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한라산 구상나무숲 2000년대 들어 ‘쇠퇴’ 가속화
1910년대 고지도, 항공사진 비교분석
100여년간 48% 감소 기후변화 등 원인
제주 한라산 구상나무 숲이 지난 100여년간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2000년대 들어 기후변화로 인해 숲 쇠퇴가 더욱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는 한라산 구상나무 숲이 1918년 1168.4㏊에서 2021년 606㏊로 48.1%(562.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8일 밝혔다.
이는 1910년대 제작돼 국내 산림 상태를 정량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고지도인 조선임야분포도와 이후 항공사진을 분석해 구상나무 숲의 변화를 추적한 결과다. 1912년부터 1918년까지 제주에서 실시된 조선토지조사사업을 바탕으로 제작된 임야분포도와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제공받은 1948년부터 1979년까지의 항공사진, 2006년과 2015년, 2021년의 정사영상 등이 이번 분석에 활용됐다.
분석 결과 한라산의 구상나무 숲은 방애오름 일대를 제외한 성판악 일대, 영실 일대, 큰 두레왓 일대, 진달래밭 일대 등에서 대부분 줄었다.
특히 구상나무 숲의 연평균 감소율은 1900년대에는 0.24~0.50% 였으나 2006년 이후 1.37~1.99%로 높아졌다.
지난 100년간의 한라산 구상나무 숲의 면적 감소는 목재 이용, 방목지로의 활용 등을 위한 인위적인 요인과 식생 천이 등에 의한 자연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2000년대 들어 숲의 쇠퇴가 가속화한 것은 빨라진 기후 변화와 크기를 키운 태풍, 가뭄 등이 더해진 데 따른 것으로 제주도는 보고 있다.
구상나무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만 자생하는 나무다. 지리산 등에도 분포하지만 제주 한라산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숲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 등으로 빠르게 고사하고 있어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 의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다.
제주도 관계자는 “제주 지역 온도 상승이 빨라지는 등 기후변화 압력이 한라산의 아고산 침엽수림의 생태계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2017년부터 구상나무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를 진행 중이며, 숲의 감소와 지역적 변화 특성을 고려한 종합적인 보전 전략도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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