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파이어볼러 시대’ 그런데 구단은 150km에 속지 않는다 [SS시선집중]

윤세호 2024. 9. 18.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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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150㎞ 이상 강속구를 던진다.'

수도권 A구단 스카우트는 "최고 구속 150㎞는 많다. 결국 어디에 비중을 두느냐가 관건"이라며 "우리 팀의 경우 트래킹데이터와 평균 구속의 비중을 높게 두고 있다. 이번 드래프트에서 평균 150㎞ 투수는 정우주와 김영우뿐이다. 파이어볼러로 부를 수 있는 투수도 둘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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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 볼룸에서 열린 ‘2025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각 구단 지명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 9. 11. 박진업 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시속 150㎞ 이상 강속구를 던진다.’

신인 드래프트를 관통하는 문구다. 최근 몇 년이 특히 그렇다. 10년 전에는 한두명이었던 150㎞ 투수 숫자가 이제는 두 자릿수를 훌쩍 넘는다. 지난 11일에 열린 2025 신인 드래프트도 그랬다. 공식 경기 150㎞이 15명 이상, 비공식 경기 150㎞는 20명이 넘었다.

문제는 지명 후다. 고교 시절 던진 그 공이 막상 프로에 오면 사라진다. 일주일에 한 번 실전을 치르는 것과 매일 실전을 준비하는 환경 차이가 크다. 프로 선수에 적합한 신체를 만드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혼란을 겪기도 한다.

2024 신인 드래프트 상위 지명 투수만 봐도 알 수 있다. 1라운드에 지명된 투수 대다수가 고교 시절 150㎞ 이상을 던졌다. 하지만 프로에서도 꾸준히 150㎞을 던지는 투수는 두산 김택연뿐이다. 물론 프로의 벽은 높다. 구단도 최소 3년, 길게는 5년을 두고 육성 계획을 짠다. 그래도 지명 후 구속 저하를 겪으면 2군에는 비상 벨이 울린다.

두산 김택연이 1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KBO리그 키움과 경기 7회말 등판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2024. 9. 10. 고척 | 박진업 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이제는 구속에 마냥 집착하지 않는다. 구속보다 투구 메커니즘과 트래킹 데이터를 통한 분당회전수(RPM), 무브먼트에 집중한다. 선수의 히스토리에 돌아보면서 지명 후 청사진을 미리 그려본다.

롯데가 전체 4순위로 지명한 광주일고 좌투수 김태현이 그렇다. 150㎞ 투수는 아니지만 완성도와 안전성을 봤다. 고교 무대 최고 구속은 147㎞지만, 김태현의 안정된 메커니즘. 그리고 특출난 RPM과 수직 무브먼트에 주목했다. 토종 왼손이 부족한 롯데 선발진에 김태현이 새로운 기둥으로 자리하기를 기대한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김태현을 두고 “타고난 회전수와 무브먼트가 있다. 가르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커맨드도 준수하다. 빠른 공 외에 슬라이더 커브 스플리터 세 가지 구종을 이미 구사하기 때문에 선발로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투구폼에서 드러나듯 유연성도 좋아서 계속 발전할 선수로 봤다”고 설명했다.

롯데 박준혁 단장(왼쪽)이 11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 볼룸에서 열린 ‘2025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4순위로 광주제일고 김태현을 지명한 뒤 어머니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태현은 국가대표 차출로 인해 참석하진 못했다. 2024. 9. 11. 박진업 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최고 구속이 아닌 평균 구속의 비중도 커졌다. 이른바 ‘150㎞ 찍먹’보다는 평균 구속 145㎞의 가치를 높게 둔다. 수도권 A구단 스카우트는 “최고 구속 150㎞는 많다. 결국 어디에 비중을 두느냐가 관건”이라며 “우리 팀의 경우 트래킹데이터와 평균 구속의 비중을 높게 두고 있다. 이번 드래프트에서 평균 150㎞ 투수는 정우주와 김영우뿐이다. 파이어볼러로 부를 수 있는 투수도 둘뿐”이라고 밝혔다.

전주고 투수 정우주가 11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 볼룸에서 열린 ‘2025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한화에 지명된 뒤 손혁 단장(왼쪽), 가족과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 9. 11. 박진업 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서울고 투수 김영우(가운데)가 11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 볼룸에서 열린 ‘2025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0순위로 LG에 지명된 뒤 차명석 단장(왼쪽), 아버지와 함께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 9. 11. 박진업 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최고 구속을 평가 항목 가장 아래에 둔 구단도 있다. 수도권 B구단은 구속 향상보다 제구를 잡는 게 어렵다고 본다. B구단 관계자는 “강속구 투수 100명 중 프로 입단 후 몰라보게 제구가 향상되는 투수는 10명도 안 된다”며 “그래서 우리는 메커니즘에 주목한다. 투구시 팔의 회전, 공을 때리는 지점이 얼마나 일정한지 체크한다. 150㎞을 던져도 메커니즘이 일정하지 않으면 지명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2025 신인 드래프트 빅보드가 완성됐다. 1라운드부터 11라운드까지 총 110명이 프로 유니폼을 입는다. 스카우트 관점에 따라 150㎞을 던져도 하위 라운드에서 지명된 투수가 꽤 많다. 동원대 좌투수 고영웅은 150㎞를 던졌음에도 10라운드 전체 100순위로 LG에 지명됐다. 내실을 얼마나 채우느냐에 따라 구단과 선수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bng7@sportsseoul.com

11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 볼룸에서 ‘2025 KBO 신인 드래프트’가 진행되고 있다. 2024. 9. 11. 박진업 기자 upandup@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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