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HBM 찾아라"…반도체 업계, "이 기술에 주목"

이인준 기자 2024. 9. 1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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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이을 '히트상품' 찾기 골몰
기업용 SSD·CXL·칩릿에 주목
[서울=뉴시스]삼성전자는 27일 업계 최초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랠리에 본사를 둔 소프트웨어 기업인 레드햇(Red Hat)과 CXL 메모리 동작 검증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AI(인공지능) 시대에 HBM(고대역폭메모리)는 단연 '게임 체인저'로 통한다.

이름도 낯선 이 메모리는 AI 반도체 시장을 지배하는 엔비디아가 GPU(그래픽처리장치)의 파트너로 낙점하며, 단기간에 '최고 히트상품'이 됐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던 AI 반도체의 인기에도 최근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AI를 적절히 가동하려면) HBM 하나로는 버겁다"는 진단이 곳곳에서 들리기 때문이다. 업계도 HBM을 이을 제2 먹거리를 찾아 시장 선점을 벼르고 있다. HBM을 이을 반도체 분야의 차세대 혁신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AI 전력난 해결책…기업용 SSD 시대 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업계에서 '제2의 HBM'이 될 것으로 주목받는 분야는 차세대 데이터 저장장치인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가 1순위로 꼽힌다.

SSD는 반도체를 활용한 저장장치로 오랜 기간 대용량 저장매체 역할을 해온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를 대체할 칩으로 불린다.

HDD는 자성을 띤 디스크(원판)가 회전하면서 데이터를 읽고 쓰는 방식인데, 소비 전력이 더 높고 발열·소음 등의 문제도 발생한다.

반면 SSD는 전자적으로 데이터를 저장하므로 데이터를 읽고 쓰는 속도가 압도적으로 빠르고, HDD가 가진 문제점도 모두 해결 가능하다.

HDD는 가성비가 뛰어나 여전히 기업용 데이터센터 저장장치 시장에선 현역으로 통한다.

하지만 전 세계의 기후변화 대응과 데이터센터 효율을 높이려는 빅테크(기술 대기업)들의 노력에 힘입어, 갈수록 SSD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기업용 SSD 시장이 전체 낸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2%로, 지난해 18% 대비 4%포인트 커질 전망이다.

특히 한 개에 수백 테라바이트(TB·1000기가바이트)에 달하는 고용량 SSD가 인기다.

SK하이닉스는 자회사 솔리다임을 통해 60TB 제품을 지원하며, 내년에는 300TB 제품 개발을 목표로 한다. 또 삼성전자도 업계 최고 용량(128TB)인 'BM1743'을 오는 11월 선보일 계획이다.

'시장 판도' 뒤바꿀 CXL도 하반기 상용화

이와 함께 CXL(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ompute Express Link) 시장도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는다.

CXL은 새로운 방식의 연결 기술 표준으로, 지금보다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스토리지 같은 장치들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가동하게 한다.

특히 AI 연산 같은 대용량 데이터를 읽고 쓰는 시스템에 적용하면 여러 개 메모리가 한 몸처럼 유기적으로 동작한다.

이를 통해 저장공간을 확장하고, 데이터 이동 간 지연 시간도 크게 줄여준다. 업계에서는 HBM이 '고속도로'라면, CXL은 '원형 교차로'로 불린다.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CXL 시장이 태동한다.

아직 AI 투자가 AI 반도체 등 서버 증설에 집중되고 있지만, CXL의 무한 확장성은 2028년 이후 본격화 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욜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CXL 시장은 2022년 170만 달러(24억원)에서 2028년에는 150억달러(20조원)로 늘어날 수 있다.
[서울=뉴시스]SK하이닉스는 지난 5일 경기 이천 본사에서 개최한 'SK하이닉스 미래포럼'에서도 칩렛을 메모리 중심의 시대를 이끌 차세대 기술로 소개했다. (사진=SK하이닉스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로 다른 칩들 레고처럼 연결…'칩릿 기술' 주목

첨단 패키징 기술인 '칩릿'(Chiplet)도 시장 판도를 뒤바꿀 HBM급 기술이다.

첨단 산업에 필요한 반도체들은 여러 기능을 집약한 '단일 칩'으로 제조된다. 이른바 SoC(시스템온칩)이다.

이 방식은 소비 전력이 낮고, 칩 형태가 단순한 데다 신뢰성도 높다.

하지만 칩 한 개가 수행하는 기능이 많아지면서, 반도체 면적은 갈수록 넓어진다. 이는 반도체 웨이퍼(원판) 위에 만들 수 있는 칩 개수가 줄면서,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결함이 생기면 칩을 모두 버려야 하는 상황도 나올 수 있다.

반면 칩릿 기술을 이용하면 수율 관리가 더 간편하다.

이 기술은 기존 칩에서 필요한 각각의 기능을 분리해 작은 면적의 칩 조각(칩릿)으로 따로 만든 후, 마치 레고처럼 이를 쌓고 연결해 하나의 패키지로 만드는 것이다.

단일 칩으로 제조하는 것보다, 조각 크기가 작기 때문에 웨이펀 한 장당 생산성이 더 높아진다. 칩 조각을 만들어뒀다가다시 사용하면 제품 개발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부터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까지 일괄 수행하는 유일한 기업으로 2.5D·3D 칩릿 설계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지난 5일 이천 본사에서 개최한 'SK하이닉스 미래포럼'에서 칩릿을 메모리 중심의 시대를 이끌 차세대 기술로 중점 소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ijoin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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