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바닷속에서 미래 봤다” 잘 키운 케이블, 한국을 전선 강자로 [K-전력기업 대해부②]

2024. 9. 18.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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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전선, 대한전선 총 수주잔고 42.7%↑
4년전과 비교했을 때 2배 이상 상승
일찍부터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뛰어 들어
LS전선 해저케이블에 8500억 이상 투자
대한전선 국내외 13개 해저케이블 프로젝트 수행
HVDC 케이블 개발에도 속도내
LS전선 직원들이 동해사업장에서 해저케이블을 살펴보고 있다. [LS전선 제공]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K-전선이 역대급 수주 실적을 쌓고 있는 가운데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20년 전부터 진행한 연구개발 및 투자가 상승세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미를 중심으로 노후화된 전력 인프라에 대한 교체 수요가 많은 만큼 LS전선, 대한전선은 과감한 투자를 통해 수주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올해 6월말 기준 LS전선, 대한전선 수주잔고는 연결 기준 총 7조6271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5조3436억원)과 비교했을 때 42.7% 증가했다. 2020년만 하더라도 양사의 총 수주잔고는 3조원을 겨우 넘었다. 불과 4년 만에 2배 넘게 성장했다.

각사별로 살펴보면 LS전선 수주잔고는 5조6216억원으로 전년(3조7949억원) 동기 대비 48.1%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한전선은 29.5% 오른 2조55억원을 달성했다.

수주잔고가 향후 실적에 반영되는 만큼 LS전선, 대한전선 실적은 고공행진할 전망이다. LS전선, 대한전선은 올해 2분기 호실적을 달성한 바 있다. 올해 2분기 LS전선(816억원), 대한전선(374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8.3%, 55.9% 늘었다.

대한전선 해저케이블 1공장 1단계 가동식에 참석한 경영진이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대한전선 제공]

국내 전선업체들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배경에는 인공지능(AI) 성장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와 더불어 적극적인 연구개발 및 투자가 자리 잡고 있다. LS전선, 대한전선 모두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기 위해 약 20년 전인 2000년대부터 해저케이블을 비롯한 고부가치 제품 개발을 시작했다.

양사가 공통적으로 주목한 제품은 바로 ‘해저케이블’이다. 해저케이블은 해상풍력 발전단지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육지로 송전하는 역할을 한다. 친환경 트렌드로 풍력발전 필요성이 커지면 해저케이블 수요는 자연스레 늘어난다. LS전선, 대한전선은 해저케이블 성장성을 주목, 일찍이 제품 개발을 시작했다.

LS전선 동해사업장에서 열린 525㎸ HVDC 케이블 양산 기념행사에서 LS전선 관계자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LS전선 제공]

먼저 두각을 나타낸 회사는 LS전선이다. LS전선은 2007년 세계에서 4번째로 초고압(250㎸급) 해저케이블 개발에 성공했다. 해저케이블 시장 성장에 미리 대응하기 위해 2009년 강원도 동해시에 국내 최초의 해저케이블 공장을 준공했다. LS전선이 지금까지 해저케이블에 투자한 자금만 8500억원 이상이다.

LS전선은 과감한 투자로 국내외에서 해저케이블 수주 실적을 쌓아 올리고 있다. 2012년에는 카타르 석유공사와 4억3500만달러(5800억원) 규모의 해저케이블 수주에 성공했고, 2017년에는 국내 최초로 미국 해상풍력단지에 해저케이블을 공급했다. 이후에도 유럽, 남미, 대만 등 다양한 국가에서 해저케이블 수주에 성공했다.

대한전선이 한전전력연구원 고창전력시험센터에서 HVDC 케이블 시스템에 대한 인증 시험을 시행하고 있다. [대한전선 제공]

이에 뒤질세라 대한전선은 2009년 여수에 해저케이블을 공급한 것을 시작으로 부산, 울산, 호주, 베트남 등 국내외에서 13개 해저케이블 공급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올해 6월에는 해저케이블만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해저케이블 전용 1공장을 준공했다.

대규모 송전이 가능한 ‘초고압직류송전(HVDC) 케이블’ 개발에도 양사 모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HVDC 개발 전문 조직을 신설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확대한 것이다. 그 결과 LS전선, 대한전선은 525㎸ 케이블 개발에 성공했다. 525㎸는 현재까지 상용화된 HVDC 케이블 중 가장 높은 전압이다.

국내 전선업체들은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이는 것은 물론 수주 릴레이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미국, 유럽 등 주요 국가의 전력 인프라 노후화가 심각한 만큼 전선 수요가 계속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구본규 LS전선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력화는 15년 정도의 메가 트렌드로 전반적인 시장 미래가 밝다”고 내다봤다.

구본규 LS전선 대표이사가 5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밸류업 데이'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LS전선 제공]

LS전선은 2027년까지 약 1조원을 투자해 미국에 현지 최대 규모의 해저케이블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구 사장은 “미국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활용하는 것이 목표”라며 “몇 달 전 미국 상하원 의원을 만나 LS전선 사업을 설명하는 등 네트워크를 끊임없이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LS전선은 증설 등을 통해 2030년까지 매출 10조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대한전선도 해저케이블 생산능력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우선 내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해저케이블 1공장 2단계를 구축하고 있다. 1공장 2단계는 외부망 해저케이블 생산을 위한 설비이다. 대한전선은 외부망 및 HVDC 해저케이블을 생산할 수 있는 2공장 건설도 계획하고 있다. 대한전선이 2027년까지 공장 증설 및 설비 구축에 투자할 금액은 9900억원이다.

yeongda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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