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 집단대출 뛰어든 상호금융…'풍선효과' 신호탄 되나
김덕현 기자 2024. 9. 18. 10:30
▲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 공사 현장
서울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에서 집단대출 취급 기관으로 2금융권인 단위농협을 이례적으로 선정한 것과 관련해 금융 당국이 농협중앙회에 가계대출 리스크 관리 강화를 주문했습니다.
국내 최대 규모 재건축 단지에서 단위조합을 집단대출 취급 기관에 포함하면서 은행권 대출 수요가 상호금융권으로 넘어오는 풍선효과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서울강동농협이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 '올림픽파크포레온'의 잔금대출 기관으로 선정된 것과 관련해 농협중앙회에 건전성 관리 감독을 주문했습니다.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은 지난달 잔금대출 금융 기관에 시중은행과 부산은행 외에도 단위농협인 서울강동농협을 선정했습니다.
집단대출은 신규 아파트 분양자를 대상으로 한 중도금 대출이나 잔금 대출 등을 뜻하는데, 1금융권이 대부분인 집단대출 시장에서 2금융권이 선정된 건 이례적입니다.
특히, 서울·수도권 대단지 아파트 집단대출 취급 기관에 2금융권이 포함된 건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가계대출 옥죄기에 나선 은행권이 소극적인 대출 조건을 제시하자, 실망한 재건축 조합이 2금융권까지 눈길을 돌렸다는 분석입니다.
정확한 대출 금리 조건은 다음 달 제시될 것으로 보이지만 상호금융권이 처음으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 집단대출에 참여하는 만큼 1금융권에 견줘 크게 뒤지지 않는 금리를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서울강동농협의 공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자산 규모는 2조 7,820억 원으로,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규모의 단위조합으로 알려졌습니다.
1금융권보다 금리는 다소 높을 수밖에 없고 만기도 최장 30년이지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인 1금융권과 달리 50%라는 점도 차주로서는 유리할 수 있는 요소입니다.
금융 당국은 강동농협뿐 아니라 다른 농협 단위조합들도 아파트 집단대출에 뛰어드는 움직임이 있는지 지켜볼 계획입니다.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 강도가 세질수록 농협을 포함한 신협·수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는 시간문제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상호금융권의 고객군은 은행권과 상당 부분 겹치지만, 은행권과 달리 대출 관리를 위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2금융권 전체로는 1금융권 대출이 제한된 수요가 이동하는 움직임이 일부 감지되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1일 발표한 '8월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2금융권(상호금융·보험·저축은행·여신전문금융사)의 가계대출은 지난달보다 5천억 원 늘면서 올해 처음으로 증가세로 전환했습니다.
업권별로는 보험(3천억 원), 저축은행(4천억 원), 여전사(7천억 원)에서 가계대출이 늘었고, 상호금융권에서만 1조 원 줄면서 감소세를 이어갔습니다.
은행권이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2금융권으로 확대 적용 예정이었던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 시행 공백으로 생긴 수요까지 겹친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세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게 되면, DSR 한도 조정 등 금융 당국의 추가 대책이 논의될 걸로 보입니다.
(사진=연합뉴스)
김덕현 기자 dk@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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