 회장 측이 주장하는 계열 분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사안”이라고 했다.
MBK파트너스에 따르면 20여 년 간 두 가문의 지분은 15%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 지분 격차는 지난 2002년 31.73%포인트까지 벌어졌고 2022년 이후 최소 격차 16.75%포인트로 줄었으나 최근 다시 영풍과 장씨 일가 측 지분이 늘어나며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현재 영풍과 장씨 일가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33.13%로 최씨 일가(15.6%)에 비해 2배 이상 많다. 그러나 최씨 일가와 우호세력을 포함한 지분은 33.99%로 양측이 비슷한 수준이다.
영풍도 “2대주주인 최씨 일가와 이렇게 격차가 나는 최대주주가 경영권 강화를 위해서 시장에서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려는 것이 어떻게 적대적 M&A로 매도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면서 “회사를 사적으로 장악하려고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대리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최대주주의 정당한 권한 행사에 부딪히자 반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려아연은 최윤범 회장 개인의 전유물이 아니고, 해당 기업들도 최윤범 회장 개인에 대한 동조세력이 아니다”라며 “대리인 최 회장은 본인에 대해 제기된 문제점과 의혹들부터 주주들에게 소상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풍은 최 회장에 대해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 배임 의혹과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관여 의혹, 이그니오(미국 전자폐기물 리싸이클링 기업) 고가 매수 의혹 등을 제기하며 법원에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MBK파트너스는 ‘중국계 자본’, ‘국가기간산업 경쟁력 훼손’ 등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MBK파트너스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2005년에 설립돼 국내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는 ‘국내 사모펀드’이지 중국계 펀드가 아니다”라며 “MBK파트너스의 국내 투자활동은 국내 투자 운용역들에 의해 관리되며, 펀드에 투자한 LP(자본 투자자)들은 투자에 관여하거나 투자대상 기업의 재산이나 기술에 접근이 가능하지 않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해외 기술 유출 등의 우려는 없다”고 말했다.
또, 지역사회의 반발에 대해서는 “고용도 당연히 종전과 같이 유지하고, 지역사회의 고용 창출을 위해서 노력할 것”이라며, “고려아연 경영권 강화 후에는 불투명하고 불확실한 해외투자는 지양하고, 고려아연 본업의 경쟁력과 수익성 있는 신사업 경쟁력이 강화되도록 투자할 것”이라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롯데케미칼 전철 밟을라… ‘트럼프 선물’ 준비하는 재계 고민
- [비즈톡톡] 삼성이 인도 태블릿PC 시장서 독주하는 비결은
- 오줌맥주 사태 후 1년... 中맥주 수입은 반토막, 빈자리는 日맥주가 채웠다
- 해외건설 수주 400억달러 목표 사실상 실패… 공사비 급증으로 계약해지 통보까지
- “부부 노후 적정 연금 月 391만원… 예상 연금 271만원으로 부족”
- 배우 이정현, 기아 생산직 지원했다 탈락…연봉은?
- “엄마 따라 갈래요”… 뉴진스 이어 매니저까지 ‘脫어도어’
- [정책 인사이트] 주거 지원금 높였더니 쪽방 월세가 뛰었다
- 하늘은 드론, 땅은 로봇개… 미래 무인戰 준비하는韓 방산
- [단독] 체코, 원전 자금 24조원 자체 조달… 큰 고비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