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런 외인이 KIA에, 아픈 몸에도 신입생 먼저 챙기다니... 대투수도 감동 "혼자 많이 외로워했는데"

인천=김동윤 기자 2024. 9. 1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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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인천=김동윤 기자]
KIA 제임스 네일이 17일 인천 SSG전에서 정규 1위를 확정한 후 미소짓고 있다.
KIA 제임스 네일(가운데)이 17일 인천 SSG전에서 정규 1위를 확정한 후 이범호 감독을 향해 미소짓고 있다.
이런 외국인 투수가 어떻게 KIA 타이거즈에 왔나 싶다. KIA 외국인 투수 제임스 네일(31)의 팀 퍼스트 정신에 '대투수' 양현종도 고마움을 드러냈다.

양현종은 17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KIA의 정규시즌 1위를 확정한 뒤 공식 인터뷰에서 "네일은 정말 고마운 선수다. 중요한 시기에 그런 사고를 당해서 오히려 우리 선수들에게 더 미안하다고 많이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KIA는 17일 SSG전 0-2 패배에도 같은 날 삼성이 지면서 남은 매직넘버 1을 지우고 7년 만의 정규 시즌 1위를 확정했다. 올 시즌 KIA는 11일을 제외하고 시즌 내내 1위를 유지하는 강팀이었다. 하지만 개막전 선발 로테이션 5명 중 4명이 차례로 이탈하는 등 위기도 많았다. 이범호 감독조차 정규 1위 확정 후 "하늘이 너무 많은 시련을 주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특히 크로우, 이의리, 윤영철 등 선발 투수들이 차례로 빠져나가 걱정했다"고 한숨을 돌릴 정도.

지난달 24일 창원 NC전 네일이 강습 타구에 턱을 맞아 턱관절 골절로 이탈했던 때도 그중 하나였다. 네일은 올 시즌 26경기 12승 5패 평균자책점 2.53, 149⅓이닝 138탈삼진으로 KIA 마운드를 이끌었다. 평균자책점 2.53은 아직도 리그 2위일 정도로 수위급 성적이었다. 이때 KIA는 긴급하게 움직여 8월 25일 오전 턱관절 고정술을 했고, 그와 동시에 대만에서 뛰던 에릭 스타우트를 대체 외국인 선수로 긴급 영입해 빈자리를 메웠다.

네일의 정규시즌 아웃은 확정적이었고 포스트시즌 복귀도 불투명했으나, 선수의 의지가 설마 했던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네일은 지난 1일 퇴원 후 병원의 허락을 맡아 3일부터 경기장에 출근했다. 11일 턱관절을 고정한 보형물을 제거했고 12일부터 단계별 투구 프로그램(Interval Throwing Program·ITP)에 들어갔다. 16일 시점에서 네일은 50~60개까지 투구 수를 늘린 상태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네일은 선수단을 따라다니며 가장 먼저 그라운드에 나와 훈련에 매진하면서도 응원 영상을 찍고 하이파이브를 하는 등 선수단 사기진작에 솔선수범 나섰다. 이에 KIA에만 17년을 있으면서 많은 외국인 선수를 봐온 양현종도 감동한 모습이다.

제임스 네일이 16일 수원 KT 원정에 동행한 모습./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KIA 제임스 네일(맨 오른쪽)이 16일 수원 KT전을 승리로 장식한 동료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양현종은 "나도 병문안을 갔었는데 그때 네일은 혼자 많이 힘들어하고 외로워했었다. 이야기할 때마다 야구장에서 항상 우리와 함께 있길 바랐다. 회복도 놀라울 정도로 빨랐는데 한국시리즈에 정말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하는 모습이 보여 동행하면서 항상 고마웠다"고 뒷이야기를 밝혔다.

특히 올해 KIA는 윌 크로우, 캠 알드레드, 에릭 라우어, 에릭 스타우트 등 외국인 투수만 5명만 썼는데 그들의 적응에 아픈 몸에도 신입 외인듣부터 챙긴 네일의 역할이 컸다고 봤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28일 영입된 스타우트는 8월 27일 입국 후 5일 만에 1일 광주 삼성전에서 KBO 리그 데뷔전을 치러야 했다. 급하게 치른 데뷔전에서 4이닝 5실점으로 부진했으나, 이후 2연승을 달린 바 있다. 스타우트는 지난 7일 광주 키움전에서 KBO 첫 승을 거둔 후 "사실 지금 라커가 네일의 것인데 미처 정리 못한 바지를 내가 입었다"며 "전날(9월 6일) 밤에도 네일이 '여기서 먹으면 이긴다'는 식당에도 다녀왔다"고 네일에게 고마움을 나타낸 바 있다.

양현종은 "가장 고마웠던 것이 새로운 외국인 선수들과 관계다. 사실 새 외국인 선수들이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많이 힘들어했다. (미국과 다른) 한국 타자들에 많이 당황하기도 했다.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럴 때마다 제임스(네일)가 있었더라면 조금 더 빠르게 적응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퇴원하고 오자마자 우리와 동행했다. 항상 외국인 투수들과 대화하면서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지금도 스타우트가 와서 (덕분에) 빠르게 적응했고 중요한 시기에 항상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제임스 네일(가운데)이 지난 3일 퇴원 후 처음으로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를 찾아 다른 KIA 외국인 투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제임스 네일(왼쪽)이 지난 3일 퇴원 후 처음으로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를 찾아 소크라테스 브리토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이제 네일은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한국시리즈 등판을 노린다. 그동안 네일의 복귀에 말을 아끼던 이범호 감독도 "네일과 윤영철이 돌아오기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다. 최고의 전력과 매 경기 이길 수 있는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서 한국시리즈를 준비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네일 역시 정규 1위 후 구단을 통해 "우리 팀이 정말 자랑스럽다. 내가 이 팀의 일원이라는 사실도 정말 자랑스럽다. 우승하려면 운이 따라야 한다고는 하지만, 운으로만 우승을 할 수 없다. 우리가 오늘(17일) 얻은 결실은 지금까지 우리 팀 구성원 모두가 하나의 목표를 위해 열심히 했다는 증거"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몇 차례의 어려운 상황도 있었지만, 위기를 최소화하며 넘겼다. 그리고 큰 게임에서 놀라울 정도의 집중력을 선보이며 승리를 끌어냈다. 오늘 우리가 만들어낸 1위라는 순위는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선수, 스태프들 모두가 그만큼 노력했고 우리 모두 1위의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KIA와 사인을 하는 순간부터 한국시리즈 등판을 상상했다. 우리가 11번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한 번도 지지 않고 11번 우승을 차지한 팀이라는 설명을 들었었다. 이것만으로도 이 팀에서 뛸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었고, 나 또한 그 주역이 되고 싶은 상상을 해왔다. 마이너리그(더블 A)에서 2016~2017년 2년 연속 우승을 해봤지만, 이번에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다면 이보다 내 야구 인생에 더 멋진 경험은 없을 것이다. 지금은 부상에서 회복 중이라 팬들 앞에 설 수 없지만, 한국시리즈까지 구단에서 정해준 스케줄을 충실히 소화하며 꼭 영광의 무대에 설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제임스 네일.

인천=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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