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속에서, 손에서 펑... ’삐삐 테러’에 레바논 아수라장
레바논 전역이 충격과 혼돈 속으로
레바논 전역에서 17일(현지 시각)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노린 무전호출기 동시 폭발 사건이 발생하자 레바논 전역이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 이 사건으로 2800여명이 사상자가 나오면서 병원이 마비되는 등 나라 전체가 혼란에 빠졌다.
폭발은 헤즈볼라 거점 지역인 베이루트 남부 등 전역에서 이날 오후 3시 30분쯤부터 1시간가량 발생했다. 가방이나 호주머니에 넣어놓았거나 손에 들고 있던 호출기가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한 것이다.
폭발이 주로 발생한 베이루트 남부 교외는 아비규환이 됐다. 한 목격자는 미국 CNN 방송에 “부상자들이 도로에 흩어져 누워 있었다. 친구들의 모습도 보였다. 좀비도시 같았다”고 전했다. “도로에 선혈이 낭자했고 구급차들이 부상자들을 이송했다”는 목격담도 전해졌다. 헤즈볼라 대원뿐만 아니라 보안 분야 종사자들도 호출기를 이용했다가 부상을 당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도심은 피로 물들었다. 도로 곳곳에는 허벅지나 허리, 머리에 피를 흘리는 부상자들이 속출했다. 쓰러진 환자 옆으로 얼굴이 피범벅이 된 남성이 다친 팔을 붙들고 이동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수건으로 얼굴을 지혈하거나 오토바이를 탑승한 채 허벅지에서 피를 흘리는 부상자의 모습도 목격됐다. 폭발이 일어나기 전 호출기에선 몇초간 신호음이 울렸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에 일부 부상자들은 호출기를 꺼내 보다 얼굴과 손에 큰 부상을 입기도 했다. 레바논 전역의 적십자사 사무소에는 치료에 필요한 피를 헌혈하려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환자가 쏟아지면서 병원은 마비됐다. 병상이 부족하자 거리 한복판에서 응급처치를 받는 환자들도 있었다. 임시 방편으로 주차장에 매트리스를 펼쳐놓고 치료를 이어가는 병원도 있었다. 바닥에는 의료용 장갑이 굴러다니고 들것은 혈흔으로 물들어 있었다. 검정 차도르를 쓴 여성과 남성들이 가족과 지인의 소식을 알기 위해 병원 입구로 모여들었다. 울음과 분노의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고 머리를 움켜쥐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폭발 순간을 담은 영상도 소셜미디어에 올라왔다. 식료품점에서 촬영된 영상을 보면, 모자를 쓴 남성이 물건을 고르는 도중 그의 가방 부근에서 ‘펑’ 소리와 함께 폭발이 일어난다. 연기와 함께 가방이 터지며 내용물이 흩날렸다. 깜짝 놀라 자리를 피하거나 한동안 귀를 막는 손님들도 있었다. 폭발과 함께 쓰러진 채 남성은 신음 소리를 내며 고통을 호소했다.
헤즈볼라와 레바논 정부는 이스라엘을 공격의 배후로 지목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미국과 서방국가 당국자를 인용해 이스라엘 모사드와 군 당국이 무선호출기 폭발 사건의 배후라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폭발한 무선호출기는 헤즈볼라가 대만 골드아폴로에 주문해 납품받은 것이다. 각 기기의 배터리 옆에 1∼2온스(28∼56g)의 폭발물이 들어가 있었으며 이를 원격으로 터뜨릴 수 있는 스위치도 함께 내장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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