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MO 2024]한미약품 "내년부터 항암제 글로벌 성과 잇따를 것"
"올해 하반기에만 국제 학술대회 등에서 발표를 준비하고 있는 신약 후보물질이 13개에 이릅니다. 밖에선 경영권 갈등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내부적으로 한미약품의 신약개발 동력은 멈추지 않고 계속 가동되고 있습니다."
노영수 한미약품 이사(항암임상팀장)는 14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 2024)에서 기자를 만나 이렇게 말했다.
한미약품은 올해 ESMO에서 HM97662 임상 설계 과정 등을 포스터 발표했다. 노 팀장은 "내년엔 EZH1/2 표적 항암제 'HM97662' 초기 임상 데이터가, 내년말에서 내후년껜 PD-L1/4-1BB 이중항제 'BH3120', 랩스 IL-2 아날로그 'HM16390' 데이터가 순차적으로 나올 것"이라며 "이후 이들 약물도 좋은 파트너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한미약품 신약 개발의 세 축은 항암제와 비만·당뇨 등 대사질환 치료제, 희귀질환 치료제다. 최근 비만약 시장 관심이 뜨거워지자 대사질환에 시선이 많이 쏠리고 있지만 한미약품은 항암제 분야에서 꾸준히 성과를 이어왔다. 후보물질도 전임상부터 후기 임상까지 폭 넓게 분포하고 있다.
장기지속형 플랫폼인 랩스커버리 플랫폼을 활용해 개발한 뒤 202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시판 허가를 받은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가 맏형 역할을 하고 있다. 로슈 자회사인 제넨텍에 기술이전한 '벨바라페닙', 바이오텍 앱토즈에 기술이전한 '투스페티닙', 미국 일라이릴리가 기술이전했다가 반환된 뒤 국내 바이오기업 노보메디슨이 개발하고 있는 '포셀티닙' 등은 임상 2상 단계다.
노 이사는 "로슈·제넨텍과의 협력에서 벨바라페닙의 우선순위가 낮아지긴 했지만 개발을 이어나가기 위해 내부적으로 새로운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며 "후기 임상 단계 항암제 물질은 대부분 파트너가 있다"고 했다.
임상 1상 단계의 후발 물질 개발은 상당히 활발한 상태다. 전임상, 임상 1상 등에 올라온 후보물질만 10여개에 이른다. 기대작 중 하나가 이번 ESMO에서 1상 임상 설계 과정 등을 공개한 HM97662다. HM97662는 EZH2만 억제했던 기존 약과 달리 EZH2와 EZH1을 동시에 억제하는 기전의 신약 물질이다.
노 이사는 "EZH2 억제제만 쓰면 내성 탓에 EZH1 단백질이 증가한다는 게 과학적으로 입증돼 이중 표적으로 내성을 극복하는 기전"이라며 "앞서 승인 받은 약보다 안전하고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물질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내년 중에 임상 1상 초기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북경한미에서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이중항체 치료제인 BH3120도 주목할 만한 후보물질이다. PD-L1과 4-1BB를 동시에 표적하는 물질로 초기 1상 시험을 진행중이다. PD-L1과 4-1BB의 결합력을 최적화해 경쟁약물과 차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업체 측은 내다봤다.
노 이사는 "전임상을 통해 간독성을 줄이고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가설을 입증했다"며 "면역관문억제제와 함께 투여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해 미국머크(MSD)와 올해초 키트루다 무상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했다. 단독, 병용 임상시험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그는 "오는 11월 미국 면역항암학회(SITC)에서 BH3120 임상 디자인에 대해 발표할 계획"이라며 "지속형 인터루킨-2 유도체 플랫폼을 적용한 HM16390는 올 6월 미 식품의약국(FDA)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은 데 이어 곧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도 받을 것"이라고 했다. HM16390는 올해 말에서 내년 초 임상 사이트를 열면 환자 등록이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신규 모달리티 개발도 계속하고 있다. p53과 KRAS 표적 mRNA 후보물질을 각각 개발하고 있다. 이중항체와 함께 단백질분해제(TPD), 세포유전자 치료제 등도 발굴하고 있다.
항암제 시장에서 '핫한' 물질들은 대부분 후보군으로 보유하고 있다. 반대로 보면 경쟁이 치열한 시장인 만큼 한미약품 만의 차별화된 포인트가 중요하다. 노 이사는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모든 후보물질이 살아남을 수는 없다고 본다"며 "선두 주자보다 1~2년 정도 개발 속도가 뒤지고 있지만 베스트인클래스로 물질로 빠르게 임상시험을 진행한다면 충분히 승부를 볼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이렇게 많은 물질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비결에 대해 이 팀장은 '현장의 목소리'를 꼽았다. 그는 "초기 물질발굴 단계부터 표적 선정까지 외부 전문가, 연구자, 의료진, 물질 개발팀 등의 목소리를 최대한 많이 반영한다"며 "여기에 임상팀의 노하우를 결합하는데 초기부터 상당히 치열하고 격렬한 토론을 거친다"고 했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최신 트렌드를 빠르게 파악해 차별화할 수 있는 물질을 속도감 있게 선별하고 프로젝트 진행 중간에라도 더 좋은 물질이 나오면 미련없이 버릴 수 있는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개념입증(PoC) 가능한 초기 임상 데이터가 나오면 빠르게 파트너를 찾는 것도 한미약품의 항암제 개발 전략이다.
한국의 자금력으로 독자 개발하는 데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아직은 글로벌 파트너를 찾아 개발 속도를 높이고 체력을 키우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글로벌에서 주목하는 표적과 암종, 모달리티로 한미약품 만의 차별화 포인트를 가져가면서 새로운 물질을 개발하고 있다"며 "mRNA, 세포유전자 치료제 등 신규 모달리티도 조만간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닷컴 바이오 전문채널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2024년 9월 14일 19시 56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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