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절벽' 지속된다...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 시 대출 얼마나 줄어들까
스트레스 금리 1.5%포인트 더해지면서
연봉 1억 원 대출한도 1.1억 원 줄어들어
이달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1 2단계가 시행되면서 차주가 빌릴 수 있는 최대 금액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가계부채 조이기에 돌입한 금융당국은 스트레스 DSR 3단계 조기 도입 가능성까지 내비치고 있다. 이미 대부분 은행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만기를 30년으로 줄인 상황에서 앞으로는 돈 빌리기가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조기도입은 가계부채가 관리 가능한 수준을 넘어섰을 때 얘기지만, 수도권 부동산 급등 추세가 이어지고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까지 비등한다면 언제든 꺼낼 수 있는 카드다.
실제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주담대는 2004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인 8조2,000억 원 증가했고, 감소 추세이던 신용대출과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증가세로 전환했다. 덩달아 수도권 집값도 치솟고 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25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고, 경기·인천 지역까지 부동산이 들썩이고 있다. 가계대출 관리에 총력을 집중하고 있는 정부는 지난달 F4(Finance4, 경제부총리·금융위원장·한국은행 총재·금융감독원장) 회의에서 '스트레스 DSR 3단계 조기도입 검토' 방안까지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트레스 DSR 3단계는 은행권과 2금융권의 주담대·신용대출·기타대출 전체에 적용되고, 스트레스 금리는 1.5%포인트까지 늘어난다. 이달 초 적용되기 시작한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은행권 주담대·신용대출과 2금융권 주담대에만 0.75%포인트(수도권 주담대에는 1.2%포인트) 적용된 것을 고려하면 훨씬 강력한 조치다.
연소득 6,000만 원인 차주 A씨의 예를 보자. A씨가 비수도권 주택 구매를 위해 은행권에서 30년 만기 연 4% 조건으로 변동금리 대출을 받는다면, 현행 2단계 스트레스 DSR에서는 4.75%(4%+0.75%포인트) 금리가 적용돼 한도가 3억8,300만 원으로 제한된다. 규제 시행 전(4억1,900만 원)에 비하면 3,600만 원 줄어들고, 1단계(4억 원)에 비하면 1,700만 원 적다.
수도권 주택인 경우 더욱 심각하다. 5.2%(4%+1.2%포인트) 금리를 기준으로 한도가 산정돼 A씨는 3억6,400만 원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같은 조건에서 스트레스 DSR 3단계까지 적용되면 DSR 산정 금리는 5.5%(4%+1.5%포인트)로 올라 대출 한도가 3억5,200만 원까지 내려앉는다. 올해 1월에 비해 빌릴 수 있는 돈이 6,700만 원 줄어든다는 뜻이다.
연봉이 1억 원인 B씨의 경우 대출한도 감소폭은 더욱 크다. 같은 조건에서 B씨의 대출금은 제도 시행 전 6억9,800만 원에서 스트레스 DSR 1단계 적용 시 6억6,700만 원으로 줄어든다. 2단계로 접어든 현재 B씨가 받을 수 있는 대출은 비수도권 6억3,900만 원이며, 수도권에서는 6억700만 원으로 쪼그라든다. 3단계에선 5억8,700만 원만 빌릴 수 있다. 규제 전과 비교하면 3단계 시행 시 대출 가능 금액이 1억1,100만 원 급감한다.
당장 현 상황에서 스트레스 DSR 3단계 조기 도입은 가능성이 높지 않다. 일단 9월 들어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시행되면서 가계대출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12일 "9월 5영업일 동안 은행권 가계부채가 총 1조1,000억 원 늘었는데, 지난달 같은 기간 대비 절반 수준"이라며 "이렇게 증가세가 둔화되는 모습이 지속된다면 추가 조치는 상황을 더 보고 판단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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