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겨눈 오세훈 "지구당 부활? 美는 당대표도 없어…기득권에 유리한 선물"

한기호 2024. 9. 18.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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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법 입법 당시 "중앙·시도당 약화, 후원회도 없애…정쟁지향 구조 바꾸려"
"당대표-최고위원들 회의, 상대당 공격이 절반 이상…원내정당화 美는 안 그래"
"진일보 되돌리며 정치개혁 강변 말라"…美 정치인 무제한후원엔 언급 없어
지난 9월12일 서울 구로구 온수동 재건축대상지 현장을 살피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왼쪽). 지난 9월13일 서울 관악구의 한 보육원에서 추석맞이 사랑의 도시락 나눔 봉사활동 참여자들과 함께 기념 사진을 촬영하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연합뉴스 사진 갈무리>

국민의힘 잠룡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동훈 당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감대를 가진 지구당 부활론을 두고 재차 "찬성하기 어렵다"며 오히려 중앙당 지도부 폐지론에 가까운 입장을 내비쳤다. 미국처럼 의회에서 원내대표만이 아닌 당대표를 별도 선출하는 것이 상대 당 공격을 일상화했다는 주장이다. 여야 대표에게 "기득권에 유리한 선물", "재고해달라", "지구당이 민의 파악을 못해 정치가 이렇게 엉망이냐"고도 했다.

오세훈 시장은 18일 BBS라디오 '함인경의 아침저널'에서 '약 20년 전 지구당 폐지법안(이른바 오세훈법)을 주도했던 분으로서 양당 대표의 지구당 부활론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그 법이 만들어질 때 지구당 폐지를 비롯해 중앙당 기능을 약화시키고 시도당 기능을 약화시키기 위해 (지역구 단위의) 후원회를 전부 없애고 했던 건 정쟁 지향적인 정치구조 자체를 좀 없애보자, 바꿔보자(는 것)"였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무슨 일이든 다 변화를 추구할 땐 이유가 있는 것 아닌가"라며 "그때(오세훈법 주도 당시) 차떼기 사건(2002년 한나라당 불법 대선자금 수수)을 비롯해 부패 스캔들의 원인이 고비용 정치구조에 있었다. 어떻게 하면 돈을 안 쓰는 구조로 바꿀 것이냐를 고민하다가 '지구당도 최소화하는 게 낫겠다', 종국적으론 '없애는 게 낫겠다' 판단했던 거다. 지구당이 없어지게 되면 이른바 원내정당화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은 평소 선거 직전이 아니면 지구당이란 게 활동을 안 한다. 선거 끝나면 다 없어진다"며 "우리나라 식으로 당대표란 게 없다. 지금은 원내대표가 따로 있고 마치 그 위에 무슨 당대표가 있는 것처럼 돼 있는데, 당대표가 가운데 앉고 옆에 최고위원이란 분들이 쭉 앉아서 회의하는 장면이 정치 뉴스에 거의 매일 나오는데 무슨 바람직한 논의 장면이 비춰지기보단 상대 당 공격이 거의 절반 이상"이라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이게 무슨 얘기냐면 미국은 그렇지가 않다. 법안을 만들 때 의견이 다르면 당연히 상대 당에 대해서 비판하고 논쟁을 격하게 하는 건 가능하겠는데 이건 법안을 만드는 이슈도 아닌데 늘 상대당을 공격하고 상대 정파를 공격하는 게 일상이 돼버렸다"면서 "우리도 그냥 미국식처럼 원내정당화하면 법 만들 때 다른 의견을 갖고 공격적인 비판을 하는 정도로, 정치와 나라살림이 좀 정화될 것이란 기대를 (오세훈법 입법 때) 가졌다"고 했다.

그는 "이제 진일보한, 절반 정도 진도가 나간 정치개혁을 해놓고 이제 한 10여년 흘렀다"며 "다음 단계로 원래 논의했던 방향으로 가는 변화가 있어야 정치개혁이라 하는 게 어울릴 수 있는 변화인데 오히려 원래 자리로 되돌리면서 이게 정치개혁이란 건 정말 무리스러운 강변"이라고 한동훈 대표를 겨냥했다. 여야 대표가 접점을 찾는 배경을 두고는 "전당대회는 당협위원장 표를 받아야 되니까, 저는 그 의도를 순수하게 안 본다"고 지적했다.

또 "이분들이 무슨 정치개혁에 대한 깊이있는 고민을 하고 연구해 내놓은 방안이 아니라 당내 표를 얻기 위해 일단 공약한 셈"이라며 "선거 끝나고 나선 좀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무엇이 진정한 국민을 위한 정치개혁인지 고민할 때 아니냐. 약속했다고 해서 무조건 하겠단 건 나중에 아마 후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한편 비교대상이 된 미국 제도는 연방대법원에서 정치인 후원금 상한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폐지해 한국 상황과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는 2004년 오세훈법 입법 이후 국회의원 연간 후원금이 1억5000만원으로 제한됐고, 선거가 있는 해엔 3억원까지 적용된다. 시민 1인당 국회의원에게 연간 500만원을 후원할 수 있다. 옛 지구당 위원장과 같은 법적 지위가 없는 원외당협위원장 등 원외정치인의 경우 후원회를 개설할 수 없다. 지금의 여야 정당 재정은 교섭단체(원내 20석 이상) 결성 여부, 국회의원 의석 수에 따라 국고에서 배분되는 경상보조금에 크게 좌우되는 상황이다.

한 대표는 7·23 전당대회 등판 전인 지난 5월말 "지금은 기득권의 벽을 깨고 정치신인과 청년들에게 현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지구당을 부활하는 것이 '정치개혁'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영역에서의 '격차해소'이기도 하다"면서 국회의원 특권폐지와 함께 내세운 바 있다. 이달 초 이재명 대표와 양당 대표 회담에서도 공감대를 확인하며 "불법 자금 우려를 충분히 방지할 만한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는 추가 제안을 제가 드렸다"고 밝혔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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