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힘 신고하니 책상 없어져”…근절되지 않는 ‘보복 갑질’
김민철씨(가명)는 지난 1월 회사 대표로부터 회사 사정이 어렵다며 사직서를 내라는 요구를 받았다. 김씨가 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업무 배제, 폭언, 감시 등 괴롭힘이 시작됐다. 견디다 못한 김씨는 지난 4월 노동청에 직장 내 괴롭힘 진정서를 제출했다. 노동청은 지난 6월 괴롭힘을 인정하고 대표에게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하지만 김씨는 여전히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신고 사실이 알려지자 회사는 김씨의 사무실 책상을 복도와 창고로 치워버리며 괴롭힘 강도를 높였고, 노동청의 과태료 부과 이후엔 징계위원회를 열어 김씨를 해고했다.
김씨처럼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이후 보복을 당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기준법은 신고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를 금지하고 있지만 ‘보복 갑질’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는 지난 1~8월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상담 1192건 중 직장 내 괴롭힘 상담은 824건(69.1%)이라고 18일 밝혔다. 이 중 회사에 괴롭힘을 신고한 것은 308건인데 신고를 이유로 불이익 조치를 경험했다는 상담이 68건이었다.
직장갑질119가 올해 2분기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괴롭힘 경험자 중 57.7%는 참거나 모르는 척했고, 19.3%는 회사를 그만뒀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 1위와 2위는 ‘대응을 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47.1%)와 ‘향후 인사 등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31.8%)였다. 신고를 한 이들에게 신고 후 불리한 처우를 경험했는지 묻자 40%가 ‘있다’고 답했다.
직장갑질119는 다른 보복 갑질 상담 사례도 소개했다. 직장인 A씨는 “상사의 괴롭힘을 사내에 신고하자 가해자는 제가 하지도 않은 일을 근거로 저를 괴롭힘 가해자로 맞신고했다”며 “그런데 회사는 저를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제게만 권고사직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B씨는 “제 업무와 관련해 아무런 관련이 없는 임원이 사람들 앞에서 제 업무 내용을 모욕적으로 평가하고 지적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다”며 “그런데 신고 이후 갑자기 인사 개편이 됐고, 그 과정에서 저만 평사원으로 강등됐다”고 말했다.
직장갑질119는 솜방망이 처벌이 보복 갑질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라고 짚었다. 직장갑질119는 “현행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은 신고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할 경우 시정기간을 ‘14일 이내로’ 두고, ‘미시정 시’ 범죄 인지를 하도록 하고 있다”며 “‘미시정 시 범죄 인지’를 ‘즉시 범죄 인지 후, 미시정 시 가중 처벌’로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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