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 일상 파고든 '삐삐' 폭발…"조직 운영력에 치명타"
통신 수단 공격에 소통 차질 예상…당장 보복 어려울 수도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17일(현지시간) 발생한 무선호출기 폭발로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전투원 상당수가 죽거나 다치고 통신 체계까지 '먹통'이 되면서 조직 운영 능력에 치명타를 입게 됐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하고 보복을 예고했지만, 전투원뿐 아니라 헤즈볼라와 협력한 관계자 및 그 가족들의 일상까지 뒤흔든 공격에 전투력과 사기가 크게 떨어지면서 당장 보복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레바논 전역에서 헤즈볼라의 무선호출기 수백 대가 동시에 폭발해 최소 9명이 죽고 2천750명이 다쳤다.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7일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도청이나 위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무선호출기 사용을 늘려왔다.
NYT는 미국과 서방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헤즈볼라가 수입한 무선호출기에 사전에 소량의 폭발물과 원격 제어 스위치를 설치해 터뜨렸다고 보도했다.
각 폭발의 규모는 작았지만 호출기가 신체 가까이에서 터지면서 피해자 대부분이 얼굴과 손, 다리 등에 치명상을 입었으며 근처에 있던 가족 등도 죽거나 다쳤다.
이들은 미사일이 오가는 국경 전투 지역이 아니라 집과 슈퍼마켓, 길거리, 차, 이발소까지 일상적인 장소에서 느닷없이 발생한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지역 안보 전문가인 아메르 알사바일레 교수는 이번 공격이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의 전투원뿐 아니라 헤즈볼라와 연관이 있는 모든 이들을 일상에서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헤즈볼라에 심리적 타격을 입혔을 것이라고 NYT에 말했다.
그는 "이건 헤즈볼라의 모든 구역에서 작전을 수행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헤즈볼라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이 "반드시 정당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며 보복을 시사했으며,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이란도 이날 폭발을 "테러"로 규정하고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그러나 이번 폭발로 다수 헤즈볼라 조직원이 죽거나 다쳐 당장 동원할 수 있는 전투 인원이 줄었을 뿐 아니라 조직 전반의 사기도 저하된 모습이다.
한 헤즈볼라 당국자는 로이터에 이번 사건이 최근 1년여간 이스라엘과 충돌해 온 헤즈볼라에 발생한 "가장 큰 보안 사고"라고 말했다.
BBC는 헤즈볼라에 공포와 혼란을 심기에 이보다 더 계산된 공격은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라면서 이번 공격이 헤즈볼라의 인력과 통신, 사기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짚었다.
레바논에서 활동하는 분석가 니콜라스 블랜포드는 헤즈볼라의 무선호출기를 노린 이번 공격으로 헤즈볼라는 취약한 상태에 놓이게 됐다면서 이번 공격으로 망가진 통신 체계를 구축하는 동안은 조직원들 간의 소통이 어려울 수 있다고 BBC에 말했다.
그는 헤즈볼라가 다시 통신 체계를 구축할 수는 있지만 그 사이 사람들이 필요한 때에 소통하지 못할 수 있다면서 이것이 앞으로 며칠, 혹은 몇시간 이내에 헤즈볼라에게 어떤 의미가 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블랜포드 다만 헤즈볼라의 모든 구성원이 무선호출기를 사용한 것은 아니라면서 특히 현장에 있는 고위 당국자들은 연락원을 통해 소통하기 때문에 전자통신 기기를 몸에 지니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의 레바논 분석가 데이비드 우는 헤즈볼라가 당분간은 전기 장치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 다른 소통 수단에 기대야 할 것이라 "이는 분명히 조직을 더 어렵고 위험하게 만들 것이며 이는 의심의 여지 없이 헤즈볼라의 운영 역량에 심각한 타격"이라고 NYT에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이 헤즈볼라가 취약해진 틈을 노려 헤즈볼라와 지상전을 확대하며 전면전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양측 모두 이를 원하지 않는 데다가 미국이 적극적으로 전면 충돌을 막으려고 하는 만큼 당장 전면전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는 시각이 더 많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wisefool@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의문의 진동소리…옛날 가방 속 휴대폰 공기계 적발된 수험생 | 연합뉴스
- 타이슨, '핵주먹' 대신 '핵따귀'…폴과 대결 앞두고 선제공격 | 연합뉴스
- 주행기어 상태서 하차하던 60대, 차 문에 끼여 숨져 | 연합뉴스
- YG 양현석, '고가시계 불법 반입' 부인 "국내에서 받아" | 연합뉴스
- 아파트 분리수거장서 초등학생 폭행한 고교생 3명 검거 | 연합뉴스
- [사람들] 흑백 열풍…"수백만원짜리 코스라니? 셰프들은 냉정해야" | 연합뉴스
- 전 연인과의 성관계 촬영물 지인에게 보낸 60대 법정구속 | 연합뉴스
- 머스크, '정부효율부' 구인 나서…"IQ 높고 주80시간+ 무보수" | 연합뉴스
- '해리스 지지' 美배우 롱고리아 "미국 무서운곳 될것…떠나겠다" | 연합뉴스
- [팩트체크] '성관계 합의' 앱 법적 효력 있나?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