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덕 사장 "영풍·MBK, 고려아연 해외자본에 팔 것…핵심 기술 유출 우려"
영풍·MBK 공개매수 반대
영풍이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나선 가운데 양측의 여론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18일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은 입장문을 내고 "고려아연은 당사의 주주인 영풍이 기업사냥꾼 MBK파트너스와 결탁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공개매수에 반대 의사를 공식 표명한다"고 밝혔다.
박 사장은 "최기호 창업자를 시작으로 최창걸, 최창영, 최창근 명예회장에 이어 현 최윤범 회장까지 전현직 임직원이 수십년간 합심해 전문성과 경영 노하우,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춘 결과 고려아연이 비철금속 세계 1위 기업이 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사장은 "고려아연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현 경영진과 임직원이 함께 대한민국 정부가 적극 육성하고 있는 미래 전략 산업인 2차전지 분야에서 우리 기업들이 중국 자본과 중국기업들에 종속되지 않도록 오로지 국내 자본과 기술 독립을 추구하며, 경쟁력을 높여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최대주주 영풍에 대해 "그동안 낙동강 최상류에서 석포제련소를 운영해오면서 각종 환경오염 피해를 일으키고 빈발하는 중대재해 사고로 최근 대표이사들이 모두 구속됐다"면서 "석포제련소의 경영 정상화와 안전, 환경문제 해결 등 사회적 책임을 방기한 채 약탈적 기업사냥꾼이자 투기자본인 MBK파트너스와 결탁해 공개매수를 진행해 고려아연의 지분과 경영권 확보에만 혈안이 돼 있다"고 비판했다.
MBK파트너스에 대해서도 "그동안 수차례 국내에서 시장 경쟁력 있는 회사를 인수한 다음 핵심 자산을 매각하거나 과도한 배당금 수령 등을 통해 투자금 회수에만 몰두하는 등 약탈적 경영을 일삼아왔다"고 했다.
박 사장은 "영풍 및 특수관계자들의 지분에 대해 콜옵션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경영권을 인수한다면 경영권을 해외 자본에 재매각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이렇게 되면 국가기간산업 및 2차전지 소재 관련 핵심 기술과 역량이 해외로 유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공개매수에 대해 그는 "(주)영풍과 석포제련소 경영조차 실패한 장형진 고문이 지난 50년간 글로벌 시장에서 선도적인 지위를 유지함으로써 경영 능력이 입증된 고려아연 전현직 경영진의 의사에 반해 경영권을 침탈하려는 시도로 판단한다"고 했다.
아울러 "이번 공개매수는 고려아연의 중장기적인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소액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크다"고 짚었다.
박 사장은 "제련업의 특수성과 세계 1위에 오른 고려아연의 기술력 및 노하우를 고려할 때 현 경영진의 장기간 축적된 산업 전문성과 경영 노하우가 핵심 경쟁력이라고 판단한다"면서 "투자 수익률 극대화라는 단기적인 관점으로 기업에 접근하는 MBK파트너스와 같은 기업사냥꾼들이 고려아연을 정상적으로 경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박 사장은 "현 경영진은 독보적인 사업 경쟁력과 견조한 실적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시행해왔으며 현 경영진의 경영 능력은 시장과 주주들에 의해 인정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앞으로도 현 경영진의 리더십 아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다양한 주주환원정책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 임직원 및 지역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약탈적 투기자본과 사회적 지탄을 받은 기업의 탐욕과 결탁으로부터 반드시 회사를 지켜낼 것"이라고 했다.
MBK파트너스는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13일부터 고려아연 지분 확보를 위해 최대 2조원 규모의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다. 내달 4일까지 전체 고려아연 발행 주식 중 최소 6.98%에서 최대 14.61%를 공개매수할 계획이다. 의결권이 있는 고려아연 지분 52%를 확보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권을 박탈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추석 연휴 기간인 지난 16일과 17일 울산시와 정치권에서 '중국계 자본을 등에 업은 기업사냥꾼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로 규정하고 백기사를 자처해 잇따라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자 18일 MBK파트너스가 두 차례 입장문을 통해 "적대적 M&A 주장은 어불성설이며, 이번 공개매수는 최대주주의 경영권 강화 차원"이라고 밝혔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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